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도 北에 내줄수 없다" 철책선 거의 다 가봤다는 4성장군 [정전 70년 한미동맹 70년]
김영식 전 제1 야전군사령관(육군 대장)은 대표적인 야전통이다. 41년 군 경력의 대부분을 전방에서 보냈다. 김 전 사령관은 “거의 모든 철책선을 다녀봤다”고 말했다. 특히 제15 보병사단 사단장이었던 2010년 10월 29일 북한이 사단의 감시초소(GP)를 향해 14.5㎜ 기관총을 쏘자 바로 K-6 기관총으로 대응사격한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15사단은 신속하고 완벽한 대응을 인정받아 대통령 부대표창을 받았다.
Q : 정전협정 이후 휴전선이 갖는 의미는.
A : “6ㆍ25 전쟁에서 선배들이 목숨을 걸고 이뤄낸 승리로 휴전선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후 우리가 잊고 있고, 일부는 잊고 싶어하는, 현재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엄혹한 사실을 보여주는 실체이자 현장이다. 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켰기 위해서 휴전선에서 단 1㎝도 내주지 않으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군인이 생명과 명예를 걸고 희생과 헌신을 아끼지 않았다.”
Q : 70년 동안 전쟁을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A : “우리의 국력이 북한에 떨어졌기 때문에 6ㆍ25 전쟁이 일어났다. 하지만 정전 후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선택했고,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해 국력을 키웠다. 이 사실이 전쟁을 억제하는 동력이었다. 놀라보게 커진 국력을 바탕으로 군이 휴전선을 지킬 수 있었다. 또 다른 동력은 70주년을 맞는 한ㆍ미 동맹이다. 세계 최고 전투력을 가진 나라와 동맹을 맺는 거 자체가 억제력이었다. 또 군은 미국으로부터 앞선 기술ㆍ무기ㆍ문화를 배워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힘을 기를 수 있었다.”
Q : 하지만 4350명의 희생이 뒤따랐다.
A : “6.25 전쟁이 끝난 뒤에도 전사자와 같은 직접적 피해가 컸다. 사고를 포함한 간접적 피해도 작지 않았다. 너무나 힘든 상황이다 보니 군사력을 편협하게 운용했고, 군사문화도 지나치게 수직적이었다. 그러면서 안타까운 희생도 있었다. 이 모든 희생을 국가와 국민이 명예롭게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사회가 고마움 느끼고 배려해줬으면 한다. 그래야 후배들이 자기를 기억하는 조국을 위해서 온몸을 바칠 수 있다.”
Q :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비무장지대(DMZ)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A : “DMZ는 남북간의 무력충돌을 막으면서 부수적 효과를 낳았는데, 그게 천혜의 자연환경을 그대로 보존한 것이다. DMZ 개발에 앞서 무엇보다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DMZ 개발은 미래 지향적으로 접근했으면 한다. 개인적으론 DMZ를 그린벨트처럼 놔두길 바란다. 연구 목적, 역사ㆍ문화 유산 발굴 등 제외하고는 개발을 최소화했으면 좋겠다. 혹 남북교류가 활발해지면 통로를 몇 개 지정해 개발하는 것도 방법이다.”
김 전 사령관은 2017년 8월 전역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군 지휘부를 싹 물갈이하면서 군복을 벗었다.
Q : 전역했을 때 소회는.
A : 새벽 4시면 북한이 대남 심리전 방송을 시작했다. 그 방송을 듣고 ‘내가 휴전선 일부를 무사히 지켜냈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며 자부심을 가졌다. 전역식에서 소회는 영광과 책임이었다. 부하들과 함께 나라를 지키는 책임을 다했고, 그래서 영광이었다. 그래서 국가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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