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우리가 무엇을 추구할 수 있을까

2023. 7. 24.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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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말이 있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은 이처럼 우리의 고정관념에 큰 충격을 주는 인식적 전환을 의미한다.

나의 삶에도 몇 가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시간이 모든 장소에서 다르게 흐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일이었다.

모두의 행복을 위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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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오 시인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말이 있다. 철학자 칸트가 저서 ‘순수이성비판’에서 자신의 인식론에 붙인 이름이다. 코페르니쿠스는 천체의 운행에서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는 지동설을 주장해 당시 천동설을 숭배하던 기존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인물이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은 이처럼 우리의 고정관념에 큰 충격을 주는 인식적 전환을 의미한다.

나의 삶에도 몇 가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시간이 모든 장소에서 다르게 흐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일이었다. 시간은 산에서 더 빨리, 평지에서 더 느리게 흐른다. 절대적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어떤 곳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어떤 곳에서는 더 빨리 흐른다. 중력 때문이다. 이 세계가 확률로 존재한다는 양자역학 역시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절대성이란 존재하지 않고 나의 제한적인 감각이 만들어낸 착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보다 겸허해졌다. 모든 육류가 끔찍한 공장식 축산의 결과물로 생산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역시 내게는 충격적인 인식의 전환을 불러일으킨 사건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고기를 먹지 않는다.

죽음과 폭력으로 도배된 뉴스들을 들여다보며 내내 슬프고 절망적인 마음이었던 사람은 비단 나뿐만 아닐 것이다.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피로와 무기력, 인내심 부족, 이기주의에 숨이 막힌다. 분명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타인을 위하고 배려하는 일이 당연한 가치로 여겨졌던 것 같은데, 점점 더 모두가 스스로의 이익만을 중요시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태도보다 비난과 비판이 팽배하고, 모든 행동에 있어 조금의 손해도 용납하지 않으며, 결정과 선택에 있어 모든 것을 이해타산에 근거하도록 부추기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에서 모두가 상처를 받고 있다. 사회가 공동으로 추구하는 가치가 부재하는데, 우리가 무엇에 의지할 수 있을까. 모두의 행복을 위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필요하다.

김선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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