윤석열 펄쩍 뛰게 한 장제원의 질문
[하성태 기자]
오늘 법원 선고를 통해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이 허위 주장을 해왔음이 명백히 밝혀졌는데도, 또다시 판결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공표하고 있습니다. 이는 법치주의의 기본을 망각하는 행위입니다. 앞으로도 대통령과 그 가족에 대한 근거 없는 가짜 뉴스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일관되게 대응할 것입니다. - 대통령실 '사실은 이렇습니다' 2023.2.10
지난 2월 10일 대통령실이 "민주당 '대통령 배우자, 주가 조작 관여?' → '法, 민주당 주장은 허위' 명백히 확인...근거 없는 주장 삼가야"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입장문의 결미다. 무척 강경한 논조였다.
같은 날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데 대해 대통령실이 기다렸다는 듯이 입장문을 내놓은 것이다.
당시 대통령실은 "재판부는 이 사건을 '실패한 주가 조작'으로 규정하면서, 큰 규모로 거래한 B씨에 대해서도 주가 조작을 알았는지 여부를 떠나 큰손 투자자일 뿐 공범이 아니라며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라며 "대통령 배우자가 전주로서 주가 조작에 관여하였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도 깨졌습니다"라며 야당을 향한 공세에 나섰다.
이후 대통령실은 닷새간 세 차례 비슷한 취지의 입장문을 발표하며 물량 공세를 폈다. 판결문까지 분석하며 '법원이 문재인 정권 검찰의 억지 기소에 제동을 걸었고, 법원의 판결문에 김 여사의 무고함이 드러났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나갔다.
판결을 둘러싼 해석의 영역과 별개로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 취임 전 사건을 두고 김 여사의 개인 변호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에 대해 지적이 나왔다. 제2부속실 폐지 논란과도 맞물렸다.
고작 다섯 달 전의 일이었다. 그리고 지난 21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의 장모가 개인 비리 혐의로 법정 구속됐다. 300억 원대 통장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사문서 위조와 위조 사문서 행사, 부동산 실명법 위반 등)로 기소된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씨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것이다.
대통령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공식 입장은 없었다. 판결 직후 대통령실 관계자의 입을 통해 나온 "사법부 판결은 언급하지 않는다"는 언론 보도가 전부였다. 이틀이 지난 23일 오후까지도 대통령실은 침묵 중이다. 지난 2월 도이치모터스 판결과 관련해 세 차례나 입장문을 내며 공세를 펼쳤던 것과는 180도 다른 태도다.
▲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장모 최은순씨(오른쪽). 21일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는 통장 잔고증명 위조 등 사문서위조 혐의에 대한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법정구속됐다. |
ⓒ 연합뉴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사법부의 우려
죄질이 매우 나쁜 데다 재범 위험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2심 재판부의 최씨 법정구속 사유다. 윤 대통령 취임 전이던 2021년 12월 31일 나온 "위조한 잔고증명서의 액수가 거액이고 여러 차례 지속해 범행했다"던 1심 재판부의 판단과 대동소이했다. 2심 재판부는 "본인이 관여했다는 여러 증거가 존재함에도 항소심에까지 혐의를 부인하고 책임을 동업자에게 넘기는 등 반성을 하지 않았다"라며 최씨를 강하게 질타했다. 최씨의 동업자 안모씨는 최씨와는 다른 재판부에서 지난 1월 27일 열린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무혐의 처리한 사건을 포함해 최씨 연루 사건들은 여러 가지다. 양평 땅 농지법 위반을 포함해 대부분이 부동산 개발과 관련됐다.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최씨가 "부동산으로 막대한 이익을 실현하는 데 경도돼 법과 제도, 사람이 수단화된 건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라고 적시했다.
최씨의 구속이 처음도 아니었다. 2021년 7월 법원은 최씨의 요양법원 불법 개설 운영 및 23억 요양급여 부정수급 혐의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같은 해 9월 최씨는 보석으로 풀려났고, 무죄를 선고한 2심을 거쳐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당시 대법원은 "검사가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과 더불어 대선 전부터 제기된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사건은 게이트급 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규모도 규모거니와 의혹이 제기된 기간이 윤 대통령의 여주지청장 재임 기간과 겹친다거나 양평군수를 지낸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이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 몸담았다는 등 여러 의혹이 있다.
▲ 질의하는 장제원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중앙지방검찰청장의 장모 통장 잔고증명서 위조 의혹 사건에 대해 질의를 하고 있다. 2018.10.19 |
ⓒ 유성호 |
5년 전 윤핵관의 질의
장모 최모씨 사건, 300억 잔고 증명 위조, 30억 당좌수표 부도 사건, 이거 아십니까? 윤석열 지검장의 장모가 신안저축은행 직원과 공모를 해서 이 잔고 증명서를 위조를 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제는 장모의 문제가 아닙니다. 피해자 아홉 분이 30억을 피해 봤다고 얘기를 하고 있고 사건의 은폐 배후에 윤석열 지검장이 있다고 온 데를 돌아다니면서 이 피해자들이 말씀을 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건 본인 문제예요, 장모 문제가 아니라.
그로부터 5년 뒤 최씨가 법정구속 됐다. 서울지검장 시절 "피해자가 고소를 하면 될 것 아니냐"라거나 대선 전 "최씨가 10원 한 장 피해를 준 적 없다"던 윤 대통령의 주장 모두 적반하장식 허언이 됐다. 국민 앞에서 법과 원칙, 공정을 소리 높여 주창하던 윤 대통령의 말을 국민이 신뢰할 수 있을까. 이제는 더 이상 윤 대통령 개인의 신뢰 문제일 수 없다.
검찰 통치가 공공연한 현 정권 하에서 검찰의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기대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와 별개로 최씨의 법정 구속이 가리키는 의미는 양평 관련 의혹을 포함해 김건희 여사와 최씨가 연루된 의혹들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의 필요성이라 할 수 있다. 대국민 사과는커녕 침묵으로 일관 중인 대통령실의 침묵이 바로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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