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모닝콜도 못 해줘요?" 교육청에 신고 전화까지

구나리 2023. 7. 2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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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사들이 의심만으로도 아동학대 고소를 당하는 등의 고초를 겪고 있다는 사실이 재조명받고 있다.

지난 3월 경기교사노조가 공개한 자료를 분석해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고발돼 수사받은 사례는 1252건에 달했다.

실제로 많은 교사가 아동학대로 고소를 당해 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정신과 진료를 받는 등의 사례를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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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로 교사 고소 5년 간 1300여건
마구잡이 신고…절반 넘게 무혐의·불기소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사들이 의심만으로도 아동학대 고소를 당하는 등의 고초를 겪고 있다는 사실이 재조명받고 있다.

아동학대 고소 많지만…절반 넘게 '경찰 종결·불기소 처분'

23일 경기지역 한 교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교사들이 겪은 교육활동 침해 사례를 취합한다는 글을 게시했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1400여건의 글이 올라왔다.

한 교사는 "한 학부모가 '선생님이 매일 모닝콜을 해주시면 어떻겠냐'고 했고 이를 거절하니 '선생님이 어떻게 그러냐'고 교육청에 전화했다"는 사례를 공유하며 일부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을 꼬집었다.

지난 3월 경기교사노조가 공개한 자료를 분석해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고발돼 수사받은 사례는 1252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경찰이 종결하거나 불기소처분을 받은 사례는 676건(53.9%)에 이른다. 절반이 넘는 수치다.

전체 아동학대 수사 사례 가운데 경찰 종결 및 불기소 처분된 사례가 14.9%인 점과 비교했을 때, 교사의 아동학대 혐의 종결·불기소 비율이 훨씬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신속한 신고 및 수사와 엄정한 처분으로 아동학대 범죄를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률이 교육 현장에서 '악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0조는 '누구든지 아동학대 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그 의심이 있는 경우 신고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의심만으로도 신고가 가능하기 때문에 최종 무혐의 처분이 내려져도 고소인이나 신고자를 무고로 처벌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교사들은 아동학대 신고 남발에 속수무책이다.

문제는 또 있다.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면 경찰 수사를 거쳐 검찰에서 사건이 종결되려면 수개월 이상 소요되는 등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심적 부담과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많은 교사가 아동학대로 고소를 당해 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정신과 진료를 받는 등의 사례를 공유했다.

이러한 이유로 학교 현장에서 정당한 생활지도조차 이뤄지지 못할 때가 많다.

법적·제도적 구제 대책 시급…'인식 변화'도 절실해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인근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최근 결의문을 통해 아동학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의심만으로 교사의 교육권 박탈이 이뤄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법적 조치가 학교까지 무분별하게 확대·적용되면서 학교 구성원들의 교육과 학습을 저해하고 있다"며 "학교 내 아동학대 사안 처리 개선을 위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서적으로 치료·치유가 필요한 학생들에 대해 분리와 치료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이 정비될 필요가 있다"며 "교사는 교육의 가장 중요한 주체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원의 생활지도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지난해 12월 말 개정 초·중등교육법이 통과되고 지난달 28일부터 '교원의 법령과 학칙에 따른 정당한 학생 지도' 조항이 마련됐지만, 일부 극성 학부모와 학생의 신고 위협으로 인한 교원의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교총은 "정당한 지도 보장을 위해서는 악의적 신고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단서 조항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제도나 법률 개선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학부모들의 인식 변화'라는 목소리도 크다.

경기교사노조 황봄이 교권보호국장은 "외국 사례를 보면 학교에서 학생 문제가 발생하면 기본적인 인성 교육의 책임자는 부모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우리나라는 모든 일을 선생님 한 분이 책임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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