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팀원 직급 단순화 해야만 하는가?
강의 중 중소기업 CEO의 전화가 울린다. 휴식 시간을 활용해 전화하니 직급 단순화 관련 내용이다. 최근 대기업 대부분 팀원의 직급 체계를 단순화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문의한다. 10분의 짧은 시간에 답을 해줄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점심이나 저녁 시간을 부탁했다. 경영본부장, 영업본부장, 생산 본부장, 인사 팀장과 함께 논의하자고 하며 별도 일시를 정했다.
중소기업이 팀원의 직급 체계를 단순화하는 이유는 2가지인 듯 하다.
하나는 주 거래 기업인 대기업이 직급 체계를 단순화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단순화 이유를 파악하지 못하고, 두리뭉실하게 팀원의 직급을 폐지하여 수평적 문화와 열린 소통을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다른 하나는 내부 젊은 직원들의 요청이다. 과장, 차장, 부장으로 있는 팀원들이 자신의 직급을 내세워 무리한 요청을 하거나 권위적인 언행을 한다는 것이다. 직급이 없으면 상호 존중의 문화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CEO는 인간 존중의 철학을 실천하고, 열린 문화를 가져가는 수단으로 직급 체계 단순화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경영과 영업 본부장도 수긍한다. 특히 영업본부장은 영업 사원이 대리 이하이면 고객이나 거래처 담당자가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직급을 없애고 다른 회사가 하는 것처럼 모두 프로라고 호칭하는 것이 좋겠다고 강조한다. 생산본부장은 조금 난색을 표명한다. 생산 현장은 위계가 분명해야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적고, ‘선배에 의한 후배 지도’가 되어야 하는데, 같은 직급에 같은 호칭을 사용한다면 위계가 무너질 것이 아닌가? 생산현장을 일반 사무직과 달리 조장, 계장, 기장과 같은 직급 체계를 직책 개념으로 사용해 왔는데, 전부 프로로 가면 현장 운영이 쉽지 않다고 했다.
당신이 CEO라면 어떤 결정을 내리겠는가?
직급 체계 단순화가 미치는 영향
우리 기업의 팀원 직급 체계는 크게 9단계로 되어 있다. 사원 1(고졸), 사원 2(전문대졸), 사원 3(대졸), 주임,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담당(이사 대우)이다. 학력 중심의 공채를 진행해 왔기 때문에 학력에 따른 직책 차이가 존재했다. 팀제로 인사의 틀이 바뀌어 직책 중심의 인사가 되었지만, 신분의 상징인 직급이나 직위는 그대로 두었다. 과부장 시대의 대부분 부단위 조직을 팀으로 바꾸고 이하 사원~부장을 팀원이라고 한 것이다. 부장으로 있던 직책자가 팀장이 된 것이다. 사무직에서 과장만 해도 10명 가까운 과원이 있었는데, 그 직급이나 직위 그대로 놓고 팀원으로 한 것이다. 팀제가 될 때 직급이나 직위를 전부 없애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는 보상제도이다. 직급 또는 직위별 보상이 묶여 있어 사람 중심의 인사를 운영했던 그 당시에 틀을 깨기는 불가능했다.
기업 인사를 둘러싼 패러다임이 내부 경쟁이 아닌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크게 사람 중심에서 직무 중심으로, 직급 직위 중심에서 직책 중심으로 변화되고 있다. 직급과 직위의 틀 속의 체류 년수가 중요한 승진과 보상의 기준이 되던 시대에서, 직무 전문성과 리더십을 갖춘 역량과 성과를 창출하는 인재가 더 빠른 승진과 더 높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환경이 바뀌었다.
기업의 직급 체계 단순화는 표면적으로는 수평 조직을 통한 위계 문화의 타파와 소통 활성화이지만, 보다 깊게 살피면 역량과 성과 중심의 인사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기존의 직급별 체류 년수의 틀을 과감히 깨고, 역량과 성과 있는 인재를 조기에 발굴하여 직책 중심의 인사를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해방 이후 9직급 체계의 틀 속에서 과장이라면 어느 정도 근무를 했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지식이나 경험의 정도가 어느 정도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존재했다. 하지만, 직급 체계 단순화는 이러한 인식보다는 해당 직무에 어느 수준의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느냐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 몇 년을 근무했는가 보다는 담당 직무의 업적, 자격, 지식이나 스킬의 수준이 중요 기준이다.
직급 체계 단순화는 지금까지의 HR 영역의 대대적 변화를 가져가야 한다.
채용부터 퇴직까지 직무 중심의 인사로 대폭 바뀌어야 한다. 인재육성도 직급별 교육 체계로 되어 있던 것을 직무 수준별, 역할별 교육 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팀원 승진도 바뀐 직급 체계에 의해 새롭게 설계되어야 한다. 직급별 승진 가급과 보상의 틀도 완전 연봉제 또는 직무급제로 전환해야 한다. 이동 배치도 직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갈수록 역량과 업적 평가의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역량과 업적이 좋은 팀원은 그렇지 못한 팀원에 비해 발탁의 가능성이 높아지며, 보상의 차별도 클 수밖에 없다. 회사의 조직과 인력의 성숙도, 이를 해낼 수 있는 인사 역량이 된 대기업도 버거운 입장이다.
기존의 과부제를 팀제를 도입해서 팀장과 팀원 체계로 가져간 것은 큰 변화였다. 환경이 바뀌었고, 팀원으로서 자신의 직무에 대한 역할을 다하면 된다는 사고가 형성되었다. 팀원으로 주임, 대리, 과장, 차장, 부장의 의미는 호칭의 수준이기에 팀원, 팀장의 체계로 가져가는 것은 쉬울 수 있다. 하지만, 병행해야 할 인사 이슈가 매우 많다. 직원들의 성취감, 사회적 인정, 조직 내 위상 등 문화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남이 하니까 우리도 한다는 식이 아니라 우리에 맞는 우리의 제도를 가져가기 위해 심사숙고하길 바란다.
[홍석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홍석환의 HR 전략 컨설팅 대표/전) 인사혁신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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