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통치’ 훈 센, 임기연장 확실시… 장남 승계할 듯

송태화 2023. 7. 2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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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간 캄보디아를 통치해온 훈 센(70) 총리의 임기 연장을 결정하는 총선이 23일 실시됐다.

훈 센 총리는 2021년 12월 마넷 부사령관을 후계자로 지명하며 권력 세습을 꾀해왔다.

호주 라트로브대에서 캄보디아 정치체제를 연구해온 고든 코노치는 "훈 센 총리는 자신이 아직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할 때 권력을 이양해야 아들을 내부 도전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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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여당 23일 총선서 승리 확실시
훈 센 총리, 총선 뒤 장남 승계 공언해
선거 끝난 뒤 아들에게 권력 세습 전망
훈 센(오른쪽) 캄보디아 총리가 총선 당일인 23일(현지시간) 수도 프놈펜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와 부인 분 라니 여사와 함께 잉크가 묻은 검지를 치켜들고 있다. AP연합뉴스

38년간 캄보디아를 통치해온 훈 센(70) 총리의 임기 연장을 결정하는 총선이 23일 실시됐다. 이번 선거는 훈가(家) 권력 세습의 시작점으로 평가된다. 선거가 끝나면 아시아 최장수 철권통치 기록을 작성한 훈 센 총리의 퇴장과 그의 맏아들 훈 마넷(45) 캄보디아군 부사령관의 총리 취임이 진행될 전망이다.

캄보디아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전국 2만3789곳 투표소에서 총선을 진행했다고 밝혔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19개 정당 소속 후보들이 전체 125석을 놓고 결전을 치렀지만 훈 센 총리가 이끄는 집권 캄보디아인민당(CPP)을 견제할 대항마가 없어 일말의 긴장감도 느껴지지 않았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훈 센 총리에 반대하는 전 캄보디아구국당(CNRP) 출신 인사들이 만든 촛불당(CP)은 총선에 참여하지 못했다. 지난 5월 캄보디아 선거관리위원회는 CP가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총선 참여 자격을 박탈했다. 훈 센의 최대 정적으로 여겨지는 삼 랭시 전 CNRP 대표는 프랑스에 망명한 상태다.

CPP의 이날 총선 승리로 훈 센 총리는 집권을 5년간 연장할 수 있게 됐지만 그는 올해 초 장남인 마넷 부사령관에게 총리직을 물려주겠다고 공언했다. 훈 센 총리는 2021년 12월 마넷 부사령관을 후계자로 지명하며 권력 세습을 꾀해왔다. 캄보디아 총리는 국왕이 국회 제1당의 추천을 받아 지명한다.

호주 라트로브대에서 캄보디아 정치체제를 연구해온 고든 코노치는 “훈 센 총리는 자신이 아직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할 때 권력을 이양해야 아들을 내부 도전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마넷 부사령관은 1999년 미국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한 뒤 중위로 입관해 쾌속 진급을 거듭했다. 40대 나이로 캄보디아 육군 참모총장 겸 군 부사령관에 올랐으며 2018년부터는 CPP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중앙위원회 상임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2002년 뉴욕대에서 경제학 석사, 2008년 영국 브리스톨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마넷 부사령관의 총리 부임은 훈 센 체제의 연장을 의미한다. 캄보디아 전문가인 아스트리드 노렌-닐슨 스웨덴 룬드대 교수는 “마넷 부사령관이 총리가 되더라도 아버지와 긴밀히 협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외교 정책을 포함한 정책 방향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다만 마넷 부사령관이 아버지 후광을 등에 업어 정치적 기반은 갖췄더라도 정치 지도력을 발휘한 경험이 없어 내부 분열이 발생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세습 조건은 완성됐지만 변수가 많아 훈 센 총리가 꿈꾸는 절대권력을 장담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NYT는 “훈 센 총리의 권력 장악력이 느슨해지면서 앞으로 내부 격변의 길이 열릴 수 있는 위험한 시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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