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 작은 도살자' 브라이언 하먼 디 오픈 우승

성호준 2023. 7. 2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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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 스윙을 하는 브라이언 하먼. AP=연합뉴스

브라이언 하먼(36·미국)이 23일(현지시간) 영국 리버풀 인근 위럴의 로열 리버풀 골프장에서 끝난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최종라운드 1언더파 70타, 합계 13언더파로 김주형을 비롯한 2위 그룹에 6타 차 챔피언이 됐다.

“로리가 쫓아온다. 너는 긴장해서 무너질 거다.”

3라운드 선두에 오른 이래 하먼은 경기 중 여러 차례 이런 부류의 얘기를 들었다. 리버풀 갤러리들은 지역 출신 토미 플릿우드와 영국 출신 로리 매킬로이, 라이더컵에서 유럽 대표로 활약하는 존 람 등을 응원했다.

그들을 응원하려 키가 작은 무명의 왼손잡이 하먼을 적대시했다. 하먼은 차가운 비와 싸늘한 악담을 동시에 견뎌야 했다.

브라이언 하먼과 그의 캐디. 하먼의 키는 170cm가 안 된다. AP=연합뉴스


그의 인생도 그랬다. 하먼은 키가 170㎝가 안 된다. 공식 프로필에는 170㎝로 되어 있지만 “컨디션이 좋고 굽이 있는 신발을 신은 날 잰 키”라고 밝혔으니 160㎝대다. PGA 투어에서 가장 작은 선수 중 하나다. 어릴 때부터 뭔가를 하기엔 너무 작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번 시즌 드라이브샷 평균 거리는 292야드로 100위가 넘는다.

로리 매킬로이는 5번홀까지 3타를 줄이며 하먼 추격을 시작했다. 올해 마스터스 우승자인 188㎝ 존 람도 5번 홀 버디로 몸을 풀었다.

5타 차 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브라이언 하먼은 점수를 줄여야 할 5번 홀에서 티샷을 관목에 넣는 바람에 보기를 했다. 존 람에게 3타 차로 쫓겼다.

하먼은 2017년 US오픈에서 4라운드 선두에 나섰다가 2위로 밀렸다. 하먼은 PGA 투어 2승을 했으나 마지막 우승을 한지는 6년이 됐다. 그 6년간 하먼은 톱 10에 무려 29번 들면서 우승을 한 번도 못했다.

디 오픈 직전 영국 도박사들은 하먼이 우승하면 내기 돈의 125배를 준다고 했다. 3라운드 후 하먼이 5타 차 선두로 나섰지만 최종라운드에 역전당할 거라는 전망이 더 많았다.

메이저대회에서 최근 40년 간 5타 이상 선두로 최종일 경기를 시작한 11명 중 역전패한 선수는 두 명이다. 1996년 마스터스에서의 그렉 노먼과 1999년 디 오픈의 장 방 드 벨드다. 최악의 역전패를 당한 두 선수는 이후 정신적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겪었다.

하먼은 사냥꾼이다. 일곱 살 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사냥하러 다녔다. 여덟 살부터는 사슴의 껍질을 직접 벗겼다고 한다. 대회가 끝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사냥하러 간다. 이번 대회에서 영국 타블로이드는 그런 그의 경력을 빗대 도살자 하먼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타블로이드의 보도 의도와는 상관없이 하먼은 도살자처럼 냉정했다. 보기를 한 후 흔들리지 않고 이후 두 홀 연속 버디를 잡아 도망갔다. 하먼은 13번 홀에서 보기를 했으나 역시 이후 두 홀 연속 버디로 달아났다.

클라레저그에 입을 맞추는 브라이언 하먼. EPA=연합뉴스
브라이언 하먼. AP=연합뉴스


아무도 그의 근처에 가지 못했다. 쫓기는 위치였던 하먼은 5타 차였던 리드를 6타로 벌림으로써 오히려 추격자들을 사냥했다. 존 람은 “2타, 3타 차가 아니라 6타 차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하먼은 키가 작다는 말을 오히려 동력으로 삼았다. 하먼은 “나에 대한 남의 평가는 듣지 않는다. 그들이 그런 말을 하면 그게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더 열심히 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연습을 할 때가 자주 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한다는 의미다. 좋아하는 걸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하먼은 어릴 적 야구를 했다. 뛰어난 1번 타자, 유격수였다. 그러나 어느 날 몸이 아파 야구하러 가지 못하고 우연히 타이거 우즈의 경기 중계를 보게 됐다. 타이거 우즈가 홀인원을 한 1997년 피닉스 오픈이다. 이후 골프와 사랑에 빠지게 됐다고 했다.

야구할 때 우투좌타였던 게 왼손으로 골프를 하게 된 계기다. 하먼은 골프 말고 다른 것들은 오른손을 쓴다.

하먼은 이번 대회 3m 이내에서 59번 퍼트를 했고 58번 성공했다. 벙커에는 두 번밖에 빠지지 않았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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