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서 지하철서… 잇단 ‘묻지마 범죄’, 일상이 공포가 됐다

나성원 2023. 7. 23.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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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A씨는 서울 종로의 한 시장 분식점 앞에서 뭔가를 중얼거리며 서성였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폭행죄로 실형을 살고 출소한 뒤 1년 2개월간 지하철 등에서 일면식 없는 행인 16명을 무차별 폭행한 50대 B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면서 "선량한 시민들에게 공포를 주는 묻지마 범죄는 엄한 처벌로 근절해야 할 공익상 요청이 강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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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신림동서 흉기 난동
일면식도 없던 1명 사망·3명 중상
가해자 재범률도 높아…“예방 교화 치료 등 획기적 대책 필요”

지난해 3월 A씨는 서울 종로의 한 시장 분식점 앞에서 뭔가를 중얼거리며 서성였다. 그는 50대 분식점 주인이 “다음에 오세요”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목공 공구를 꺼내 폭행했다. 지난해 1월에는 한 식당에서 이유 없이 목검으로 50대 여사장을 때렸고, 6월에는 지하철 승강장에서 70대 남성이 쳐다본다는 이유로 “왜 봐”라며 주먹으로 수차례 얼굴을 구타했다.

A씨는 피해망상 등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 2차례 폭행 전과가 있었고, 2020년에도 상해 혐의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대구지법은 지난해 12월 특수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묻지마 폭행으로 죄질이 좋지 않지만, 정신질환 치료가 제때 이뤄지지 못한 것이 범행 원인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같은 ‘묻지마 범죄’가 시민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21일 발생한 서울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에서도 피의자 조모(33·구속)씨가 휘두른 흉기에 20대 남성이 숨지고, 30대 3명이 크게 다쳤다. 피해자들은 하필 그 순간 그 장소를 지나다가 흉기에 찔렸을 뿐 조씨와는 일면식도 없었다. 조씨 역시 “칼을 휘두른 건 기억 나지만 피해자들이 누구였는지는 모른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묻지마 범죄는 길거리와 지하철 등 일상적 공간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무방비로 범행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큰 불안감을 야기한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폭행죄로 실형을 살고 출소한 뒤 1년 2개월간 지하철 등에서 일면식 없는 행인 16명을 무차별 폭행한 50대 B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면서 “선량한 시민들에게 공포를 주는 묻지마 범죄는 엄한 처벌로 근절해야 할 공익상 요청이 강하다”고 밝혔다. B씨는 강남역 승강장, 지하철 4호선 전동차 등에서 ‘어깨가 부딪쳤다’, ‘눈이 마주쳤다’ 따위의 이유로 폭행을 저질렀다.

경찰청은 지난해 1월 묻지마 범죄를 ‘이상 동기 범죄’로 규정하고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지만, 아직 구체적 통계나 예방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2일 흉기 난동 사건 현장을 방문해 “사이코패스 등에 대한 관리 감독 방안을 더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묻지마 범죄는 사회‧경제적 불만, 정신장애 등의 이유로 우발적으로 발생해 대비책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가해자의 재범율은 70% 안팎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시민 안전을 불시에 무너뜨리는 중대 범죄인 만큼 전수조사 등을 통해 범행 원인을 찾고 예방, 교화, 치료 등 획기적 대책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가가 범죄 원인과 대책을 찾지 못하고 단순히 ‘묻지마 범죄’로 규정해선 안 된다”며 “범행을 저지른 이들의 생애사를 연구해 사회 구조적 문제라면 그것을 해결하고, 교화가 어려운 사이코패스라면 기한 제한 없는 보호수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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