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이에게 유일한 가족, '나 자신' 아닐까요?

이재환 2023. 7. 24.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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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라는 가족, 어찌 보면 서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하지만 자신을 돌보며 혼자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은 세상에서 유일한 '가족'이기도 하다.

또한, 스스로를 돌보며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자기 자신이 유일한 가족일 수밖에 없다는 선언처럼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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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리 작가의 <혼자라는 가족> 북토크 현장 "떠벌일 거 없지만 부끄러울 일도 아냐"

[이재환 기자]

 
 김보리 작가의 <혼자라는 가족> 북콘서트. 왼쪽 김보리 작가, 오른쪽 박혜진 전 아나운서.
ⓒ 이재환
  
혼자라는 가족, 어찌 보면 서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하지만 자신을 돌보며 혼자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은 세상에서 유일한 '가족'이기도 하다.

지난 21일 충남 예산에 있는 성공회 예산성당(성마르코성당)에서는 김보리 작가의 책 <혼자라는 가족>의 북토크가 열렸다. 사회는 박혜진 전 MBC 아나운서가 맡았다. 박 전 아나운서는 책을 출판한 다람출판사의 대표이기도 하다. 

김보리(필명) 작가는 요즘 충남 예산과 홍성에서 '마을 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마을 역사를 조사하고 주민들을 인터뷰해 책으로 만드는 일이다. 작가는 그 와중에도 틈틈이 브런치에 혼자 사는 이야기를 남기곤 했다. 그의 글은 박혜진 대표의 눈에도 들어왔다. 박 대표가 직접 이메일을 보내 김보리 작가를 섭외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는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치열했다.

저자인 김보리 작가는 비혼주의자는 아니다. 어쩌다 보니 결혼을 하지 않았고 그렇게 짧지 않은 시간을 혼자 살게 되었다고 했다. 책에는 가족을 이루지 않고 '나 홀로' 살아온 30년의 기록이 일기 혹은 고백처럼 담겨 있다.

김 보리 작가는 "나는 비혼주의자가 아니다. 요즘 트렌드 용어처럼 사용되는 '비혼'이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비혼식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에 운명처럼 인생의 반려자를 만날 수도 있다. 어떤 선언을 한다고 해서 그 삶이 살아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어쩌다 보니 결혼을 하지 않고 살게 됐다. 물론 앞으로도 계속 혼자 살 것 같다(웃음)"고 말했다.

물론 혼자 살면서 깊은 고독감을 느껴 보지 않은 이상, 자신을 유일한 가족으로 여기며 혼자 사는 일은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책은 돌봄의 차원에서 1인 가구를 '혼자라는 가족'으로 새롭게 해석한다. 또한, 스스로를 돌보며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자기 자신이 유일한 가족일 수밖에 없다는 선언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작가는 이 같은 현실을 오롯이 감당하고 있다.

"혼자 살기 위해 사람들은 첫 번째도, 두 번째도 경제력을 꼽는다. 과연 그럴까. 가령 한 달에 90만 원 정도의 생활비가 소요되었던 사람은 은퇴 후에는 조금 더 아껴 60만 원에도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한 달 150만 원의 생활비를 지출했던 사람이 월 60만으로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규모와 태도의 문제이다. 스스로 생계의 규모를 어떻게 결정할지, 생산적인 삶을 위한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오로지 자신만의 몫이다" - <혼자라는 가족> 중에서

김 작가는 40대 중반 이후 부터 사람을 만나면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아이가 몇 살이야?'라는 질문을 받고는 했다고 고백했다. 나이가 들면 당연히 결혼해서 누군가 함께 살고 있을 것이란 편견이 섞인 질문이다. 김 작가는 "혼자 산다고 떠벌일 일도 아니고 외롭다고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50대 중반을 넘긴 작가는 30년 홀로서기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혼자 수술을 결정하고, 혼자 장을 보고, 혼자 술을 마시고... 아무도 나를 바라보지 않는 삶, 나 역시 누구도 깊게 바라볼 필요를 느끼지 않는 삶(중략), 하지만 요즘에는 이런 생각이 든다. 까칠함 대신 품어냄이, '아니야' 말고 '그러자'라는 긍정의 말이, '아, 놔, 참' 보다는 '아, 네'라는 포용의 말이 더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고." - <혼자라는 가족> 중에서

김보리 작가는 마을 책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 노년과 나이 듦에 대해서도 부쩍 더 고민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김 작가는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든다. 마을 책을 만들고 인터뷰를 하면서 시골에 계신 노인분들을 많이 만났다. 그 분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자식들이 요양병원에 보내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이다. 또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 일과 이기도하다. 나이가 들어서 혼자 산다고 움츠려 들기 보다는 무엇인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 나이가 들어도 지금처럼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박혜진 대표도 "이 책은 비혼의 팁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형태로 살고 있는 또다른 가족들이 많다. 그들은 부족하고, 결핍이 있고, 문제가 있어서 그런 삶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그들도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가고 있는 또다른 가족(공동체)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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