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 치매, 암까지… 수면무호흡증, 모든 질병에 영향"

신은진 기자 2023. 7. 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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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수면무호흡증 명의’ 건국대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조재훈 교수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라고 한다. 그런데 스트레스만큼이나 전신 건강에 영향을 주는 존재가 있다. 바로 수면무호흡증이다. 코골이가 심한 병 정도로 취급되는 질환이지만 수면무호흡증의 파급력은 생각보다 더 크다. 사람들이 많이 알지 못할 뿐 스트레스만큼이나 전신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 수면무호흡증은 말 그대로 잠을 잘 때 잠시 숨을 멈췄다가 다시 쉬기를 반복하는 일일 뿐인데 어떻게 건강을 망친다는 걸까? 수면무호흡증 명의 건국대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조재훈 교수를 만나 수면무호흡증의 합병증과 이를 예방하기 위한 수면무호흡증 치료법에 대해 들어봤다.

조재훈 교수/신지호 기자 ​
-코골이는 병이 아닌데, 수면무호흡증은 병인가?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무호흡 상태가 반복되는 질환이다. 반면 코골이는 숨은 쉬는데 숨구멍이 좁아져 목젖 부근이 떨리며 소리가 나는 것이다. 이 상태가 심해져 숨구멍이 막히게 되고 수면무호흡증으로 진행한다고 알려졌다. 수면무호흡증 증상 중 하나가 코골이인 이유이다.

수면무호흡증은 코골이 외에도 굉장히 다양한 증상이 있다. 환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은 낮에 굉장히 졸리고 피곤한 것이다. 실제 낮 졸림 현상으로 작업장 사고가 일어나는 일도 많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두통이 심한 사람도 많고, 성기능 장애를 겪는 사람도 있다. 수면 중 다리를 떨고 뒤척거리는 경우도 있다.

-수면무호흡증이 발생하기 쉬운 사람이 따로 있나?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남성, 고령자가 많다. 남성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많은 이유는 남자 중에 살찐 사람이 더 많고, 술도 더 많이 많기 때문이다. 여성은 폐경기 이후 환자가 많다. 여성호르몬이 코골이를 막아주는 효과가 있어서다. 폐경 이후엔 남녀 환자의 수가 비슷하다.

고령 환자가 많은 건 나이가 들면서 살이 찌는 사람이 많아지고, 살이 찐 부위의 근육이 약해지는 영향이다. 근육의 힘이 약해지면 수면 중 기도가 막히기 쉬워진다.

-나이가 들며 자연스럽게 생긴 현상인데 꼭 치료를 해야 하나?
수면무호흡증은 나이가 들며 자연스럽게, 너무 흔하게 발생하는 증상이지만 확실히 병은 맞다.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나이가 같아도 수면 무호흡이 없는 사람보다 있는 사람에서 훨씬 다양한 합병증이 생기기 때문이다.

-얼마나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하나?
수면무호흡증은 굉장히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한다. 가장 잘 알려진 건 심혈관계 질환이다. 운이 나쁘면 수면무호흡증이 심장마비나 부정맥 등 여러 심장 관련 합병증을 일으켜, 그로 인해 사망하기도 한다.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고혈압은 50%, 울혈성 심부전은 25%, 심장마비는 30%, 뇌졸중은 60% 증가한다. 수면무호흡증이 담배나 고혈압만큼 심각한 심혈관계 합병증을 유발한다고 생각하진 않으나 연관성이 있단 건 분명하다.

수면무호흡증은 전신의 장기도 망가뜨린다.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최소 10초간 숨을 쉬지 않는 것으로, 무호흡 시간이 1회에 3~4분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이 과정이 수면 중 수차례 반복되면 우리 몸은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아 교감신경계가 자극되고 심장에 무리가 간다. 시간이 갈수록 장기가 서서히 망가져 합병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한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깊은 잠을 자지 못해 문제가 더해진다. 잠은 얕은 잠과 깊은 잠으로 구분하는데, 깊은 잠을 많이 자야 낮에 과로한 장기들도 회복된다. 그런데 깊은 잠을 못 자게 되면 장기 회복력이 떨어져 장기가 손상된다.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수면무호흡증은 장기를 손상시키고 합병증을 유발한다.

