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선생님을 살려야 나라가 산다
최광희
행복한교회 목사·신학박사·17개광역시도악법대응본부 사무총장
2023년 7월 20일은 대한민국 교육계의 곪고 곪은 상처가 한꺼번에 터져 나온 날이다. 언론에 보도된 사건들은 수많은 사건 가운데 지극히 일부분일 뿐이겠지만 밝혀진 사건만으로도 전 국민이 공분하며 치를 떨 지경이다.
가장 먼저 올라온 소식은 서울 양천구의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6학년 학생에게 무차별 폭행당해 전치 3주의 진단이 나온 사건이다. 가해 학생은 지난달 30일 교실에서 담임교사에게 욕설을 하며 주먹질과 발길질을 했다고 한다. 가해 학생의 교사 폭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에도 한 차례 해당 교사를 폭행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가해 학생이 정서행동장애 학생이라는 이유로 처벌은커녕 피해 교사의 치유와 교권 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도 없이 버려두었고 결국 더 큰 일이 터진 것이다.
이 소식은 들은 교사 1800여명이 가해 학생을 엄벌해 달라며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하니 교사들에게 이 사건이 어떤 의미인지 잘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교육청은 이제야 피해 교사에게 심리상담과 공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데 진짜 문제는 학생이 교사를 폭행해도 교사는 아무런 방어 수단이 없는 오늘의 학교 현실이다.
이런 기사가 올라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인천의 모 초등학교에서도 유사한 피해 사실이 있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이 학교의 특수학급을 담당하고 있는 한 교사가 여학생에게 폭행을 당해 119구급차에 실려 병원에서 치료받았다. 피해 교사는 해당 학생에게 지난 두 달간 지속해서 언어·신체 폭력을 당해 왔다고 한다. 계속된 폭행으로 이미 전치 4주 진단을 받고 치료받는 중에 또다시 폭행을 당해 치료 기간은 모두 6주간으로 늘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학부모는 모든 책임을 교사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한다.
교권 추락은 교사 폭행으로 그치지 않고 마침내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20대 여교사의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졌다. 지난 18일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가 학부모의 폭언에 시달리다가 결국 교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교사는 2000년생이고 발령 난 지 4개월 된 신규 교사라고 하는데 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임용고시에 합격했다고 좋아하며 기다리다가 드디어 교사로 발령받아 꿈에 부풀어 출발한 교사 인생을 얼마나 괴로웠으면 이렇게 끝내고 말았을까. 그녀의 부모에게는 또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식인가.
가장 신성할 것 같은 학교 교실, 순수하고 예쁜 눈망울의 어린이와 선생님이 평생 잊을 수 없는 사랑을 나눌 것 같은 초등학교가 어쩌다가 이런 전쟁터가 되어버렸단 말인가. 사건이 터지자 마치 ‘이제는 말할 수 있다’처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교사로 추정되는 분이 쓴 교권 추락의 현실을 고발하는 글이 올라와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해당 글에 의하면 지금 교실에는 반마다 최소 두세 명의 금쪽이가 있고 자녀를 금쪽이로 키운 학부모의 갑질로 인해 교육계가 엉망이 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금쪽이라는 말은 한 방송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인 ‘금쪽같은 내 새끼’에 나오는 표현이다.
예를 들면 자기가 맡았던 초등학교 1학년 아이는 연필로 친구 찌르기, 물건 가져가 부수기, 멍이 들도록 차기, 교사에게 욕설하기 등 온갖 것을 다했는데 학부모는 절대 인정하지 않고 모든 것을 교사의 잘못으로 돌린다고 한다. 아동학대법을 잘 아는 학부모들은 사소한 것들도 전부 꼬투리를 잡아 아동학대 신고, 경찰 연락, 신문고 등 모든 곳에 연락해 업무를 마비시켜 정상적인 교육 활동은 불가능하고 교사는 정신과를 다니며 약으로 겨우 버티는 실정이라고 한다.
이 교사의 글 속에는 오늘날 학교가 이 지경이 돼버린 핵심 문제가 등장하는데 바로 ‘아동 학대법’이라는 단어다. 법률 제19101호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은 제1조에 ‘아동을 보호하여 아동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아동학교범죄 신고를 받은 사법 경찰은 즉시 현장에 출동해야 하고 교사로부터 피해 아동을 분리할 수 있으며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소 등에 위탁하도록 조치할 수 있다. 피해 아동에게는 변호사를 선임해주며 교사는 졸지에 피고인이 되어 조사를 받아야 한다. 아동학대처벌법에 의하면 어떤 교사라도 아동을 학대하기는커녕 말을 걸기도 겁날 것 같다. 이런 내막을 잘 아는 학부모 가운데 영악한 사람들이 이 법을 마음껏 악용해왔고 지금과 같은 학교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동학대처벌법과 함께 학생인권조례 역시 교실을 시장통으로 만들고 있다.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제5조에는 학생이 임신 또는 출산,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이 말은 학생이 임신 및 출산을 해도 되고 동성애와 성전환을 해도 된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에게 무한대의 자유를 부여하는 조례이다. 상대적으로 교사의 교권은 쪼그라들다 못해 아예 사라져버린 상태이다.
아동과 학생은 자유와 권리를 가지면서도 통제를 받으며 자신을 훈련하는 것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이 되는 길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교권이 무너지고 학생이 무한대의 자유를 행사한다면 교사보다는 사실상 학생 자신이 더 큰 피해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자녀를 망나니처럼 기른 부모와 나아가 온 나라가 피해자가 되고 말 것이다.
선생님들을 살려야 대한민국이 산다. 그러므로 지금이라도 우리는 교권을 회복해야 한다. 선생님을 살리고 학생을 살리고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서는 아동학대처벌법은 대폭 간소화하고 교사의 방어권도 포함하도록 수정해야 한다. 그리고 성적지향과 성별 정체성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을 포함한 학생인권조례는 즉시 폐지하는 것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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