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툭하면 수중침투 했다...다리가 곧 철책인 오작교와 필승교 [정전 70년 한미동맹 70년]
휴전선이라고 불리는 군사분계선(MDL)은 서쪽 임진강 하구(경기도 파주시 정동리)에서부터 동해안(강원도 고성군 명호리)까지 248㎞로 이어졌다. MDL을 따라 1294개의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그리고 남북의 충돌을 막기 위해 MDL 남북으로 2㎞씩의 완충지대를 뒀는데, 이게 비무장지대(DMZ)다. 그리고 철책선은 MDL 2㎞ 남쪽 남방한계선(SLL)에 3중으로 세워졌다.
철책선이 쭉 가다 강을 만나면서 끊기는 곳이 몇 군데 있다. 동부전선 북한강의 오작교와 중부전선 임진강의 필승교처럼 다리가 철책선인 구간이다. 두 교량에서 모두 남북이 치열하게 대치하고 있다.
오작교는 강원도 화천과 양구를 잇는 다리다. 화천의 남성적 지세와 양구의 여성적 지세가 만난다 해서 오작교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언젠가 남과 북이 함께 하길 기원하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오작교는 중요 군사시설이다. 과거 북한이 여기서 수중ㆍ강상 침투를 여러 번 벌이다 들통났다. 그래서 철통 같은 경계가 이뤄진다.
오작교 아래 흐르는 북한강을 거꾸로 거슬러 가면 MDL 너머 19㎞ 북쪽에 임남댐이 나온다. 북한이 1986년 6월 착공해 2003년 완공한 이 댐은 길이 710m, 높이 121.5m에 달한다.
임남댐보다 ‘금강산댐’으로 더 알려졌다. 정부는 86년 북한이 금강산댐을 터뜨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방해하려고 한다고 발표했다. 국민 성금까지 거둬 마련한 돈으로 87~2005년 평화의 댐이 만들어졌다.
‘금강산댐 수공(水攻) 위협’은 이후 과장이라고 밝혀졌다. 그런데 2005년 북한이 예고 없이 임남댐 물을 내보내 북한강 상류에 수해가 났다. 오작교는 임남댐 방류 징후를 파악하는 최전선의 조기경보망으로 가치가 높다.
오작교 옆에는 커다란 눈금자가 그려졌다. 오작교의 수위는 연평균 2~3m 정도인데, 99년 갑자기 물이 불어 39m를 넘어선 적이 있다.
임진강의 필승교는 제2대 필승교다. 좀 더 아래 있는 허공교라는 다리를 77년부터 필승교라고 불렀다. 그런데 임진강에서도 북한 댐이 문제였다.
지난 2009년 북한이 임진강 상류에 쌓은 황강댐에서 무단으로 물을 내보냈다. 이 때문에 경기도 연천에서 야영을 하던 민간인 6명이 숨졌다.
정부는 북한에 댐 방류 전에 미리 알리도록 촉구하는 한편 2011~2012년 지금의 필승교를 건설했다. 북한은 지난해 6월에도 황강댐에서 무단으로 방류했다.
필승교의 수위는 연평균 약 1~3m를 유지하고 있으나, 지난 2020년 역대 최대 수위인 13.09m를 기록했다.
필승교는 북한의 침투를 차단할 뿐만 아니라 북한의 특이동향을 사전감시할 수 있는 시설이다. 황강댐 저수량의 약 20%를 가둘 수 있는 군남댐과 더불어 북한 수공을 막는 보루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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