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시선]총체적 난국 맞은 ‘새만금 잼버리’
촉박한 일정에 일회성 홍보 ‘전북도 전략의 실패’
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 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 온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총체적 난국을 맞았다. 집중호우 때마다 침수됐던 야영장이 또 물에 잠겼다. 배수 작업이 한창이지만 짧은 시간에 온전한 야영장을 만들어 대회를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을지 조차 의문이다.
잼버리 야영장은 당초 농업용지로 조성돼 물 빠짐이 원활하지 않고 기울기도 없이 평평해 비가 조금만 내려도 물이 고인다. 지난 5월 어린이날 연휴 때 140㎜ 비에도 야영장이 물에 잠겼으나 개선되지 않았다.
전북도와 조직위원회는 이달 말까지 가로 30m, 세로 40m 간격의 내부 배수로와 간이펌프장 200곳을 설치한다는 구상이나 안심할 수 없다. 또 기상청이 8월초 잼버리 기간에도 집중호우를 예보하고 있어 우려가 더 커진다.
장마 뒤 기습할 폭염도 문제다. 가장 더운 8월 초에 그늘이 없는 간척지에서 열리는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 평균적으로 32도를 웃도는 날씨가 계속되는데다 바다를 메운 탓에 한낮 일조량도 많다.
8년 전 새만금과 환경이 비슷한 매립지에서 열렸던 일본 잼버리에서 폭염에 의해 참가 대원들이 고생했던 전례가 있었는데도 준비가 크게 부족하다. 조직위는 7.4km에 걸쳐 넝쿨식물로 터널을 만들고 내부 안개분사 시설을 설치해 열기를 줄이겠다고 하지만 역부족일 듯하다.
또 전북도가 앞세우는 대형 국제행사라는 거창한 구호에 맞지 않게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전국은 물론 전북에서 조차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제대로 붐 조성이 되지 않아 총체적 실패작으로 끝난 아태 마스터스대회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17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41차 세계스카우트 총회에서 잼버리를 유치했을 때 기대감은 대단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이상의 국제대회라고 자랑했고 전담부서까지 만들어졌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났고 대회는 다가왔으나 새만금 잼버리 붐이 전혀 일어나지 않고 글로벌 행사라기엔 열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전북도는 뒤늦게 흥행 열기를 고조시키기 위한 홍보전을 전개하겠다고 하지만 이미 실기한 분위기다. 공중파 TV 예능 프로그램 한두 프로에 잼버리와 연계된 예능 콘텐츠를 선보이며 서울역과 용산역,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전광판 등에 홍보물을 띠우고 지하철 주요 역사 내부에도 홍보물을 표출하는 등 수도권 곳곳에서 홍보를 진행한다지만 접촉했다는 시민들은 별로 없다.
촉박한 시점에 전개하는 일회성 홍보로는 잼버리는 물론 어느 행사든 국민의 관심을 끌어 올릴 수 없다. 한마디로 전라북도 전략의 실패다. 보다 이르게 시작해 시간을 가지고‘잔잔한 홍보활동’을 벌였어야 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북도와 14개 시군이 새만금 잼버리 막바지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각 시군별 현장운영본부를 가동해 질서 있는 영외 활동을 지원하는 등 잼버리의 성공 개최를 위해 힘을 모으고 있으나 준비가 더딜 뿐이다.
새만금 세계잼버리는‘너의 꿈을 펼쳐라(Draw your dream!)’라는 주제로 8월 1일부터 12일간 152개국에서 4만3000명의 청소년들이 참가해 꿈과 모험심을 키우는 체험을 하게 된다. 세계잼버리는 1920년 런던 올림피아 스타디움에서 제1회 잼버리가 개최된 이래 이번이 25회로 스카우트 운동의 역사와 가치를 기리며 국가와 인종, 문화, 언어, 종교 등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다름을 인정하는 지구촌 최대 규모의 청소년축제다.
전북 입장에서 새만금 잼버리는 세계 청소년들의 꿈을 키우는 체험도 중요하지만 전북과 새만금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된다는데 의미가 크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철저히 준비하고 제대로 치러야 한다. 새만금에서 안전하고 재미있게 야영 활동을 한 청소년들이 향후 성장하여 새만금을 다시 찾을 때 그들은 전북의 친구가 되고 새만금의 후원자가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우려가 앞선다. 한여름 폭우와 폭염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준비가 턱없이 부족하다. 4만여 명의 청소년들이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만큼 식생활 안전과 감염병에 대한 대비가 완벽히 갖춰져있는지도 다시 점검해야 한다. 작년 핼러윈 축제기간 중 발생한 이태원 참사를 거울삼아 적절한 공간배치와 인원배분 등 안전사고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앞으로 1주일, 대회 성공을 결정할 중요한 시기다. 6년 넘게 준비한 국제행사가 세계 청소년과 청소년지도자들에게 불편하고 지탄받는 행사가 되어서는 안된다. 누가 봐도 실패한 아태 마스터스대회를‘성공적’이라고 자평하는 전라북도와 조직위원회만이 만족하는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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