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이 사드 배치로 볼까봐 '환평' 미뤘다…드러난 文정부 ‘1한’

유지혜 2023. 7.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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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경북 성주군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기지에서 발사대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구시보가 ‘한국이 3불(不·사드 추가 배치 검토 안 함,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제에 편입되지 않음, 한·미·일 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음) 말고도 1한(限·이미 배치된 사드의 운용 제한)을 받아들였다’고 기정사실화했는데 맞습니까?”
“10월 31일 합의에서 발표한 것 이상의 합의나 논의는 없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2017년 11월 2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당시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답이다.

앞서 같은 해 10월 31일 한·중은 사드 배치로 악화한 양국 관계 개선에 합의했고, 문재인 정부는 3불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그런데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가 “3불1한을 실천하라”며 문 정부가 합의문에도 없는 ‘1한’에 합의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당시 강 장관의 발언처럼 문 정부는 아예 ‘1한’의 존재 자체를 부인해왔다. 강 장관은 당시 또다른 질의응답에서 "중국이 '1한' 추가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사실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국방부 내부 문건들을 통해 문 정부가 환경영향평가 지연을 사실상 ‘1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3불’은 미래의 안보주권에 대한 제한이지만, ‘1한’은 이미 배치된 사드, 즉 현재의 안보주권을 침해하는 문제로 볼 수 있다.


中 '사드 추가 요구' 없다더니…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사드 환경영향평가 관련 내부 문건들을 보면 환경영향평가 진행에 대한 중국의 인식과 대응 방안 등이 명시돼 있다.

2019년 12월 국방부가 작성한 ‘사드 환경평가 구성시기 관련 과장급 협의결과 보고서’는 ‘환경영향평가 진행 시 제한 사항’이라며 “중국은 성주기지 환평 절차 진행을 사드 정식 배치로 간주해 한·중 간 기존 약속(2017년10월 3불 합의)에 대한 훼손으로 인식하고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결국 정부는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평가협의회 구성을 미룬다.

2019년 12월 국방부가 작성한 사드 환경영향평가 관련 보고서. 사진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실

2020년 7월 작성된 ‘성주기지 환경영향평가 추진계획 보고서’는 “양국이 합의한 3불1한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환평 절차 진행시 (중국이)사드 체계 최종배치를 위한 과정으로 평가해 강도 높은 대응 예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응방안으로 “중국에 ‘환평 추진은 계획된 절차를 이행하는 것이며, 현재 주민·시민단체의 반대가 거세 정상적 절차 진행이 어려움’을 설명”이라고 제시했다. 환경영향평가가 사드 정식 배치 수순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어차피 주민 반대로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키자는 취지로 읽힐 여지가 있다.


中 우려 다룰 방안까지 거론


이런 내부 문건은 문 정부 역시 중국 주장대로 '1한'을 사실상 약속이나 합의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2017년 10월 31일 한·중관계 개선 합의 이후에도 중국이 현재 배치된 사드의 최종 배치, 즉 정상 가동에 반대해왔다는 걸 정부도 충분히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이를 환경영향평가 지연의 주된 사유 중 하나로 고려했기 때문이다. 그간 문 정부 설명대로 ‘1한’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중국의 입장과 우려 불식 방안 등을 내부 보고서에 명시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박경민 기자

사실 보고서에 드러난 이런 중국의 입장은 2017년 10·31 합의 이후 중국이 “양국이 사드의 단계적 처리에 합의했다”고 수차례 주장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단계적 처리는 말 그대로 최종목표 달성을 위해 단계별로 조치를 취한다는 뜻이다. 이에 중국은 이미 배치된 사드의 철수를 목표로 추가 조치를 주장하고, 문 정부 역시 이에 합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1한’ 역시 결국 사드 철수를 위한 다음 단계의 추가 조치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드 철수' 노린 단계적 처리였나


이와 관련, 2017년 11월 27일 외통위에서 윤상현 의원도 “단계적 처리는 사드를 단계적으로 밟아서 최종적으로 철수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강경화 장관은 “단계적이란 것은 추가적으로 뭘 더 한다는 것이 아니라 현 상황에서 이견을 잘 관리해 나가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 역시 “중국이 거론한 단계적 처리는 ‘step by step’이 아닌 ‘현단계에서(in the current stage)’라는 뜻으로, 현 단계에서 문제를 일단락, 봉합하자는 것”이라고 설명자료를 냈다.
미국 육군의 제2 보병사단 소속 병사가 지난 6월 고고도미사일방어( THAADㆍ사드) 체계 발사대 주변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사진 미 국방부

하지만 국방부 문건에는 중국이 사드의 최종 배치는 한국이 약속을 어기는 것으로 보고 반발할 것이라는 분석이 수차례 등장한다. 문 정부 역시 그간 설명과 달리 현단계에서의 갈등 봉합이 아닌 ‘사드 철수를 최종 목표로 하는 단계적 처리’를 전제로 환경영향평가 시기 지연 등을 결정한 셈이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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