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독재' 훈센, 캄보디아 총선 압승…아들에게 권력 물려줄까

박소영 2023. 7. 23.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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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부터 38년간 장기집권 중인 훈센(71) 총리가 이끄는 집권 캄보디아인민당(CPP)이 23일(현지시간) 실시된 총선에서 압승을 선언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왼쪽)와 그의 아들 훈 마넷이 이번 달에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속 에이산 CPP 대변인은 이날 총선 투표가 끝난 뒤 선거 결과와 관련해 "우리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지만, 아직 의석 수를 계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총선에는 CPP를 비롯해 총 18개 정당 소속 후보들이 전체 의석 125석을 놓고 다퉜다. 그러나 CPP와 경쟁할 만한 주요 야당들이 모두 선거 참여 자격을 박탈당한 상태라서 사실상 CPP 독주가 예상됐다.

앞서 지난 5월 캄보디아 선거관리위원회는 훈센 총리에 반대하는 전 캄보디아구국당(CNRP) 출신 인사들이 만든 촛불당(CP)이 총선 참여에 필요한 서류 등이 누락됐다며 총선 참여를 금지했다. CP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22%를 득표한 제1야당이다.

이날 오전 7시부터 시작된 투표는 오후 3시까지 전국 2만3789곳의 투표소에서 진행됐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선거의 유권자는 971만655명이며 이중 84.2%에 해당하는 817만7053명이 투표했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5년 전 총선(83.0%)에 비하면 1.2% 포인트 가량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투표율이 높을수록 CPP의 총선 압승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해왔다.

로이터는 "정치적 거물인 훈센 총리가 지난 수년간 경쟁자들을 향해 무자비한 단속을 펼치면서 이번 총선은 사실상 CPP당 혼자만의 경주였다"면서 "그가 장남에게 권력을 이양하기 전에 CPP당내 통치를 공고히 하기 위한 가짜 투표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전했다.

이번 총선에서 CPP가 승리하면 훈센 총리는 5년간 집권 연장이 가능하지만, 장남 훈 마넷(46) 캄보디아군 부사령관에게 권력을 이양하는 작업을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캄보디아 총리는 국왕이 국회 제1당의 추천을 받아 지명한다. 훈센 총리는 지난 20일 중국 봉황TV와의 인터뷰에서 "총선 이후 훈 마넷이 총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훈 마넷 부사령관은 지난 2021년 12월 훈센 총리에 의해 후계자로 지명됐다. 같은 달 CPP도 그를 '미래의 총리 후보'로 지명하면서 후계자로 확정됐다. 그는 아버지를 대신해 CPP의 마지막 선거운동 집회를 주도했고, 이번 총선에 CPP 소속으로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훈 마넷 부사령관은 경제학 박사 출신의 군 장교다. 그는 1999년 미국 웨스트포인트를 캄보디아인 최초로 졸업한 뒤 2002년 뉴욕대에서 경제학 석사, 2008년 영국 브리스톨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1952년에 태어난 훈센 총리는 공산 게릴라로 출발해 캄보디아의 근대화를 주도한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받았다. 공산화에 성공한 폴포트 정권이 '킬링필드' 대학살을 저지르자 베트남의 지원을 등에 업고 1978년 폴포트 정권을 무너뜨린 뒤 캄보디아 인민공화국을 수립했다.

1985년 1월 만 32세의 나이로 최연소 총리가 된 뒤론 정적 숙청과 언론 탄압, 인권 침해 논란 속에 38년 간 장기 집권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야당 및 언론 탄압을 문제 삼는 미국과 서방을 멀리하고 인권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중국과 밀착 관계를 강화해 왔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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