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방류 준비 끝낸 일본 “이상 때 차단할 장치 2종 설치”
“저쪽 검은 파이프가 오염수를 수조로 보내는 장치입니다. 수조에서 파란 파이프를 통해 들어온 해수와 오염수를 섞은 후 터널을 통해 바다로 내보내게 됩니다.”
지난 21일 오후 일본 후쿠시마(福島)현 후타바(双葉)군에 있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부지 곳곳에 높이 10m가 넘는 거대한 원통형 탱크가 늘어서 있었다.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 처리를 마친 오염수를 보관하는 장치다. 1000여 개에 달하는 탱크에는 오염수를 방사성 물질 측정·확인 설비인 K4 탱크로 이동시키는 굵은 파이프가 연결돼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이날 외국 언론사 기자 15명을 초청해 오염수 방류 설비를 공개하는 설명회를 열었다. 지난달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국제 기준에 합치한다”는 최종 보고서를 발표한 후 처음으로 열린 외신 대상 설명회다. 지난달 방류 시설 시운전을 마치고 이달 7일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설비 검사 종료증을 받은 도쿄전력은 “(방류를 위한) 기술적 준비는 모두 끝났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설명회에서 도쿄전력은 현장 시설을 둘러보며 방류 절차를 소개했다. K4 탱크에서 오염수의 방사성 핵종이 제대로 제거됐는지 측정한 후 기준이 충족되면 이송용 배관을 통해 상부 수조로 보낸다. 여기에서 해수와 섞어 삼중수소(트리튬)가 일본 정부 기준치의 40분의 1인 ‘L당 1500베크렐 이하’인지를 확인한 후 해저 터널을 통해 1㎞ 밖 바다로 방류한다.
설명회엔 중국·독일 등 여러 국가 언론들이 참석했지만 한국 언론이 5개사로 국적별로는 가장 많았다. 마쓰모토 준이치(松本純一)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 추진 컴퍼니 프로젝트 관리실장은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기준치 이상일 경우 절대 방출하지 않는다”며 “이상이 생길 경우 즉각 방류를 차단할 수 있는 장치도 두 종류 설치돼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에서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은 상황을 의식한 듯 “한국과는 지난 5월 양국 정부 간 합의에 따라 정부 시찰단이 후쿠시마를 직접 방문해 설비를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정부 간 교섭 및 미디어 공개 등을 통해 한국에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후 12년이 지났지만, 원전에는 당시 사고의 흔적이 상당 부분 그대로 남아 있었다. 폭발 사고를 일으킨 원전 1호기는 아직도 골조가 밖으로 드러나 있는 상태다. 원전 취재를 위해 기자들도 헬멧과 장갑, 고글 등 보호 장비와 피폭 수치를 알려주는 선량계를 착용해야 했다.
방류를 위한 기술적 준비가 완료됨에 따라 본격적인 방류 개시 시점에 관심이 모아진다. 도쿄전력 측은 이날 설명회에서 “방류의 구체적인 시점은 정부가 안전성 확보와 풍평(소문) 피해 대책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일본 언론은 방류에 반대하는 어민 설득 및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외교 일정 등을 고려할 때 ‘8월 말 방류 개시’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 기시다 총리는 이달 중 어민단체 대표들을 만나 오염수 방류에 대해 이해를 구할 예정이다.
후쿠시마=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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