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 피해자 유족 "학생회장 했던 모범생, 싼 원룸 구하려다…"
“수능 3일 전 모친상을 당했지만, 끝까지 빈소를 지키며 남동생을 위로했던 착하고 어른스러운 사람이었습니다. 사건 당일, 생활비를 덜고자 저렴한 원룸을 알아본다고 신림 부동산에 방문했다가 그만….”
‘신림역 묻지 마 칼부림 사건’의 피해자 유족은 성실하게 학업을 이어가는 동시에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가족을 챙겼던 생전 고인을 떠올리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피해자 A(22) 씨의 사촌 형 김모 씨는 23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린 장문의 글에서 “고인은 정말 착하고 어른스러웠다”고 전했다.
김씨는 “고인의 어머니는 고인이 수능을 보기 3일 전, 암 투병 끝에 가족의 곁을 먼저 떠나셨다”며 “당시 고인은 고3이었지만, 어머니 빈소를 끝까지 지키며 중학생인 남동생을 위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A씨는 서울에 있는 꿈 꾸던 대학에 합격했고, 학생회장까지 당선된 모범생이었다고 했다.
김씨는 이어 “고인의 아버지는 일 때문에 외국에 계셨는데, 아버지의 사업이 어렵게 되자 대학 입학 때부터는 과외를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벌었다. 최근엔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동생을 챙겼다”고 전했다.
고인은 2019년도에 지혈이 잘 되지 않는 질환으로 크게 아팠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 굴하지 않고 운동을 열심히 해서 바디 프로필까지 찍고, 사건 발생 불과 며칠 전 고향의 어머니의 납골당에 다녀오기도 했다고 김씨는 전했다.
김씨는 “그런 동생이 저렴한 집을 알아본다고 신림의 부동산에 갔다가 피의자를 마주쳐 이런 잔인하고 억울한 일을 당했다. 신림이 생활 반경도 아니다”라고 원통해 했다.
“‘살려달라’ 애원에도 무참히 살해…다시 사회 못 나오게 해야”
사촌 형 김씨는 사촌 동생 A씨를 무참히 살해한 피의자 조모(33) 씨를 엄벌해 다시는 사회에 나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여러 번 힘주어 말했다.
김씨는 “악마 같은 피의자는 동생을 처음 눈에 띄었다는 이유로 무참히 죽였다. 고인은 13회나 칼에 찔려 목, 얼굴, 팔 등이 칼에 관통됐고, 폐까지 찔려 CPR(심폐소생술)조차 받지 못하고 만 22세의 나이에 하늘의 별이 됐다”고 애통해했다.
이어 “고인이 수차례 칼에 찔린 상태로 몸부림치다 쓰러졌다. 마지막까지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피의자는 목을 다시 한번 찌르고 사망한 것을 확인하고 갔다”고 했다.
A씨 유족은 피의자가 반성문을 썼다는 이유 등으로 감형을 받고 다시 사회에 나올까 봐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한다.
김씨는 “고인의 동생은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형을 잃었다. 고인의 동생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피의자를 절대 세상 밖으로 내보내지 말아 달라고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피의자는 남들도 불행하길 바라서 살인을 저질렀다며 반성하고 있다고 한다”며 “다수 범죄 전력이 있는 33세 피의자에게 교화되고 개선될 여지가 있다며 기회를 또 주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피의자 조씨는 이 사건 전에도 이미 전과 3범이었고, 소년부에 14회 송치된 전력도 있다.
김씨는 그러면서 “이 사건이 여러 ‘묻지 마’ 사건 중 하나로 묻히지 않도록, 가장 엄중한 벌인 사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다시는 저런 악마가 사회에 나오지 않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A씨의 시신은 이날 어머니 시신이 봉안된 경남 사천시의 납골당에 안치됐다고 전해졌다. 조씨는 같은 날 경찰에 구속됐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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