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 "월북 미군 어딨는지 모르지만..." 北과 송환협상 개시
유엔군사령부가 월북한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23)의 송환을 위해 북한과 협상을 시작했다.
22일(현지시간) 앤드루 해리슨 유엔군사령부(UNC) 부사령관은 서울에서 이뤄진 영국 더타임스 인터뷰에서 "킹 이병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만 우리(유엔군사령부)는 북한군과 연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북한군과 지속해 대화하고 있다. 그 연락 수단은 열려있고 가동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JSA에서 유엔군사령부와 북한군이 소통하는 직통 전화기(일명 핑크폰)를 통해 북한군에 메시지가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핑크폰은 판문점 남측 지역 내 유엔군 사령부 일직장교 사무실에 놓인 연분홍색 전화기로 북측 판문각에 놓인 전화기와 직접 연결된다.
양측은 오전 업무개시 때와 오후 업무마감 때 등 하루 두 차례 전화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려고 핑크폰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리슨 부사령관은 "분명히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자세한 내용을 말하고 싶지 않다"며 "결국 주요 관심사는 킹의 안위"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킹과 관련해 북측에 연락했지만 별다른 정보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 21일 애스펀 안보포럼에서 "우리는 그의 행방을 알고 싶고 그 정보를 얻기 위해 북한에 연락했다. 불행하게도 더 이상 공유할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에서 폭행 등으로 두 달 가까이 구금됐던 킹은 지난 17일 추가 징계를 받기 위해 미국 텍사스주로 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지 않고 도주한 뒤 다음 날 JSA 견학에 참여하던 중 무단으로 월북했다.
이와 관련해 더타임스는 미국 온라인 매체 '더메신저(the Messenger)'가 입수한 미군 내부 문서를 인용해 "킹이 지난해 법적 체포와 징계가 이뤄졌을 때 지휘관들에게 소속 부대나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했었다"고 전했다.
이날 미국 ABC 방송도 "킹은 지난해 9월 4일에도 복무지를 이탈했고 소재 파악이 이뤄진 뒤에도 기지로 돌아가거나 본국으로 귀환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킹은 지난해 9월 마포구 홍익대 인근 한 클럽에서 술을 마시다가 시비가 붙은 한국인의 얼굴을 여러 차례 주먹으로 때린 혐의(폭행)로 기소가 되기도 했다.
같은해 10월에는 서울 마포구에서 폭행 사건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순찰차 뒷좌석의 문을 여러 차례 걷어차 망가뜨린 혐의로 기소됐다가 올해 초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더타임스는 "킹의 계급이 낮은 만큼 북한과 월북을 사전에 조율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그가 북한에서 간첩 혐의로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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