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현상과 본질 중심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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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현상과 본질, 즉 겉과 속이 같은 것도 있지만, 다른 것도 많다.
즉, 어느 종교나 나타나는 현상과 무관하게 그 본질은 그 중심에 '인간'이 있고, 인간에 사랑과 자비의 실천을 통해 현세에서나 내세에서 평안함을 얻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고양이의 색깔이 검거나 희다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일 뿐, 쥐를 잘 잡는다는 본질에는 그다지 상관이 없는 것이다.
세상사 모든 일에는 현상과 본질이 있지만, 그 모든 중심은 '인간'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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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현상과 본질, 즉 겉과 속이 같은 것도 있지만, 다른 것도 많다. 요즘 정치권에서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로 ‘수박’이 자주 언급되는데, 수박은 겉은 녹색이지만, 그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속은 빨간색이기 때문이리라.
현상은 실제로 본질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본질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경우도 있어서 무조건 배척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나 현상은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는 속성이 있는 것이므로 그 안에 내재된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현상만으로 본질을 오인하게 되면 판단을 그르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본질을 제대로 인지하기 위해서는 현상에 대한 통찰력이 필요하다.
종교를 보자. 세상에는 수많은 종교가 있고, 종교마다 서로 다른 형태의 교리와 예배 형식이 있다. 이런 서로 다른 현상 때문에 서로를 배척하고 증오하기까지 한다. 때로는 전쟁도 불사한다. 이는 종교의 현상을 본질로 착각한 데서 비롯된 나쁜 예라고 볼 수 있다.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는 역사적으로 뿌리가 같다. 모두 인류의 4대 문명의 발상지 중 하나인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이 있는 중동을 배경으로 하며 유일신을 믿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믿음의 내용과 형식에서 차이가 있는데, 이러한 점 때문에 지난 세월 동안 끊임없이 대립하며 갈등했고, 때로는 전쟁으로 비화되어 수많은 사람을 살상하기도 했다. 현재도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종교의 본질은 뭘까. 인간을 떠난 종교를 상상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궁극적으로 ‘사랑과 자비를 통한 인간의 구원’이 아닐까. 즉, 어느 종교나 나타나는 현상과 무관하게 그 본질은 그 중심에 ‘인간’이 있고, 인간에 사랑과 자비의 실천을 통해 현세에서나 내세에서 평안함을 얻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종교의 본질을 이해한다면, 비록 발생하고 성장한 환경이 달라서 서로 다른 현상을 띄게 되었더라도 충분히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여 종교의 본질을 위해 나아갈 수 있으련만, 서로 현상에만 집착하여 대립하고 반목하는 현재가 안타깝기만 하다.
정치도 그렇다. 세상에는 그 사회의 환경에 따라 나름대로 발전해온 다양한 정치 형태가 존재한다. 이처럼 나타나는 현상이 다르다고 해도 ‘구성원의 행복’이라는 정치의 본질은 같다. 결국, 정치의 본질도 그 중심에는 ‘인간’이 있다.
1970년대 말 중국의 개혁과 개방을 주장하던 덩샤오핑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고양이는 쥐만 잘 잡으면 된다’라는 ‘흑묘백묘론’을 설파한 바 있다. 고양이의 색깔이 검거나 희다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일 뿐, 쥐를 잘 잡는다는 본질에는 그다지 상관이 없는 것이다.
정치의 본질인 ‘인간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겉으로 드러난 현상이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서로 다른 정치 체제나 제도를 가진 국가 사이나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진 정당 사이에서도 충분히 협력하고 함께 발전해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상에만 집착한 채 대립과 갈등을 일삼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세상사 모든 일에는 현상과 본질이 있지만, 그 모든 중심은 ‘인간’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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