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급전 없는데…사회지도층의 주식·부동산·코인 사랑 [기자수첩-정치]
고위공직 맡은 동안에도 꼭 투자로
재산을 불려야 속이 시원하겠는가
'코인 열풍'이 한창이던 때, 지금은 경제 관련 단체장을 맡고 있는 A교수가 IT전문가로 알려진 B 전 장관과 함께 골프에 나섰다. 캐디는 라운딩을 하는 골퍼가 저명한 B 전 장관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눈을 빛내며 "코인에 투자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틈날 때마다 물었다.
거듭되는 질문에 B 전 장관은 얼른 답해주고 라운딩에 집중하고 싶었는지 "한 1억 원 정도만 한 번 해본다는 생각으로 '잡코인' 말고 비트코인 같은 메이저 코인을 사보라"고 답했다.
대답을 들은 캐디는 샐쭉해져 말이 없어졌다. 라운딩을 마치고 사우나에 들어온 A교수는 B 전 장관을 향해 "1억 원이 당신에게야 '1억 원 정도'지만, 저 캐디는 빚까지 끌어다 만들어야할 돈일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대답을 하느냐"고 타박했다. 그제서야 B 전 장관도 아차 싶어 말없이 눈만 끔뻑끔뻑했다고 한다.
서민경제는 피가 마르는 상황이다. 금융권의 연체율이 치솟고 더 이상 대출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급전이 없어 사라져가던 업종인 전당포가 부활할 지경이다. 당장 현금 한 푼이 아쉬운 국민들의 삶은 '사회지도층'에게는 다른 나라 이야기인 듯 하다. 여윳돈이 어찌나 넘쳐나는지 주식으로, 부동산으로, 코인으로 투자해 굴리기에 바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신이 대선후보로 나섰던 지난해 3·9 대선에서 패배한 직후에도 현대중공업 등 2억여 원의 방위산업체 주식을 사들였다. 같은 민주당 의원조차 "대선 패배는 이재명 개인의 패배를 넘어선 당의 패배이고 당을 지지한 수많은 사람들의 패배인데, 그 패배에 다들 널브러져 있는 상태에서 대선후보였던 사람이 혼자 제정신으로 주식 거래를 해 사익을 노렸다"며 경악한 재테크였다.
진보 성향 이미선 헌법재판관은 2019년 인사청문회를 받을 때 내외가 35억여 원의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밝혀져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들 부부는 5400여 회의 주식 거래를 하며 종목에 따라 수십에서 수백%의 수익을 올렸다. 청문회 당시 국회의원들도 놀라 "왜 이렇게 주식이 많으냐" "워런 버핏이나 조지 소로스처럼 전업 투자를 하며 살지, 왜 헌법재판관이 되려 하느냐"고 질의했을 정도다.
최근 정국 초미의 쟁점인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은 국민들 앞에서 우리 '사회지도층'의 땅 사랑 실태만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원안 종점과 변경안 종점, 중간에 새로 설치된 IC 주변을 들쑤실 때마다 여지 없이 현직 대통령의 처가, 전직 국무총리, 전 청와대 비서실장, 전직 장관, 전직 군수 본인과 배우자 명의의 땅이 튀어나오고 있다.
선산에 전원주택, 이웃 할머니가 '내 땅을 사달라'고 부탁했다는 말에 배우자가 3억여 원을 쾌척해 '쓸모 없다는 땅'을 사들였다는 '감동실화'까지 땅을 보유하고 있는 명목도 각양각색이다.
어디로 노선을 휘더라도 고위공직자의 땅을 피해서는 고속도로를 놓을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터라, 자기 명의 땅 한 평 없는 평범한 일반 국민들은 마치 양평군 전체가 고위공직자들에 의해 분할된 것마냥 느껴져 어리둥절할 뿐이다.
코인은 또 어떤가. 국민을 대신하는 대의대표로 공직후보자를 검증하는 인사청문회가 열리는 상임위 도중에도 코인 매매에 열을 올렸던 김남국 의원의 사례에서 국민들은 이미 충분한 충격을 받았지만, 이외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코인 보유 사례가 줄줄이 뒤따르고 있다. 하나 같이 "몇천만 원 수준"으로 "한 번 해본 것"이라니, 일반 국민과 의원들은 캐디와 B 전 장관처럼 서로가 이해하기 어려운 간극을 사이에 두고 살고 있는 것 같다.
금태섭 전 의원은 "국민들은 고위공직자들은 일반인들이 접하기 힘든 정보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고위공직자가 주식을 하면 안된다. 국민의 신뢰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금 전 의원은 주식만 콕 찝어 언급했지만, 부동산이나 코인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오르는 물가, 떨어지는 돈가치 속에서 현금이나 국·공채를 들고 있기 싫은 심정은 이해하겠지만, 명예와 권력이 따르는 고위 공직을 맡고 있는 동안에까지 꼭 주식·부동산·코인을 굴리며 재산을 불려야 속이 시원할까. 위정자와 그 배우자, 친인척들의 보다 현명한 '재테크 처신'을 기대하는 것은 언제까지나 무리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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