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의원들도 코인 있다"…민주 '김남국 살리기' 핑계로 쓸까
코인 투기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김남국 의원에 대한 ‘제명 권고안’ 처리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23일까지 나흘째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김 의원에 대해 ‘제명’을 권고한 데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국회의원 제명은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168석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처리가 불가능하다.
그사이 김 의원은 SNS를 통해 “국민께 거듭 송구하다”면서도 “윤리자문위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형평에 맞게 적용한 것인지 의문스럽고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친명 성향의 지도부 소속 의원들도 김 의원을 두둔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2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가상자산을 가지고 있는 다른 의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며 “건건이 발생할 때마다 처리하는 것은 조금 시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의원 외 10명이 가상자산을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민주당 안팎의 기류가 달라졌다. 복수의 자문위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의힘 권영세(통일부 장관)·김정재·유경준·이양수·이종성, 민주당 김상희·김홍걸·전용기, 시대전환 조정훈, 무소속 황보승희 의원 등이 가상자산 보유·변동 내역을 자문위에 신고했다. 자문위는 거래 누적 총액이 10억 원이 넘는 의원이 2명 더 있고, 매매 횟수나 거래 일수 등을 고려했을 때 5명 이상이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두 차례에 걸쳐 2억 6000만원을 투자한 김홍걸 민주당 의원은 23일 입장문을 내고 “투자 동기는 2019년 선친(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자택을 상속받으며 발생한 약 17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충당”이라며 “투자 과정에서 이해충돌 등 법률이나 윤리규범 위반은 일절 없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해명을 종합하면, 그는 가상자산 투자에서 60%에 가까운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3000만원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도 “이해충돌과 무관하고 이미 오래 전에 매각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민주당에선 이 의원이 현재 윤리특위 1소위원장인 점을 들어 “제척 사유로 보인다”(윤리특위 의원)는 지적이 나온다. 600만원을 투자한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6월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에 공동발의자로 참여한 게 논란거리다. 황보 의원은 “현재 140만원 남아서 수익률은 마이너스 78%”라고 밝혔다.
김 의원외에 10명의 가상자산 보유자가 확인된 것이 민주당에 '김남국 살리기'의 핑계거리가 될 수 있지 않느냐는 관측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선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된 ‘가상자산 자진 신고 및 조사에 관한 결의안’ 이행 문제도 변수로 거론한다. 결의안에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에 필요한 자료와 활동에 협력한다’고 명시한 만큼, 조사 절차가 개시된 상태에서 김 의원 징계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다.
여권에선 특히 "이재명 대표를 상대로 조만간 제출될 체포 동의안을 의식해 민주당이 김 의원 제명을 주저할 가능성이 크다"고 의심한다.
심지어 민주당 내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읽힌다. 당 지도부의 의원은 “체포동의안처럼 김 의원 제명 권고안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며 “결국 이에 대한 표결도 개별 의원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당 관계자 역시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의 진술 번복 논란으로 ‘사법리스크’가 다시 커졌다”며 “8월에 다시 체포동의안이 넘어올 수 있는 만큼 김 의원 제명안 논의가 당내에서 속도를 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명 대표의 강성 팬덤 커뮤니티엔 지난 20일 이후 “수박을 제명하랬더니 왜 김남국을 제명하냐”며 민주당의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반면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3일 기자들과 만나 “김 의원 제명도 민주당 혁신위가 주문한 불체포 특권 포기의 일환이다”며 “민주당이 충분한 결단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 김예령 대변인도 “이번 김 의원 제명안 처리를 국민은 매서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민주당의 양심을 평가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준영·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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