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브릿팝의 전설, 8년 만에 돌아왔다

이현파 2023. 7. 2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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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앨범 < The Ballad Of Darren > 발표한 블러

[이현파 기자]

 지난 7월 8일에서 9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블러의 콘서트
ⓒ 워너뮤직코리아
 
1990년대 브릿팝을 대표하는 밴드 블러(Blur)의 새 앨범 < The Ballad Of Darren >이 지난 7월 21일 발매되었다. 이번 앨범은 2015년 발표된 < The Magic Whip >이후 8년 만에 발표되는 신보다. 리더 데이먼 알반을 비롯해 그레이엄 콕슨, 알렉스 제임스, 데이브 로운트리가 모두 참여했다.

블러는 1991년 정규 1집 < Leisure >로 데뷔했다. 경쾌한 멜로디, 개인적 영역과 당시 영국 사회를 아우르는 유머 감각은 블러를 다른 밴드들과 차별화시켰다. 여섯 장의 앨범을 영국 UK 차트 1위에 연속으로 올려 놓았다. 'Girls & Boys', 'Tender', 'Beetlebum', 'Parklife' 등 수많은 히트곡을 배출했다. 축구 게임에 삽입되었던 'Song 2'는 영국을 넘어 전세계 록의 송가가 된 히트곡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영국 팝'처럼 오용되고 있지만, 브릿팝이란 1990년대 영국적인 색채를 극대화한 록 밴드들을 일컫는 표현으로써, 미국 그런지 록의 광풍에 대응하고자 한 영국 매체가 만들어 낸 단어다. 그 중심에 블러와 오아시스가 있었다. 블러는 오아시스와의 라이벌 구도를 통해 국내에서 더 큰 인지도를 얻기도 했다. < NME > <멜로디 메이커> 등의 영국 언론이 부추긴 오아시스와의 경쟁에는 '브릿팝 전쟁'이라는 별칭마저 붙었다.

그러나 브릿팝의 시대를 끝낸 장본인 역시 블러였다. 블러는 브릿팝 밴드이길 원했던 적이 없다. 데이먼 알반은 셀프 타이틀 앨범인 < Blur >를 발표하면서 '브릿팝은 죽었다'는 어록을 남겼다. 블러의 베이시스트 알렉스 제임스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디스 이즈 팝>과의 인터뷰에서 "브릿팝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내 일부가 죽는다. 그 단어는 쓰레기다"라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기도 했다. 이들이 특정 장르에 구애받기 않고,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해나간 이유다.

밴드의 핵심 기타리스트인 그레이엄 콕슨이 팀에서 탈퇴한 이후, 밴드는 사실상 기한없는 휴지기에 접어 들었다. 멤버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빛났다. 이후 보다 다양한 음악적 시도에 집중했다. 특히 블러가 활동 중단에 들어간 이후, 리더 데이먼 알반은 그룹 고릴라즈를 결성해 일렉트로니카, 힙합 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기도 했다. 드러머 데이브 로운트리는 노동당 소속의 정치인 겸 변호사로 활약하기도 했다.

8년 만의 귀환, 돌아온 1990년대
 
 블러가 8년만에 발표한 새 앨범 'The Ballad Of Darren'
ⓒ 워너뮤직코리아
 
각자의 행보를 걷고 있던 네 사람이 다시 뭉쳤다. 데이번 알반은 고릴라즈로 활동하면서도 틈틈이 블러의 곡을 썼고, 본격적인 앨범 작업은 올해 초 런던과 데번 주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The Narcissist'와 'St Charles Square' 등 선공개곡 2개를 포함해 총 10곡이 실렸다.

악틱 몽키즈와 플로렌스 앤 더 머신, 고릴라즈 등의 앨범에 참여한 제임스 포드가 프로듀서로 나섰다. 신보의 앨범 재킷 사진에는 영국의 사진 작가 마틴 파가 촬영한 수영장이 담겨 있다. 첫번째 앨범 < Leisure >를 연상케 하는 포인트다. 블러의 전성기인 1990년대를 연상시키는 기타 사운드와 풍성한 챔버 팝 사운드가 어울러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7월 8, 9일 블러는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성대한 공연을 펼쳤다.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이틀 동안 9만 명이 모였고, 이 티켓은 판매와 동시에 매진되었다. <텔레그래프> <파이낸셜 타임즈> <더 선> <더 가디언> 등 영국 매체들은 일제히 이 공연에 만점인 별 다섯 개를 매기며 극찬을 보냈다. < NME >는 '스타디움 규모의 순수함, 완전한 기쁨이 분출된 공연'이라 평했다.

돌아온 블러는 지난 5월부터 활발한 투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8월 섬머소닉 페스티벌에 참여하기 위해 일본의 도쿄와 오사카 역시 방문할 예정이다. 1990년대 팝 음악과 록 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블러의 귀환은 의미가 유독 크다. 1990년대의 영웅들이 2020년대에도 전 세계를 활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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