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본질은 성벽이 아니라 관계다

2023. 7. 2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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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헤미야 13장


느헤미야는 성벽 재건축가가 아닙니다. 그가 무더운 여름철 52일 만에 성벽을 재건축한 것은 대단한 일이지만 느헤미야는 이스라엘의 회복을 예비하고 소망하는 자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무너지게 됩니다. 바벨론에 머물던 느헤미야는 아닥사스다 왕에게 돌아올 날짜를 청하고 예루살렘으로 떠납니다.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느헤미야 앞에 재건한 성벽 외에는 온전한 것이 없었습니다.

사실 성벽 재건은 하나의 상징일 뿐입니다. 성벽 재건은 직후 엄청난 부흥으로 이어져 140여년 전 예레미야가 예언한 이스라엘 회복의 소망을 다시금 꿈꾸게 했습니다. 성경은 “여호수아 때로부터 그날까지 이스라엘 자신이 이같이 행한 적이 없었으므로 이에 크게 기뻐하며”(8장 17절)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당시 스룹바벨 성전이 완공된 지 70여년 후였으나 제사장과 레위인이 부족했습니다. 십일조를 회복시킴으로 제사장과 레위인이 생계 걱정 없이 사역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놓았는데 이것이 종교의 회복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무너집니다. 심지어 성벽 재건의 일등 공신인 제사장 엘리아십이 이스라엘의 회복을 그토록 방해하던 도비야에게 성전 안 십일조를 거두는 방을 내어 줍니다. 십일조도 거두어지지 않자 제사장과 레위인이 성전을 떠나 성전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또 대제사장 엘리아십의 손자가 다른 방해자인 호론 사람 산발랏의 사위가 됩니다. 느헤미야는 솔로몬의 통혼이 이스라엘을 범죄하게 한 것을 상기(13장 26절)하며 그의 제사장직을 박탈합니다. 그 외에도 예루살렘에는 수많은 것들이 무너집니다. 성벽, 즉 겉은 멀쩡하지만 하나님에게서 떨어져 죄로 돌아간 이스라엘 자손들을 보게 됩니다.

부흥과 쇠락이 함께하는 상황 속에서 그의 고백에 변화가 찾아옵니다. 느헤미야 1~2장에는 전능하신 하나님을 상징하는 ‘하늘의 하나님’께 기도한 그가 자신의 안전지대를 떠나기 시작하면서부터 ‘나의 하나님’이라고 고백합니다. 자신의 모든 개혁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경험하고 다시금 개혁을 시작하며 ‘나의 하나님’을 부르짖습니다. 하나님께서 느헤미야에게 원하셨던 것은 무엇일까요. 국가적으로는 이스라엘의 회복이지만 느헤미야 개인에게 원하셨던 것은 바로 관계의 회복입니다. 느헤미야에게 하나님은 더는 성경 속에만 계시지 않고 살아계신 나의 하나님이십니다. 이것은 경험적으로 너무나 명백했기에 그는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무너진 모든 것을 다시금 일으켜 세우려고 합니다.

하나님은 업적 중심적이지 않고 관계 중심적이십니다. 회개하는 니느웨를 보고 분노하는 요나에게 찾아가셔서 하나님의 마음을 알려주십니다. 하나님에게 상한 마음이 있던 욥에게 찾아가셔서 아이에게 설명하시듯 말씀하십니다. 형과 삼촌을 속이고 도망 다니던 야곱에게 찾아가셔서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가르쳐 주십니다. 이로써 여호와 하나님은 아브라함과 이삭만의 하나님이 아닌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되십니다.

저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용하려고 자녀 삼으셨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랑하기에 하나님과 함께 이 길을 걸으려 초대하셨다고 믿습니다. 아이가 아빠와 길을 걸을 때 해야 하는 일은 단 하나입니다. 길이 아무리 멀고 험해도 아빠를 믿고 의지하고 그 손을 놓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 길은 행복한 추억이 됩니다.

코로나 이후 우리는 분주하고 바빠졌습니다. 사람들은 교회의 변화와 회복을 기대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회복을 위해 할 일은 종교적 생활이 아닙니다. 일상 속 우리의 안전지대를 벗어나 아는 것과 믿는 것이 하나 돼야 합니다. 믿음의 발걸음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하나님과 나의 관계가 회복돼야 합니다. 그러면 그 회복이 사회와 우리 교회로 흘러갈 것입니다.

강민구 선교사(OM선교회)

◇강민구 선교사는 로고스호프 선교선 개조 작업을 하던 중 크로아티아 교회 현실을 보고 선교에 헌신하게 됐습니다. 현재 가족과 함께 한국문화 사역을 하며 교회 개척과 다음세대를 위한 선교를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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