-수면무호흡증이 유발하는 또 다른 합병증은 무엇이 있나?
수면무호흡증은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질환과 크고 작은 연관성이 있는데, 관련성이 가장 크다고 알려진 건 뇌 질환이다.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기억력이 떨어지고 치매 발생 위험도 더 커진다. 우울증도 더 흔하게 발생한다. 그 외에는 당뇨, 피부 질환, 근골격계 질환 발생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졌다. 최신 연구에선 수면무호흡증이 각종 암 발생 위험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무호흡증이 어떻게 암까지 유발하나?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했는데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암이 수면무호흡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정확한 기전은 알 수 없으나 숨을 멈췄다가 다시 쉬었다 하는 과정에서 활성산소가 과량 생성돼 암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해 깊은 잠을 자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고, 피로가 누적되는 등의 문제는 우리 몸의 면역기능을 떨어뜨려 그로 인해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게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

연구에선 수면무호흡환자에서 유독 발병위험이 큰 암도 있었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은 혈액암, 뇌질환, 유방암, 갑상선암 발병률이 특히 높았다.

꼭 수면무호흡증 때문에 위와 같은 암이 발생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수면무호흡증이 일정 수준 이상의 암 발생 위험도를 높인다는 건 확실하다.
조재훈 교수가 수면무호흡증 합병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지호 기자
-같은 병에 걸려도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예후가 더 안 좋은가?
그렇다. 예를 들어 고혈압의 경우, 같은 고혈압 환자임에도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존재한다.

실제로 심장내과에서 고혈압 치료를 받는 환자 중엔 약을 아무리 사용해도 듣질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을 조사해보니 수면무호흡증이 동반된 경우가 많았다. 이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하니 약이 굉장히 효과가 있어 혈압이 크게 개선됐고, 일부는 고혈압약을 먹지 않고도 혈압이 떨어졌다. 당뇨환자도 비슷한 사례가 많다. 약으로 혈당조절이 되지 않아 고생했던 환자들을 추가 검사해보면 대부분 수면무호흡증이 있고, 수면무호흡증 치료를 했더니 혈당이 정상화된 사례가 다수 있다. 다른 질환을 다루는 의사들에게 환자의 예후가 좋지 않으면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건 아닐까 의심하고, 검사를 해달라고 할 정도이다.

-수면무호흡증의 합병증 예방법이 있을까?
일단 수면무호흡증이 있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 그래야 치료도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환자 자신이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같이 자는 부인이나 남편, 자식 등 옆 사람이 열려줘야만 문제를 인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면무호흡증 진단은 어떻게 할 수 있나?
정확한 진단을 받고 싶다면 수면다원검사를 꼭 해야 한다. 수면무호흡증은 CT나 MRI를 찍는다고 확인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수면무호흡증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수면다원검사뿐이다.

굉장히 번거로운 검사이긴 하다. 검사를 위해 약 8개 종류의 센서를 몸에 부착하고 하루를 병원에서 자야 한다. 불편한 검사이지만 가장 정확하게 수면무호흡증을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다. 여러 간이검사법이 개발됐고 사용도 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여러 치료 혜택을 받기 위해선 수면다원검사를 받아야만 한다.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무엇을 알 수 있나?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가장 중요한 정보는 '수면무호흡 지수'다. 수면무호흡 상태가 1시간에 5회 이상(1회 10초 이상) 있을 때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하고, 횟수에 따라 중증도를 구분한다. 1시간을 기준으로 수면무호흡지수가 1~15회면 경도, 15~30회면, 30회 이상은 고도 수면무호흡증이라고 한다. 수면무호흡 합병증은 수면무호흡 지수가 15~30회 일때부터 부터 늘어난다.

