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내 “우리만 희생양” 반발…대통령실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가 충북 청주시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관련 감찰을 진행 중인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국조실)은 최근 감찰 인력을 추가로 충원하고, 주말에도 조사관 전원이 출근해 관련자에 대한 문답과 자료 검토를 동시에 진행했다. 국조실은 지난 21일엔 참사 대응 관련 경찰의 허위보고 정황을 확인한 뒤 경찰관 6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가능한 한 이달 말까지 감찰을 마무리하고 추가 수사 의뢰 대상을 발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국조실 등에 따르면 이번 참사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입장은 명확하다고 한다. ‘잘못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구체적인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 제1 원칙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이태원 참사 당시 “엄연히 책임이라는 것은 책임이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 원칙이 오송 참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뜻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감찰과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 범위가 결정될 것”이라며 “막연히 고위직에 정치적 책임을 묻는 방식을 택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조실은 경찰뿐 아니라 충북도청과 청주시, 흥덕구청 및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과 소방청에 대한 강도 높은 감찰을 진행 중이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경찰의 경우 진술이 모순되고 참사 대응 관련 시스템 허위 입력 정황이 있어 신속히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이라며 “추가 수사 의뢰 대상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조실은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미호천교 임시 둑 제방 유실과 관련해 공사 주체였던 행복청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 중이다.
국조실은 오송 참사 관련 경찰관 6명에 대한 수사 의뢰 조치 뒤 경찰 내부망에 “경찰관이 희생양이 되는 것 같다”는 항의성 글이 잇따르는 등의 반발 움직임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도 상당한 불쾌감을 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충북경찰청은 23일 브리핑을 열고 참사 당일(15일) 순찰차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하고 “현장에서 아무런 조치를 안 했거나 출동을 안 했다는 것은 오해”라고 주장했다. 영상엔 오전 7시4분부터 9시1분까지 순찰차가 오송읍 쌍청리 회전교차로와 궁평1교차로 등지에서 교통을 통제하는 장면 등이 담겼다. 경찰 브리핑과 영상 공개는 “112 신고 지령을 받은 순찰차가 위치를 착각해 참사가 발생한 궁평2지하차도가 아닌 궁평1지하차도로 출동했다”는 당초 보고가 사실에 부합한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국조실 고위 관계자는 “당시 순찰차 근무 경찰관들은 참사와 관련한 신고 지령(15일 오전 7시58분)을 아예 몰랐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순찰차가 우연히 궁평1지하차도를 거쳐 궁평1교차로에 도착했던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조실 관계자는 “112상황실에서 현장에 전해줬던 출동 요청 위치는 궁평2지하차도가 명백했다”며 “경찰의 영상 공개는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국조실은 “(순찰차가) 아예 출동하지 않았던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또 참사 당시 흥덕경찰서 상황실은 신고 접수 10분여 만에 해당 신고를 시스템에 도착 종결 처리했다. 경찰은 순찰차가 현장에 도착했는지 확인하지도 않고 종결한 이유에 대해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박태인·신진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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