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해저케이블 자체 조달 차질 예상…‘전선 메이저’ 몸값 뛴다

황민혁 2023. 7. 24.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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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의 해저케이블 자체 조달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풍력발전 같은 신재생 에너지 발전의 증가로 해저케이블 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급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24일 전선 업계에 따르면 2040년까지 미국·유럽 내 초고압 송전용 해저케이블 수요·공급 격차는 지속해서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전선 메이저가 지역 내에 포진한 유럽과 달리 자국 국적의 해저케이블 생산 기업이 전혀 없는 미국의 우려는 더욱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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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동해항에 정박한 포설선에 LS전선 동해사업장에서 생산한 해저케이블이 실리고 있다. LS전선 제공

미국과 유럽의 해저케이블 자체 조달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풍력발전 같은 신재생 에너지 발전의 증가로 해저케이블 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급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해저케이블 생산 역량을 갖춘 소수 ‘전선 메이저’들의 몸값 상승을 예측한다.

24일 전선 업계에 따르면 2040년까지 미국·유럽 내 초고압 송전용 해저케이블 수요·공급 격차는 지속해서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연간 해저케이블 예상 부족량(예상 수요-예상 공급)은 2030년 410㎞(1160㎞-750㎞), 2040년 2303㎞(3053㎞-750㎞)로 전망된다. 유럽은 2030년, 2040년 각각 181㎞(2310㎞-2129㎞), 1280㎞(4559㎞-3279㎞)의 해저케이블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저케이블 수요의 급증은 ‘정해진 미래’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지구 둘레(약 4만㎞)를 다섯 바퀴 이상 감을 수 있는 길이(약 23만㎞)의 해저케이블이 30년간 추가 설치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표적으로 해상풍력 단지 신규 건설은 ‘전선 먹는 하마’다. 바다 위에 새로운 풍력 발전소를 지으면 이를 지상의 전력 수요처 및 전력망과 연결해야 한다.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해저케이블이 한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해상풍력 용량이 2020년 34GW에서 2030년 228GW로 뛰고, 2050년 1000GW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 간·대륙 간 ‘연결’도 해저케이블 수요를 자극한다. 지난 5월 LS전선은 네덜란드 국영 전력회사 테네트에 2조원 규모 초고압직류송전(HVDC) 전선을 납품하기로 했다. 납품된 해저·지중케이블은 북해 해상풍력단지와 유럽 내륙을 연결하는 데 사용될 뿐 아니라,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내륙 주요국 간 전력망을 연결하는 데도 쓰인다.

반면 해저케이블 공급은 수요에 비해 느리게 증가한다.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하고, 기술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소수의 전선 메이저들이 해저케이블 시장을 지배하는 이유다. 전 세계에서 대규모 송전용 해저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LS전선(한국), 프리즈미안(이탈리아), 넥상스(프랑스), NKT(독일), 스미토모(일본) 등 6개뿐이다. 이중 LS전선, 프리즈미안, 넥상스, NKT 등 4개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85%다. 미국 내 해저케이블 생산 공장을 보유한 기업은 넥상스가 유일하며, 프리즈미안 한 곳만이 미국 내 신규 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제정하면서 해상풍력 관련 세제 혜택은 미국산 부품 비중이 20%만 넘으면 되도록 했다. 이는 40%를 넘어야 하는 태양광, 전기차·배터리 등의 분야보다 기준을 완화한 것이다. 기준을 낮춰도 높은 진입 장벽 탓에 미국산 조달이 사실상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전선 수급은 탈(脫)탄소 경제로의 이행, 전력망 안정 등과 직결하는 ‘안’ 의제로 여겨진다. 주요 전선 메이저가 지역 내에 포진한 유럽과 달리 자국 국적의 해저케이블 생산 기업이 전혀 없는 미국의 우려는 더욱 크다.

현재 한국에서 유일하게 장거리 송전용 해저케이블을 생산하는 LS전선 측은 “미국 및 유럽 현지 진출과 관련해 당장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다만 현지 시장 상황, 새로운 정책적 유인책이 제시될 가능성 등은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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