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7’ 폰번호 적힌 엉터리 해외발 소포…진짜 中서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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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불명의 해외발 우편물 신고가 나흘간 2000여건이나 쏟아진 가운데 대부분 엉터리 전화번호와 주소를 적어넣어 발송된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는 소포의 원발송지로 지목된 중국 측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다.
경찰은 문제의 소포들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수신자로 무작위 주소와 전화번호를 써넣은 뒤 발송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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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中에 국제우편물 사실관계 확인 요청”
정체불명의 해외발 우편물 신고가 나흘간 2000여건이나 쏟아진 가운데 대부분 엉터리 전화번호와 주소를 적어넣어 발송된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는 소포의 원발송지로 지목된 중국 측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다.
2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해외에서 배송·신고된 소포 3개의 수신자 전화번호로 통화를 시도한 결과 모두 없는 번호로 확인됐다. 3개 중 2개는 식별번호 017·018을 쓰는 옛 휴대전화 번호였다. ‘01X’ 식별번호는 2020년 2G 서비스와 함께 폐지됐다.
이들 소포는 모두 노란색이나 검은색 우편 봉투에 ‘CHUNGHWA POST’, 발신지로 ‘P.O.Box 100561-003777, Taipei Taiwan’이라고 적혀 있다. 경찰은 이렇게 적힌 소포를 발견하면 열어보지 말고 즉시 가까운 경찰관서나 112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수신자 주소와 이름도 통상적인 국제우편물로 보기 어렵다. 영문과 한글 주소가 서로 다르거나 외국인 또는 국내에 매우 드문 희귀 성씨의 이름이 수신자로 적혀 있었다.
경찰은 문제의 소포들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수신자로 무작위 주소와 전화번호를 써넣은 뒤 발송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텅 비어 있거나 깃털 등 무해한 물품이 들어 있는 대부분의 소포는 독극물 테러 등 위험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수신자가 신체적 피해를 호소한 울산지역 사건을 일단 수사 중이다.
앞서 지난 20일 울산의 한 장애인복지시설에 기체 독극물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소포가 배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우편물을 개봉한 이들이 팔 저림, 어지럼증 등을 호소해 병원에 이송됐다. 국방과학연구소가 이 소포에 화학·생물·방사능 등 위험물질이 포함됐는지 분석한 결과 ‘음성’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울산에 배송된 소포를 누가, 어디서 보냈는지 확인하기 위해 대만과 중국 당국에 협조를 요청했다. 대만 당국은 이 소포가 대만을 경유했을 뿐 최초 발송 장소는 중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대만 부총리 격인 정원찬 행정원 부원장은 “형사국의 1차 조사 결과 이 소포는 중국 선전에서 대만으로 화물 우편으로 발송됐고 대만 우체국(중화우정)을 거쳐 다시 한국으로 보내졌다”고 말했다. 중화우정은 한국의 우정사업본부에 해당한다.
외교부는 “중국 지역 우리 공관을 통해 중국 외교부와 관련 당국, 해당 지방정부를 접촉해 신속한 사실관계 확인과 설명을 요청했다”며 “중국 측은 우리 측 요청에 대해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알려왔다”고 이날 밝혔다. 이어 “캐나다·미국 등 여타국에서 발생한 유사 사례와 대응도 파악해 참고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일 첫 신고부터 이날 오후 5시까지 전국에서 모두 2058건의 국제우편물 의심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이 가운데 645건을 수거해 조사 중이고, 나머지 1413건은 오인 신고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 소포가 해외 온라인쇼핑몰 판매실적과 평점을 조작하기 위해 주문하지 않은 물건을 아무에게나 발송하는 ‘브러싱 스캠(brushing scam)’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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