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건설현장]①"사채 끌어와 급여 줘"..시행사 부도에 중소건설사 '줄폐업 위기'

차완용 2023. 7. 24.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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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폐업에 내몰리는 중소건설사
지방 중소건설사 줄폐업 우려
전국 미분양 가운데 84.3%가 지방

편집자주 - 건설·주택업계의 한숨 소리가 짙게 들려온다. 시행사·시공사·분양사 등 사업자들은 지난해보단 올해가, 올해보단 내년이 더 걱정이라고 한다. 주택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통계는 이들에게 큰 의미가 없다. 특정 지역, 대형사 등에 국한된 내용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오늘은 어디가 폐업할지, 혹시 우리도 폐업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한가득하다.

전라도 권역 20위권 내의 A건설사 대표는 최근 사채를 끌어와 직원들의 월급을 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업이 거의 없었던 데다, 간혹 사업이 진행돼도 급등한 인건비·원자잿값 단가를 맞추지 못해 적자가 쌓였다. 그는 지금 심각하게 폐업을 고민 중이다.

경기도 사업을 주로 시행해 온 소형 B건설사는 지난 4월 부도처리 됐다. 중견 건설사 몇몇 곳의 하청 사업을 주로 진행해온 이 업체는 시행사의 부도에 따른 도미노 부도의 희생양이 됐다.

건설·주택업계가 부동산 시장 침체와 자금 경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자금력이 낮은 중소건설사나 지방권 건설사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 자금시장 경색,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견디지 못하고 부도 및 폐업에 내몰렸다. 늘어난 주택 매매 거래량, 수만 대 1의 청약경쟁률, 미분양 감소, 살아난 주택 구매 심리, 해외건설 수주 실적 최근 5년 내 최대치 등의 이야기는 중소건설사에겐 낯설기만 하다.

상반기에만 종합건설사 248곳 폐업…12년 만에 최대치
서울의 한 건설현장의 모습.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강진형 기자aymsdream@

24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의 폐업 공고 건수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1~6월) 248개의 종합건설사가 폐업했다. 작년 같은 기간(150건)보다 65% 증가했고,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쳤던 2011년 상반기(310건) 이래 12년 만에 최대치다.

종합건설사 중에서도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100~300위권 중견건설사도 여럿 무너졌다. 올해에만 대창기업(109위)·신일건설(113위)·에치엔아이엔씨(133위)이 회생절차에 들어갔으며, 지난해엔 우석건설(202위)·동원산업건설(388위)·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등이 부도를 맞았다.

건설업계 구조는 크게 발주자(시행사) → 원도급자(종합건설사) → 하도급자(전문건설업체)로 이어지는데, 이 중 종합건설사는 원도급자에 해당한다. 중간에 위치한 종합건설사 폐업 증가는 곧 시행사와 전문건설업체의 폐업이 증가했음을 뜻한다. 특히 가장 밑단인 하도급자는 원도급자 폐업에 더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올해 상반기 폐업 신고를 한 전문건설업체는 1546개 사에 이른다. 작년 같은 기간의 1263개 업체보다 18.3%(283개) 증가했다. 이는 최근 5년 내 분기 최대치다.

금융권 대출 막힌 중소건설사…‘연쇄 부도’ 공포 엄습

건설업계에선 지방 권역 중소건설사의 줄도산을 걱정한다.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쌓이고, 자금 회수가 어려워지면서 지방 중소건설사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방 주택시장은 여전히 침체가 심각하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5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6만8865가구 가운데 84.3%에 달하는 5만8066가구가 지방에 몰려 있다. 장기간 계속돼온 미분양 사태가 해소는커녕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데다 기존 계약자마저 중도금이나 잔금을 연체하는 사례가 급증해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10여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연쇄 부도’의 공포에 내몰리고 있을 정도다. 금융권에서는 미분양이 많은 주택업체 등을 대상으로 재평가작업에 들어갔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지방 및 중소 건설사의 금융권 대출길은 거의 막혀 있는 상태다. 최근 저축은행들이 잇따라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건설사들은 신규사업을 위한 PF대출은 물론이고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조차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상당수 건설사가 당장 회사를 꾸려나갈 운용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여유 자금이 없는 지방의 중소형 건설사들은 현재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금리를 버틸 체력이 없다"며 "특히 악성 미분양이 급증하고 있는 지방은 건설사의 줄폐업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건설사 폐업 증가 → 공급 시스템 붕괴, 실업대란으로 이어져

건설업계의 폐업 증가는 향후 주택공급 시스템 붕괴, 실업대란 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커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누계 주택 착공 물량은 7만7671가구로, 이는 전년 동기 14만9019가구 대비 47.9% 급감했다. 수도권은 4만1703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48.3%, 지방은 3만5968가구로 47.4% 줄었다. 최근 10년 평균 착공실적과 비교하면 수도권이 47%, 지방이 61% 감소한 수치다.

분양승인 실적 역시 후퇴하고 있다. 같은 기간 전국 공동주택 분양실적은 4만6670가구로 전년 동기(9만6252가구) 대비 51.5% 줄었다. 수도권 분양실적은 2만8554가구로, 1년 전보다 40.7%, 지방은 1만8116가구로 62.3% 줄었다.

건설사 주택수주액도 올해 들어 급감하는 추세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건설수주액은 지난 1월 20조5652억원을 기록한 뒤 2월 13조4494억원, 3월 13조5427억원, 4월 10조9126억원 등으로 4개월 연속 급감했다. 총 누적 건설수주액은 58조469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4% 감소했다.

아파트 입주가 통상 인허가 기준 3~5년 뒤, 착공 2~3년 뒤에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인허가와 착공 실적 급감은 향후 주택 공급 부족으로 직결될 공산이 크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은 2025년 입주 물량이 19만353가구로 2024년 대비 46% 줄어들고 이후 2026년 4만3594가구, 2027년 4770가구로 공급 가뭄 수준을 보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실업률 증가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일용직 임금근로자는 108만7000명이다. 전년 동기대비 9.1%(10만8000명)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10.6%)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다. 일용직 근로자는 지난 2019년 3분기(-2.1%) 이후 15분기 연속으로 줄고 있지만 최근 감소 폭이 커지는 모습이다.

차완용 기자 yongch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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