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배경으로 유명한 곳 [가자, 서쪽으로]
[김찬호 기자]
요르단으로 가는 길은 멀었습니다. 텔 아비브에서 버스를 타고 네 시간을 넘게 달려야 이스라엘 남부의 휴양 도시, 에일랏에 도착합니다. 여기서 국경을 넘어 가면 요르단의 아카바입니다.
▲ 야카바 국경으로 가는 길 |
ⓒ Widerstand |
미디어에서 페트라가 등장할 때는, 주로 '알 카즈네'라는 건물이 등장합니다. 페트라 유적에서 가장 거대하고 보존이 잘 되어 있는 건물이죠. 저도 물론 알 카즈네의 모습만을 머리에 담고 페트라에 방문했습니다.
▲ 페트라 버스정류장 앞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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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페트라를 보기 위해 다시 그 언덕을 내려가야 했습니다. 이른 아침에 출발했는데도 해가 뜨겁습니다. 비싸기로 유명한 페트라 입장권을 구매했습니다. 1일권이 50디나르로, 9만 원에 가까운 요금입니다.
물론 페트라의 입장권이 비싼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요르단은 서남아시아에 위치해 있지만, 석유가 나는 산유국은 아닙니다. 국가 재정의 상당 부분이 관광업을 비롯한 서비스업에서 나오고 있죠.
그런 현실적인 문제를 떠나서도, 페트라는 거대한 유적군입니다. 페트라에 입장한 뒤 20여 분을 걸으면 페트라 협곡에 도착합니다. 그 협곡 사이로 난 길을 따라 30여 분을 더 걸어야 가장 유명한 알 카즈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죠.
▲ 알 카즈네 |
ⓒ Widerstand |
정상인 듯 보이는 곳에 도착해, 옆을 돌아보니 바로 거대한 수도원이 보였습니다. 이제는 아무 것도 남지 않은 건물입니다. 바위산을 깎아 만든 거대한 외벽만이 아직 육중하게 서 있는 유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아무 것도 남지 않은 건물 앞에서, 저는 이 산을 오른 것이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수도원으로 향하는 바위산 |
ⓒ Widerstand |
지금 페트라에 남아 있는 유적들은 주로 기원 전후에 건설된 것입니다. 일부는 그리스나 로마 문화의 영향을 받았고, 그러면서도 이 지역의 전통적인 양식이 짙게 남아 있죠. 번성했던 도시의 흔적은 폐허가 되어 남아 있습니다.
페트라가 버려진 것은 기원후 4세기 무렵에 벌어진 지진 때문이었습니다. 이후 서서히 몰락하던 도시는 어느새 사라졌습니다. 물론 이 부근에 거주하던 사람들은 도시와 유적의 존재를 알고 있었죠. 하지만 협곡 안의 도시는 이방인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로 다시 1500여 년의 세월을 지나게 됩니다.
▲ 페트라 협곡 |
ⓒ Widerstand |
협곡 속에 위치해 물과 바람의 영향을 적절히 피한 것이 페트라가 오랜 기간 보존될 수 있었던 이유라고 합니다. 사막 한 가운데, 습도가 낮은 땅이었던 것도 물론 파괴의 우려를 덜어 주었죠.
▲ 수도원 |
ⓒ Widerstand |
주변의 바위산을 둘러 봅니다. 사람의 발길이 닿을 일도 없을 것 같은 이 높은 산 위에도 거대한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2천 년이 흘러도 그 건물은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흔적 앞에 2천 년 뒤의 사람인 제가 다녀갔다는 사실을 생각합니다.
이 수도원을 만나기 위해, 오직 페트라를 만나기 위해 제가 쓴 시간을 생각했습니다. 오직 페트라를 만나기 위해 쓴 며칠의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은 사라져도 도시는 남았습니다. 바위산은 남아 오늘도 여행자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 도시는 1천 년 넘는 시간을 기다려, 다시 사람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깊은 협곡 안과 바위산 위, 여전히 무너지지 않고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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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개인 블로그. <기록되지 못한 이들을 위한 기억, 채널 비더슈탄트(CHwiderstand.com)>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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