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장관 "우크라, 러 점령지 50% 수복…매우 힘든싸움 예상"

젤렌스키 "지뢰제거에 발목잡혀"
푸틴 "반격작전 있었지만 실패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장관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전쟁 초반 점령당했던 영토의 절반 이상을 수복했으며 앞으로 반격작전이 수개월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반격 작전을 "실패"로 규정한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이 매설한 지뢰 때문에 보급이 늦어져서 반격 작전이 더디게 진행 중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기 단계의 탐색전에 너무 많은 시간과 자원이 소모되고 있다며 자칫 반격 기회를 살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블링컨 장관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전쟁 초기 잃어버렸던 영토의 50% 이상을 이미 수복했다"며 "반격작전은 아직 초반에 불과하며 향후 1~2주 내로 결판이 나는 것이 아니라 최소 수개월은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추가적인 영토 회복을 위한 싸움은 매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해당 발언은 우크라이나의 반격 작전을 아예 실패라고 언급한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23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스트렐나 지역의 콘스탄티노프스키궁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회동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존재했었지만 실패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실제 우크라이나군은 이달 초부터 대대적인 반격작전에 나섰지만 좀처럼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이미 지난 9월 이후 주요 전선지대에 지뢰를 매설하고 미사일 방어기지 등 방어태세를 단단히 갖춘 상태다. 우크라이나군은 서방에서 지원한 탱크 등 지상군으로 전선돌파를 시도했지만, 러시아군의 방어선과 제공권 장악 실패 등을 이유로 번번이 돌파가 무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지지부진한 전선 상황에 답답해하고 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크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21일 아스펜 안보포럼에 영상으로 참여해 "원래 봄철에 대반격을 시작할 계획이 있었지만, 탄약과 병력 부족으로 결행하지 못해 다소 늦게 시작됐다"며 "러시아군이 매설한 지뢰제거로 반격 시간이 오래걸리고 있지만 조만간 모두 제거되면 반격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방어선을 좀처럼 뚫지 못하고 탐색전만 지속되고 있다며 오히려 조기에 병력이 소모돼 대반격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마이클 클라크 전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사무총장은 CNBC에 "우크라이나의 반격작전은 탐색전과 병력투입, 2개 단계로 구성돼있는데 탐색전에 너무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있다"며 "탐색전에 병력소모가 계속 커지면 실제 의미있는 반격 작전 때는 병력이 부족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