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둔 선교사의 ‘고별예배’… 축복과 감사가 넘쳤다

김아영 2023. 7. 2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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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그 섬김이 천국에서 해같이 빛나리 당신의 그 겸손이 천국에서 해같이 빛나리."

복음성가 '해같이 빛나리'를 부르는 이들의 시선은 휠체어에 기대어 있는 야윈 모습의 선교사에게 가 있었다.

죽음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말기암 환우인 선교사가 한평생 동고동락했던 가족, 동역자들과 함께 지난 삶을 반추하고 서로 축복·감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30년간 호스피스 사역을 이어온 샘물호스피스선교회(이사장 원주희 목사)가 주관한 고별예배에서 이 선교사는 담담하게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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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방글라데시서 사역
이석봉 선교사 말기암 투병
동료들 ‘아름다운 마무리’ 위해
가족·지인들 함께 고별예배 드려
이석봉 방글라데시 선교사가 22일 경기도 용인 샘물호스피스병원에서 열린 '고별 감사예배'에서 그동안 동고동락한 동역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아래는 방글라데시 현지인들이 이 선교사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영상.


“당신의 그 섬김이 천국에서 해같이 빛나리 당신의 그 겸손이 천국에서 해같이 빛나리….”

복음성가 ‘해같이 빛나리’를 부르는 이들의 시선은 휠체어에 기대어 있는 야윈 모습의 선교사에게 가 있었다. 그리고 훗날 천국에서 꼭 다시 만나자고 눈인사를 나눴다.

22일 경기도 용인에 있는 샘물호스피스병원 영동홀에선 특별한 ‘고별 감사예배’가 열렸다. 죽음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말기암 환우인 선교사가 한평생 동고동락했던 가족, 동역자들과 함께 지난 삶을 반추하고 서로 축복·감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석봉(60) 선교사는 인생의 절반인 30년 동안 ‘선교’ 외길을 달려 왔다. 세상 사람들은 “인생은 예순부터”라고 외치지만 그는 이생과 이별을 막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슬픈 기색 대신 밝고 평온한 모습으로 천국 소망에 대한 메시지를 건네며 오히려 지인들을 위로했다.

이 선교사는 1992년부터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봉제기술, 방과후교실 등을 접촉점으로 현지인에게 복음을 전했다. 선교지를 떠나 한국에 머물던 시기에는 방글라데시 노동자를 위한 이주민 사역도 감당했다.

그는 2021년 10월 간암 말기 판정에 이어 지난 4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고자 그는 지난달 중순 호스피스 시설인 샘물호스피스병원에 입원했다. 이날 고별예배는 소식을 접한 동료 선교사들과 지인들이 이 선교사와 아름다운 작별을 위해 제안한 것이다.

이 선교사(앞줄 왼쪽 세 번째)가 가족을 비롯해 고별 감사예배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30년간 호스피스 사역을 이어온 샘물호스피스선교회(이사장 원주희 목사)가 주관한 고별예배에서 이 선교사는 담담하게 메시지를 전했다. 결혼식 비유 이야기를 꺼낸 그는 “저의 사역지였던 방글라데시를 비롯해 중동의 여러 지역에서는 신랑이 신붓집에서 먼저 결혼식을 올린 뒤 본가 근처에서 1년 가까이 신혼집을 짓는 풍습이 있다”며 “이 시기에 신부는 친정에서 신부 수업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신혼집이 완성되면 신랑 아버지가 적당한 때를 판단해 신랑에게 신부를 데려오라고 말한다”며 “결혼식 비유처럼 예수님의 증인으로 산 사람은 신랑 되신 예수님이 오실 날을 기다리게 된다”고 전했다. 이 선교사는 2년 전 말기암 선고를 받았을 당시를 떠올리며 “신랑 되신 예수님이 저를 데리러 오신다는 생각에 감사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참석자들에게 “서너 달 살 수 있다는 시한부 판정을 받았는데 그 기간이 지나가는 것을 보니 동역자분들이 기도를 많이 하신 것 같다”며 빙그레 웃었다. 그러면서 “이제 제가 이 땅에서 오래 살도록 기도하지 마십시오”라고 당부했다.

참석자 중 일부는 연신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분위기가 마냥 무거운 것만은 아니었다. 지인과 가족들의 추모사와 회고담에선 감사의 고백이 이어졌다. 노찬래 남서울교회 장로는 “인간적으로는 슬프지만 임종을 기쁨으로 맞이하는 선교사님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하다”고 했다. 30년 전 방글라데시에서 동역한 김기정 새안교회 사모는 “고별예배를 통해 죽음을 마주하는 ‘찐 크리스천’의 삶을 볼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축도를 맡은 샘물호스피스선교회 이사장인 원주희 목사는 “당당하게 천국으로 이사를 준비하는 선교사님을 보며 많이 배웠다”고 전했다.

이 선교사의 아내인 신윤정 사모는 “세 명의 자녀들이 슬픔 대신 기쁨으로 아버지를 보내드릴 준비가 된 것 같아 감사하다”며 “아버지의 삶을 회고한 시간은 자녀들에게 큰 축복이자 유산이 될 것”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이 선교사의 둘째 아들과 막내딸은 각각 복음 사역자와 의료 선교사를 준비 중이다.

용인=글·사진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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