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제로 꿈꾸는 나트륨 냉각로…기후위기 맞설 4세대 SMR

김형구 2023. 7. 2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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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주 테라파워 에버렛연구소에 있는 염소염 용융염 원자로(MCFR)의 안전성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는 테스트 장비. [사진 테라파워]

빌 게이츠는 2008년 원전 설계회사 테라파워(TerraPower)를 설립했다. 그는 기후위기 극복의 열쇠가 ‘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SMR) 개발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기존 원전보다 발전 용량과 크기를 줄이고 안전성을 높인 SMR이 ‘게임체인저’가 될 거라고 믿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기자는 테라파워의 심장부, 에버렛연구소(Everett Lab)를 방문했다. 경수나 중수를 냉각재로 쓰는 기존 원자로와 달리 소듐(나트륨)을 쓰는 소듐냉각고속로(Sodium-cooled Fast Reactor·SFR) 등의 생산 설비를 갖춘 곳으로, 연구소가 한국 언론에 공개된 건 이날이 처음이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도심에서 차를 타고 약 30분 만에 도착한 에버렛연구소는 나트륨 실험설비,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 실험설비, 염소염 용융염원자로(MCFR·용융염을 냉각재로 쓰는 원자로) 실험설비 등의 세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크리스 르베크

직원 안내에 따라 나트륨 실험설비 시설에 들어서자 높이 6m가량의 소형 로켓처럼 보이는 소듐냉각재 시설이 육중한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소듐냉각고속로(SFR)에 용융염 열저장설비(MSS)를 결합한 4세대 SMR 제품인 나트륨 설비 개발을 위한 곳이다. 제프 밀러 테라파워 사업개발 이사는 “나트륨 시스템은 탄소 배출이 거의 없이 안전하고 저렴하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고, 설계 변경이 용이해 석탄 화력발전소를 대체하는 다양한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테라파워의 SMR엔 미국 정부도 주목하고 있다. 2020년 미 에너지부는 ‘차세대 원자로 실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테라파워의 1단계 실증단지 구축 비용(40억 달러·5조2000억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20억 달러(약 2조6000억원)를 보조하기로 했다.

SK㈜와 SK이노베이션도 지난해 8월 2억5000만 달러(약 3000억원)를 투자해 빌 게이츠와 함께 공동 선도투자자 지위를 확보했다. 345㎿ 규모인 테라파워의 1단계 실증 단지는 현재 미 서부 와이오밍주에 건설 중이다. 지난 4월엔 SK㈜, SK이노베이션,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테라파워와 ‘4자 상호 협력 계약’을 맺기도 했다. 한수원이 미국의 4세대 SMR 기업과 맺은 첫 협력 계약이란 점에서 주목받았다.

연구소에는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악티늄-225의 생산설비 시설도 있다. 악티늄-225는 정상 세포 손상을 최소화하고 암세포만 표적으로 삼아 파괴하는 ‘표적 알파 치료제’의 원료로 사용된다. 테라파워는 SMR 개발과 동시에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사업을 전략사업으로 설정했다고 한다.

테라파워의 크리스 르베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한국 언론과 가진 간담회에서 “2050년쯤 되면 전 세계에 나트륨(Natrium) 원자로가 수백 개, 용융염고속로(MCFR)가 수백 개 만들어져 청정에너지 공급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르베크 CEO는 테라파워가 개발 중인 차세대 SMR에 대해 “안전성은 매우 높고 경제성은 이전보다 한 단계 더 개선된 기술”이라며 “전력 생산에서 원자력만큼 안전한 것이 없다. 화석연료보다, 재생에너지보다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태평양 방류 계획을 놓고 국내 일각에서 일고 있는 안전성 우려와 관련해 “이 상황을 지켜보는 엔지니어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괜찮다(It’s okay)는 것”이라고 했다.

르베크 CEO는 한국 정부 및 민간 부문과의 협력도 중요하다고 했다. 지난 7일 한국을 방문해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난 그는 “금세기에 직면한 클린에너지 수요를 맞추려면 한국의 원전 산업 기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버렛=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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