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치니 어둠이 찾아왔다…‘라이트 연장혈투’ 승자는 고군택
‘우중혈투’ 그리고 ‘연장혈투’의 최종 승자는 고군택(24)이었다.
고군택은 23일 충남 태안군 솔라고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아너스 K· 솔라고CC 한장상 인비테이셔널 최종라운드에서 임예택을 연장에서 누르고 정상을 밟았다. 임예택과 나란히 44점 동점을 이룬 뒤 연장 2차전에서 버디를 잡아 파를 기록한 임예택을 눌렀다. 코리안 투어 통산 2승째로 우승 상금은 1억원이다.
고군택은 4월 열린 올 시즌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에서 처음 우승 감격을 맛봤다. 그 뒤로 성적이 주춤했지만, 한장상 인비테이셔널을 통해 다승자로 올라섰다.
이번 대회는 KPGA 창립을 주도한 한장상 고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마련됐다. 방식도 특별해 코리안 투어 유일의 변형 스테이블포드 형태로 치러졌다. 변형 스테이블포드는 타수 대신 스코어마다 부여한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정한다. 앨버트로스는 8점, 이글은 5점, 버디는 2점을 받는다. 파를 적어내면 0점으로 점수가 없고 보기는 -1점, 더블보기 이하는 모두 -3점으로 처리한다. 사실상 파 이하는 의미가 없어 공격적인 플레이를 끌어내는 방식이다.
이날 최종라운드는 그야말로 우중혈투였다. 이른 아침부터 많은 양의 비가 내려 5차례나 출발이 지연됐다. 또, 경기가 시작된 후에도 빗줄기가 퍼부어 20분가량 중단되기도 했다. 오후 4시 이전에는 충분히 끝났을 최종라운드는 2차 연장까지 가면서 오후 7시30분이 넘어서야 종료됐다.
경기의 향방 역시 이날의 날씨처럼 앞이 보이지 않았다. 34점 단독선두로 출발한 임예택이 전반 동안 2점만 획득한 사이 박성국과 이승택, 고군택 등 추격자들이 번갈아 단독선두로 치고 나갔다.
먼저 클럽하우스 리더가 된 선수는 이승택이었다. 마지막 18번 홀(파5) 버디로 43점이 됐다. 그러나 뒤이어 고군택이 같은 홀에서 버디를 잡아 44점 단독선두가 됐다. 이제 남은 선수는 임예택. 우승 경쟁 경험조차 없는 임예택은 초짜답지 않는 침착함으로 18번 홀에서 버디를 낚아 고군택과 동점을 이뤘다.
연장 승부도 치열했다. 고군택과 임예택 모두 러프에서 투 온을 성공시켰다. 나란히 버디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1차 연장에서도 우승자가 나오지 않자 솔라고 골프장에는 서서히 어둠이 찾아왔다. 결국 KPGA는 2차 연장부터 라이트를 켜기로 했다.
같은 홀에서 치러진 두 번째 승부에선 고군택의 침착함이 빛났다. 이번에는 둘 다 투 온에는 실패했지만, 어프로치샷을 컵 옆으로 잘 붙였다. 그러나 먼저 퍼터를 잡은 임예택의 버디 퍼트가 빗나간 반면, 고군택은 이를 성공시켜 우승을 확정했다.
고군택은 “올 시즌 2승째라 정말 행복하다. 첫 번째 승리 이후 성적이 좋지 못했는데 다시 우승하게 돼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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