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도 난리...英 '학생 노터치' 폐기, 日 '몬스터 페어런츠' 논란

장윤서 2023. 7.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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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전국교사모임 주최로 열린 서초 서이초 교사 추모식 및 교사생존권을 위한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교사 처우 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일본에서는 교사에게 민원을 넣는 학부모들을 ‘몬스터 페어런츠’라고 표현한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5월 “개학을 했지만, 담임교사가 없어 학생들이 자습하거나 교감이 직접 수업에 들어가는 일이 있다”고 보도하며, 교사 인기 하락과 교권 추락의 이유로 ‘몬스터 페어런츠’를 꼽았다.


“선생님이 집에 와서 애 깨워주세요”…‘괴물’ 된 日 학부모


몬스터 페어런츠는 자녀에 대한 과잉 보호로 학교에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불평·불만하는 학부모들을 괴물(몬스터)에 빗댄 표현으로 일본에선 수십 년 전부터 사회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발표한 ‘교권보호 제도 및 정책’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학부모들은 “아이의 자리를 복도나 창가 쪽으로 하지 말라”, “아침에 못 일어나서 학교에 늦으니 담임이 데리러 와 달라”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한다. 보고서는 “교사들은 학부모를 대응하는데 교외 회의시간이나 교내 연수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이며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교직원 정신건강대책을 수립하고 교사들의 정신건강 자기관리, 스트레스 해소, 정신과 상담 등을 지원하고 있다. 문부과학성 조사 결과 2021년 정신질환으로 휴직한 교사는 5897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신질환으로 한 달 이상 병가를 낸 교사는 1만994명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도 교육활동 침해 대응방안 매뉴얼을 만드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기후현은 ‘몬스터 페어런츠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성급한 회답을 피하고 대응할 수 없는 요청에 대해서는 이유와 함께 분명하게 답변하라”는 등의 지침을 담았다.


‘노터치’ 포기한 영국


학생 인권을 강조하는 영국은 최근엔 교사의 처벌권을 강화하는 추세다. 영국에서는 1980년대 들어 일선 교육현장에서 어느 정도 허용되던 체벌을 ‘학생 권리 신장’ 목표에 따라 엄격히 규제하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이후 국회 등의 논의 끝에 1998년 체벌 금지가 법으로 제정되며 어떤 경우라도 교사는 학생에게 손댈 수 없는 ‘노터치 정책’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학생에게 물리력 사용 금지한 이 정책은 학내 폭력에 교사가 개입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2013년 제정한 ‘타당한 처벌 권고지침’에 따르면, 지장을 주는 학생이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경우 학생을 교실에서 제외하거나, 학생이 학교 행사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동을 예방하기 위해서 물리력을 사용할 수 있다. 김동석 한국교총 교권본부장은 “영국은 체벌 금지를 넘어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물리적으로 개입 자체를 할 수 없게 했다. 이후 학교에서 흡연, 마약, 섹스 등 여러 문제가 생겨 결국 폐기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침해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주호 교육 부총리는 지난 21일 교원단체와의 간담회에서 “시·도교육감과 협의해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겠다”고 말했다.


교권 침해 시 소송…“아동학대 면책 필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2030청년위원회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학생 학습권 및 교사 수업권 보장 요구 기자회견에서 정당한 생활지도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미국에서는 교사를 협박하거나 교사를 상대로 다수의 학생이 폭행을 모의하는 등 심각한 교권 침해 사건이 있었다. 심각한 교권 침해가 발생하면 가해 학생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다.

위스콘신 주의 경우 교사의 교권이 침해되면 교사단체가 교사와 함께 민사소송을 제기한다. 교사단체는 교권침해 사건이 발생하면 즉시 법원에 가해 학생으로부터 임시 접근 금지 명령을 요구한다. 법원에서는 대부분 접근 금지 명령을 허락하는데, 접근 금지 명령을 받은 가해 학생은 교사로부터 15m 이상 접근하면 안 된다.

또 ‘교사보호법’에 따라 범죄행위나 명백한 과실 외에는 교사의 생활지도에 대한 면책 특권을 부여한다. 한국의 경우처럼 교사의 지도행위가 자칫 아동학대 혐의로 둔갑할 수 있는 위험성을 미리 차단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들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아동복지법상 정서적·신체적 아동 학대, 방임 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신고와 관련해 지자체·수사기관 조사 전 담당 교육청의 의견을 청취하는 단서 조항을 신설하는 아동학대 범죄 처벌법 개정안 등이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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