-수면다원검사를 수면관련 앱으로 대체할 수는 없나?
많이 정확해졌다지만 수면다원검사와 비교하면 정확도가 아직은 굉장히 많이 떨어진다. 물론 앱을 이용해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해볼 수는 있겠으나 정확한 진단을 기대하긴 어렵다. 앱을 사용해 수면무호흡증이 의심된다는 결과를 확인했다면 정식으로 수면다원검사를 해봐야 한다.

수면무호흡증은 양압기, 수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신지호 기자
-합병증이 흔하면 치료는 어떻게 하나?
일단 수면무호흡증이 의심되는 환자에겐 검사할 때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이 있는 지 꼭 물어보고, 동반질환이 있다면 꼭 함께 치료할 것을 권유한다. 첫 번째는 체중감소다. 수면무호흡증의 가장 중요한 위함 인자 중 하나가 비만이라서다. 체중 감소는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치료법이다.

그다음은 운동이다. 운동은 그 자체로 수면무호흡증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살이 찌지 않는 사람도 운동하면 수면무호흡증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신기하게도 팔다리 운동만 해도 상기도 근육이 튼튼해져 숨구멍이 덜 막히게 되고, 수면무호흡증도 개선된다. 그래서 항상 환자들에게 운동하고 살을 빼라고 강조하는데 대부분은 실패한다.

세 번째 방법이 양압호흡기(양압기)다. 양압기는 일종의 공기펌프로 수면무호흡증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공기를 직접 불어넣어 막힌 숨구멍을 뚫어주는 거다. 기계의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보통 200만원 이상의 고가의 장비이지만,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돼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은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다. 굉장히 효과적인 치료법이나 불편해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30% 정도다.

이들에겐 네 번째 치료법인 수술치료법을 권한다. 이전엔 양압기보다도 수술치료를 더 많이 했다. 고통스럽더라도 한 번에 수면무호흡증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고자 수술을 많이 했는데, 효과가 생각만큼 좋지 않았다. 최근엔 수술법이 다양해지긴 했다. 마지막 치료법으로는 구강 내 장치가 있다. 장치를 물게 되면 아래턱이 앞으로 잡아당겨지면서 상기도가 넓어지고, 증상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치료하면 완치되나?
양압기의 경우 잘 때마다 평생 사용해야 한다. 쓸 때만 좋아진다. 양압기를 한 번 사용했다 해서 수면무호흡증이 없어지진 않는다. 수면무호흡증이 완전히 없어지는 건 굉장히 비만한 사람이 몸무게의 20~30%까지 체중을 감량했을 때 정도다. 보통의 경우엔 이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수면무호흡증은 계속 관리를 하는 질환이다. 가장 확실한 치료법안 살 빼기이므로 체중을 감량하고, 근력 운동을 하며, 금주·금연해야 한다. 술을 마시면 근육이 이완해 숨구멍이 막히기 쉬워지고, 담배를 계속 피우면 상기도 점막이 부어 숨구멍을 막으면서 수면무호흡증이 악화한다. 이는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한 합병증을 예방하는 방법과도 같다.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하고 있거나 진단 후 치료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의심이 된다면 검사를 해보는 수밖에 없다. 당장 검사가 어렵다면 핸드폰 녹음 기능을 이용해 녹음한 후 나중에 다시 들어보길 바란다. 코를 많이 골다가 멈추는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런 순간이 많다면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하고 병원에 가 적극적으로 치료하길 바란다. 수면무호흡증이 굉장히 다양한 합병증과 관련돼 있음이 점점 더 밝혀지고 있기에 반드시 치료받길 바란다.

조재훈 교수/신지호 기자 ​
조재훈 교수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원 졸업(의학박사) 후 국군수도통합병원 이비인후과 과장 등을 거쳐 현재 건국대병원에서 연구지원센터장을 맡고 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 간행이사, 대한수면호흡학회 국제이사 등을 역임하고 있다. 대한비과학회 학술상, 건국대학교병원 우수연구자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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