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옆이 최고?… ‘산단’ 아파트에 쏠리는 눈

강창욱 2023. 7. 24.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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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 처인구 남사읍 일대를 담은 위성 사진. 한가운데 6700여 가구 규모로 조성된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가 보인다. 네이버지도


경기 침체 우려, 부동산 심리 위축으로 웬만한 집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 시장이지만 지방이라도 “산업단지 인근 아파트라면 얘기가 다르다”며 특정 단지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 대규모 회사 밀집 구역인 ‘산단’이 그 자체로 거대한 배후수요 노릇을 하는 데다 경기나 부동산 시장 분위기에도 덜 휘둘릴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최근 자주 거론되는 사례는 경기 용인 처인구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다. 2015년 10월 공급 이후 7년 가까이 ‘미분양 무덤’으로 꼽힌 이 아파트는 단지가 자리 잡은 남사읍이 올해 3월 15일 옆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낙점된 뒤 세간의 시선이 확 바뀌었다.

23일 기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보면 가장 가구수가 많은 용인한숲시티 5단지 전용면적 84㎡는 올해 3월 초만 해도 3억3500만~3억5700만원이던 매매가격이 같은 달 중순 이후 4억7500만원까지 단숨에 1억원 넘게 뛰었다. 최대 42% 상승이다. 이후로도 지금까지 4억3000만원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고 있다. 호가 상단은 5억원까지 올라왔다.

한때 이 아파트 별명은 단지명을 비꼰 ‘한숨시티’였다. 모두 6개 단지로 전체 6700가구 넘는 물량이 한꺼번에 공급됐는데 평(3.3㎡)당 분양가가 평균 800만원도 안 됐음에도 70% 가까운 미분양을 냈다. 용인에서도 외곽인 데다 주변이 대부분 논밭으로 허허벌판이나 다름없어 관심을 받기 어려운 단지였다. 2018년 6월 입주 후에도 세입자나 매수자가 붙지 않아 분양가보다 싸게 집을 내놨지만 그마저 잘 팔리지 않았다.

이 아파트는 7000가구에 달하는 규모에도 올해 1월 매매가 11건, 2월에도 24건에 불과할 정도로 인기가 없었다. 그러다 3월에 110건으로 늘었는데 이 중 88건이 산단 후보지 발표일인 3월 15일 이후 거래다. 거래량은 3월을 정점으로 4월 25건, 5월 13건, 지난달 9건으로 매달 줄었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쉽게 내놓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용인한숲시티는 여러 사례 중 하나다. 산단 호재는 특정 단지가 아닌 해당 지역 부동산 시장을 들어올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로 용인 처인구 아파트값은 산단 발표 직후인 3월 4주차부터 7월 3주차까지 17주 연속 오르며 4.37% 상승했다. 대전 유성구는 올해 2월 690가구였던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나노·반도체 및 우주항공 특화 산단 조성 계획이 발표된 3월 64가구로 대폭 감소했다.

최근 공급 단지 분양 성적을 보더라도 ‘산단 프리미엄’에 대한 시장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이다. 충북 청주 테크노폴리스에 조성되는 ‘신영지웰 푸르지오 테크노폴리스 센트럴(73.75대 1)’ ‘해링턴 플레이스 테크노폴리스(57.59대 1)’ ‘청주 테크노폴리스 힐데스하임(75.27대 1)’은 모두 두 자릿수의 평균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신영지웰 푸르지오 테크노폴리스 센트럴은 전용 84㎡ 3개 타입은 264.98대 1부터 102.44대 1까지 세 자릿수 경쟁률을 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배후에 둔 경기 평택 고덕신도시 ‘고덕자이 센트로’도 평균 45.33대 1로 흥행에 성공했다.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에 짓는 ‘에코델타시티 푸르지오 린’(12.11대 1)’도 미래 입지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았다. 에코델라시티는 ‘스마트 시티’를 표방한 신도시로 복합 물류 및 산업 중심 국제 거점 도시를 목표로 삼고 있다. 부산시는 에코델타시티 기업 유치 전용구역에 ‘그린 데이터센터 집적단지’를 지정하고 입주 기업 모집에 나섰다.

새로운 ‘산단 옆 아파트’ 공급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차전지 기업 40여개가 입주한 청주 오창읍 오창과학산업단지에 ‘더샵 오창프레스티지’가, 인공지능(AI) 기반 첨단도시로 조성 중인 광주연구개발특구 첨단3지구에는 ‘힐스테이트 첨단센트럴’이 각각 다음 달 분양시장에 나온다. 광주첨단과학산업단지 2지구 인근에는 ‘운암산공원 우미린 리버포레’가 공급 예정이다. 이 아파트가 들어서는 광주 북구 동림동 일대는 행정기관이 밀집한 상무지구와 본촌일반산단, 기아자동차 광주공장도 생활권으로 두고 있다.

분양 관계자는 “산단 인근 단지는 그곳 종사자를 중심으로 배후수요를 형성하다 보니 경제나 시장 영향을 덜 받는 편”이라며 “개발에 따른 지역 가치 상승, 인구 유입으로 인한 인프라 확장 등 높은 미래가치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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