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없는 산불" 수영복 입고 도망쳤다…그리스섬 탈출 작전
남유럽 그리스에서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동남부 로도스 섬에선 거의 일주일 동안 산불이 타오르고 있다. 이로 인해 22일(현지시간) 주민과 관광객 등 3만명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그리스 사상 최대 규모의 화재 대피 작전이 벌어졌다.
23일 AFP통신에 따르면 콘스탄티아 디모글리두 그리스 경찰 당국 대변인은 "전날부터 현지 주민과 관광객 약 3만명을 대피시켜야 했는데,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됐다"면서 "그리스 사상 가장 큰 화재 대피였다"고 전했다. 경찰 당국에 따르면 버스, 트럭 등으로 1만6000명을 수송했고, 3000명은 구조 보트, 민간 선박 등을 타고 바다로 대피했다. 그외 약 1만명은 개인차량을 이용하거나 걸어서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피한 관광객과 주민들은 밤새 체육관, 학교, 호텔 콘퍼런스 센터, 여객선 등에서 머물렀다. 로도스 섬에는 영국·독일·프랑스·폴란드 등에서 온 관광객으로 붐볐는데, 일부는 여권을 챙기지 못하고 수영복을 입은 채로 대피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인구가 약 10만명인 로도스 섬에는 연간 약 25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한다.
마을의회 관계자는 많은 주민이 관광객들을 돕고 있다며 "이 섬에서 전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리스 외무부와 그리스 주재 대사관은 여권 등 여행 서류를 분실한 관광객을 돕기 위해 로도스 공항에 안내시설을 설치했고, 여행사는 대피 관광객을 태우기 위해 추가 항공편을 요청했다.
앞서 지난 18일 시작된 로드스 섬 산불은 소방대원 200여명이 투입돼 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6일째에도 여전히 잡히지 않고 있다. 중부 라에르마와 동부 라르도스 등에서 산불이 커지면서 주택과 성당, 호텔 등이 불에 탔다. 린도스 고대 유적지도 산불의 위협을 받는 상황이다. 바실리스 바트라코이아니스 소방당국 대변인은 23일 "오늘은 바람이 더 거세져 불길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면서 "산불 진압은 며칠 더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대형 산불은 폭염이 지속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도 그리스 기온이 섭씨 40도 이상을 기록하면서 50년 이래 가장 더운 7월 주말이 도래할 수 있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이로 인해 그리스 당국은 추가 산불이 발생할 위험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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