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부담만 준다" 징계 임박 홍준표에 친윤계 부글부글
‘폭우 속 골프’ 와 거친 해명, 논란의 홍준표 대구시장은 어떤 징계를 받게될까.
지난 20일 홍 시장에 대한 징계 개시 결정을 내린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위원장 황정근 변호사)는 26일 홍 시장에게 소명을 듣고 징계수위를 결정한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2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 눈높이에서 볼 때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고, 공개 사과한 점을 고려해 경징계인 ‘당원권 정지 6개월 정도가 맞는다’는 견해도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른 징계는 ‘경고→당원권 정지(1년 이상부터 중징계)→탈당 권고→제명’ 등 4단계다.
이런 상황에서 홍 시장은 24~26일 수해 피해를 입은 경북 북부지방에서 수해복구 활동을 하기로 했다. 윤리위가 “사과문으로는 부족하다. 봉사활동하는 진정성을 보인다면 징계수위를 정할 때 참작될 것”이라고 하자 즉각 행동에 나선 모양새다.
징계수위는 독립기구인 윤리위가 최종 결정하지만, 당 지도부의 정무적 판단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당내의 분위기다. 특히 홍 시장에 대한 국민 여론이나 대통령실 기류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에 “‘국민의 봉사자’라는 기준에서 당이 판단하면 될 일이다. 대통령실은 그보다 수해복구에 더 집중하고 있다”며 일단 이 문제와 거리를 뒀다. 하지만 실제로 과연 그럴까.
홍 시장은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경쟁자였다. 대선 직후엔 홍 시장이 윤 대통령을 추켜세우거나, 야당 비판에 앞장서면서 사이가 꽤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국민의힘 김기현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엔 기류가 좀 달라졌다. 홍 시장은 지난 4월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노련한 정치력이 있는 사람을 다 제치고 정치력 없는 대통령을 국민이 뽑았다”는 말을 했다. 그런데 이 발언 나흘 뒤 김기현 대표는 홍 시장을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했다. 당시 홍 시장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문제 등으로 김 대표와 티격태격하는 사이였는데, 공교롭게도 윤 대통령을 겨냥한 듯한 발언 직후에 고문직에서 해촉되면서 “해촉이유가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발언 때문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같은 연장선상에서 ‘수해 골프’ 논란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홍 시장이 “대통령은 다르겠지만, 그 외 공직자는 주말은 비상근무 외에는 자유”라고 말한 것도 논란이다. 친윤 성향의 초선 의원은 “아닌 척하면서 대통령에게 부담을 지운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털어놨다.
당내에서는 홍 시장이 윤리위 징계 개시 결정 직후인 20일 심야 페이스북에 올린 ‘과하지욕’(跨下之辱)이라는 글귀에 대한 뒷말도 무성하다. 과하지욕은 중국 전한(前漢) 개국 공신인 한신(韓信)이 출세 전 동네 건달에게 “내 가랑이 밑을 기어라”는 모욕적 언사를 듣고도 그대로 행해 놀림감이 된 것에서 비롯된 고사다. 한신은 이후 전한을 건국한 유방(劉邦) 아래로 들어가 중국을 통일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고, 금의환향한 뒤 잘못을 비는 건달에게 웃으며 문지기 역할을 맡겼다.
지도부 소속 초선 의원은 “자신은 어떤 잘못이 없는데도 굴욕을 감수한다는 의미인데다, 지도부나 윤리위원을 ‘건달’에 비유한 것이어서 불편해하는 인사들이 많다”며 “사과에 진정성이 없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홍 시장은 논란이 커지자 이 글을 8시간 만에 삭제했다.
다만 홍 시장과 가까운 영남권 의원은 “스스로를 한신에 빗댄 것은 자신의 큰 꿈을 드러낸 것 아니겠냐”며 “만약 징계수위가 높게 나와도 홍 시장은 자신만의 팬덤을 활용해 극복해 나가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효성·전민구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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