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풋살장·미혼모시설까지… 지역 필요 다 채워주는 동네교회
전북 익산 기쁨의교회(박윤성 목사)에는 다른 교회에서 볼 수 없는 ‘나눔의집’이 있다. 23일 방문한 교회 입구에는 가로 3m, 세로 2m로 된 교회 미니어처가 눈에 띄었다. 나눔의집 안에는 지역 내 취약계층을 위한 라면 상자와 생활용품(치약 물티슈 화장지 등)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언제든 필요할 때 가져갈 수 있도록 뚜껑이 열려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나눔의집은 지역의 크고 작은 일에 발 벗고 나서는 이 교회를 함축적으로 상징하는 듯했다.
교회 안에 들어서니 북카페가 연상되는 ‘조이플 도서관’이 있었다. 2층 높이로 된 개방형 공간으로 원목 책장에는 여러 책과 보드 게임 기구들이 정리돼있었다. 테이블 곳곳에는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안내돼 있었다.
4층 ‘다목적체육관’에서는 탁구 피구 농구 등 다양한 체육활동을 즐길 수 있다. 옥상에는 풋살장이 있다. 성도들은 물론 주민들도 조이플 도서관부터 옥상까지 교회 시설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박윤성(60) 목사는 “주중에는 교회 시설을 이용하는 지역민들로 교회가 북적거린다”며 “여러 시설 가운데 제일 인기가 좋은 시설은 풋살장”이라고 말했다.
올해 70주년을 맞은 교회는 지역의 연약한 이들을 섬기는 봉사에서 해외 선교지 후원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사역을 펼치며 선교적 교회를 지향한다. 특히 취약계층에 연탄과 생필품 등을 전하는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 봉사와 ‘사랑의 상자’ 사역은 20년 가까이 된 장수 활동이다. 팬데믹 때는 지역 사회복지사들이 선정한 100가정과 교인 100가정에 재난지원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주차장 개방,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긴급구호금 전달, 장학금 기탁 등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동네교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70주년 기념사업으로 익산 ‘우리는교회’를 분립개척하는 사역을 펼쳤고, 국민일보와 삼성이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 지원을 위해 공동기획한 ‘희망디딤돌 캠페인’ 멘토링 사역에도 동참하고 있다. 해외 선교에도 열심인 교회는 현재까지 6가정, 현지인 3명을 파송했으며 40가정을 후원 선교사로 지원하고 있다.
교회는 오랫동안 펼친 나눔과 섬김 사역으로 지역사회로부터 받는 신뢰가 두터워졌다. 2020년 교회가 개소한 미혼모시설 ‘기쁨의하우스’는 여성가족부에서 먼저 제안한 공모 사업이다. 이곳에서 미혼모 등 위기 임신 여성들이 1년 6개월간 아기와 머무를 수 있다.
교회 당회는 교회 땅 826.4㎡(약 250평)를 기부했으며 건축비도 일부 지원했다. 지난 3년간 이곳에서 30여명의 아기들이 태어났다. 박 목사는 “이곳을 퇴소한 미혼모들이 아기와 함께 친정집 오듯이 다시 인사하러 올 때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 교회가 선한 ‘오지랖’ 사역을 진행하는 데에는 성경적 근거가 있다. 박 목사는 대사회적 섬김과 구제 활동을 하는 한국교회 역할에 주목했다.
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교회는 정의로운 교회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며 “정의에는 사회적 정의도 포함되지만 구약 말씀처럼 고아와 나그네, 과부를 잘 대접하고 환대하는 정의도 있다(신 10:17~19)”고 설명했다.
주변의 연약한 이들을 돌보고 환대하는 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정의라는 것이다. 박 목사는 “팬데믹 후 목회와 선교 환경이 어려워졌는데 대사회적 섬김과 구제 활동을 감당하며 교회의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회는 2021년 한국공공신학연구소(소장 김민석 목사)를 설립했다. 연구소는 교회가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한 사역을 체계화·매뉴얼화·실천화할 수 있도록 신학적으로 정리하고 한국교회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많은 사역을 감당하려면 성도들의 동참과 재정이 필수적인데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박 목사는 그동안 제자훈련과 선교훈련으로 다져진 선교 DNA가 교회 분위기 가운데 있었기에 자발적 동참이 가능했다고 했다. 박 목사는 부산 수영로교회 설립자인 고 정필도 목사의 수제자로 당시 교회 양육 프로그램을 정립했다. 2006년 부임한 뒤 이 지역에 맞게 다양한 양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정착시켰다.
“섬김 활동에 대해 광고할 때 원하시는 분들만 하시라고 합니다. 부담되시면 기도로만 동참해달라고 하지요. 그러면 꼭 필요한 만큼의 재정이 채워지는 것을 경험합니다.”
섬김 활동으로 얻는 가장 큰 수확은 하나님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목회자와 교회 역할은 성도들이 섬기는 일에 동참하도록 해 이들이 하늘의 상급을 받도록 길을 터주는 데 있죠. 섬기고 베푸는 것은 하나님의 본성인데 섬김 활동을 하며 하나님을 배우게 됩니다.”
익산=글·사진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셔우드 홀 결핵 퇴치 첫발 뗀 곳은… 화진포 김일성 별장이었다 - 더미션
- “이단 몰리는 과천 못 참아” 지역 4곳 기독교연합회가 나섰다 - 더미션
- 기부 사각지대 ‘생전 유산 기부’… 기독인이 선봉에 선다 - 더미션
- “한국판 성혁명 쓰나미 맞서… ‘펜을 든 방파제’가 될 것” - 더미션
- 한국교회 ‘납골당 잔혹사’ 벗어나려면 ‘죽음’에 대한 교육과 장묘문화 개선 시급 - 더미션
- “간판만 건졌다”… 폭우에 교회들 침수 피해 잇따라 - 더미션
- 르네상스 그 후… 천상의 빛이 사람을 비추다 - 더미션
- 온 성도 뭉쳐 축제 즐기듯 채비… 작은교회 목사 세대교체 부축 - 더미션
- “난 자랑스러운 ‘복음 인플루언서’… 죽기까지 사랑하라는 보물 같은 가르침 전하죠” - 더
- 워싱턴DC서 급성장하는 美 초교파 교회엔 특별한 것이 있다 - 더미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