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공격 받을 때 최선의 방법은?
[김종수 기자]
'신림동 칼부림' 사건에 대한 전 국민적인 공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피의자 조모(33)씨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일면식도 없는 행인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숨지게 하고 3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너무 힘들어서 그랬다"는 이해불가 발언에 '묻지마 범행'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당시 범행 상황은 CCTV 영상 등을 통해 각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빠르게 퍼지고 있는데 영상을 본 많은 이들이 잔혹한 범행에 충격을 받았다. 난동을 부린 것도 아니고 흉기를 숨기고 조용히 접근해 기습적으로 공격을 하는 장면은 흡사 킬러 영화를 연상케 했다. 무엇보다 범행 대상이 정해져 있지 않았던지라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 분당 파라에스트라 홍순근 관장은 "자신이 덩치가 크고 힘이 좋다고 혹은 격투기 관련 무술을 배웠다고 해서 흉기를 든 상대와 섣부르게 맞설 생각은 절대 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 분당 파라에스트라 홍순근 관장 제공 |
고수라도 예외는 없다
사실 평범한 한국인이 평생을 살아도 시퍼런 칼날과 마주할 일은 거의 없다. 어찌 보면 그만큼 한국의 치안이 안전한 편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묻지마 범행 같은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경우 대책없이 당하기도 한다. 꼭 맞서 싸우라는 것이 아니다. 흉기를 든 상대를 맞아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꼭 그런 점이 아니더라도 위험한 순간을 피하거나 이후 대응 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주짓수를 가르치는 분당 파라에스트라 홍순근 관장은 여기에 대해 "무섭지 않은 흉기가 세상에 어디있겠냐마는 그중에서도 칼은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즉각적인 대량 출혈을 일으켜 육체적 고통과 상처를 줄 뿐 아니라 피해자를 패닉 상태에 빠트려 버린다. 자신이 덩치가 크고 힘이 좋다고 혹은 격투기 관련 무술을 배웠다고 해서 섣부르게 맞설 생각은 절대 금해야 한다. 제일 좋은 방법은 무조건 피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흉기다. 맨손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는 "되도록 맨손으로는 대항하면 안 된다. 뭐라도 무기가 될 만한 것을 들어야 한다. 날붙이(칼, 낫, 도끼 따위와 같이 날이 있는 연장을 통틀어 이르는 말)는 팔로 막는다 해도 방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스치는 것만으로도 혈관을 다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칼보다 거리가 긴 막대기 같은 것을 추천한다. 그마저도 직접 제압보다는 칼을 떨구게 하거나 충분한 방어 간격을 유지하는 게 먼저다"라며 주변 사물이나 도구를 이용해 공격보다는 방어에 더 신경을 쓰고 움직일 것을 권했다.
1990년대 2명의 3체급 복싱 세계 챔피언을 길러낸 바 있는 김광수 현대권투체육관 관장 또한 "영화를 보면 맨손으로 무기를 든 상대를 척척 제압해 내는 주인공이 많이 나오지만 현실은 다르다. 구태여 장검, 창 등 대단한 병기가 아니라 문방구 커터칼만 들어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대다수의 우리는 훈련을 받은 전문 특공대원이 아닌 일반인이다. 그런 상황은 무조건 피하는 게 최선이다"라며 비슷한 의견을 내어놓았다.
▲ 복싱 등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멘탈의 강화다. |
ⓒ 김광수 현대권투체육관 관장 제공 |
묻지마 범죄, 적절한 대응 교육 필요
주짓수 홍순근 관장이나 복싱 김광수 관장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부분이 있으니 다름아닌 묻지마 범죄 등 위급 상황에 대한 대응 교육이다. 세상 모든 일이 마찬가지겠지만 특정 상황을 난생 처음 겪는 것과 간접적으로라도 경험을 해보는 것의 차이는 매우 크다. 지속적으로 각 교육기관이나 단체 등에서 화재 대피 훈련 등이 실시되는 이유다.
슬픈 일이지만 이런저런 묻지마 범죄는 이제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예전같은 경우 관련 사건보도가 나면 '살다보니 이런 일도 다 있네'라는 반응이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또?"라는 말이 먼저 나오는 분위기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른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범죄보다도 대처가 어렵다.
김광수 관장은 "대부분 사람은 갑작스러운 상황이 닥치면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 순간적으로 사고가 멈춰버리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가 경적을 울리면서 덮칠 경우 바로 피해야 하는데 놀란 표정으로 쳐다만 보는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가상의 상황을 만들어놓고 연습을 해봐야 비슷한 상황이 닥쳤을 때 더 나은 대응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홍순근 관장 역시 "이번 칼부림 사건을 통해 대응 교육의 필요성을 더더욱 느꼈다. 갑작스럽게 흉기를 휘두르고 달려들면 누구라도 대처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많았지만 위험천만한 순간에 어떤 식으로든 나서기란 쉽지 않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자신의 몸을 보호할 최소한의 행동 요령, 정당방위에 대한 기준선 숙지, 주변에 피해가 발생했을 때 할 수 있는 구호나 신고 요령 등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해본 것과 안 해본 것은 엄청나게 다르다"고 강조했다.
안타깝게도 묻지마 살인 사건은 최근 들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2016년 5월 강남역, 2018년 10월 강서구 PC방, 2019년 4월 경남 진주, 2020년 7월 강원도 설악산 등산로, 2022년 5월 서울 구로구 공원 등에서 있었던 살인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런 유형의 범죄에 대한 확실한 처벌 및 예방이 절실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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