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주담대 증가, 다시 경고등…고민 커지는 한국은행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가 5월부터 상승 기류를 다시 탔지만 대출 규모는 오히려 늘었다.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등 영향으로 주택 매수 심리가 살아나면서다.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한국은행 고민도 함께 커지고 있다.
20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678조 5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678조 2454억원)보다 3246억원 늘었다. 지난 3월까지만 해도 감소세를 보이던 가계대출은 4월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한 건 주담대다.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담대 잔액은 20일까지 512조 3397억원으로, 이달 들어서만 9389억원 늘었다. 반면 신용대출 잔액(108조 5521억원)은 지난달 말보다 4068억원 줄었다.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5월(3.56%)과 6월(3.70%) 두 달 연속 오르면서 이에 연동하는 5대 은행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도 21일 기준 연 4.35~6.95% 수준으로 나란히 올랐지만 대출 증가세를 잡지 못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 등 정책 영향으로 주담대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존 무주택자가 다시 주택 구매에 적극적으로 나선 영향이 크다고 본다.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6월 전국 생애 처음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연립주택·다세대주택 등) 매매 이전 등기를 신청한 매수인이 19만8810명으로 전체 신청자의 47.7%를 차지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 집값 오름세를 지켜본 실수요자가 집값 바닥론에 힘입어 구매에 나선 측면이 있다”며 “부동산을 자산 증식의 주된 수단으로 활용하는 한국 가계 특성이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서울 주택구입부담지수를 보면 중간소득 가구가 중간가격 주택을 사들일 때 소득의 44%를 주담대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부담을 무릅쓰고 주택 구매에 나선 사람이 다시 늘었다.
기업대출보다 수익성이 높은 가계대출을 선호하는 국내 은행의 영업 행태도 한 요인이다. 한은이 2012년~2021년 국내은행 대출 부문별 수익률을 추정한 결과 가계대출이 기업대출보다 많게는 2%포인트 가까이 높은 수익률을 냈다.
문제는 한국 경제 규모보다 가계부채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는 데에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05%였다. 한국 가계의 부채상환비율(DSR)은 지난해 13.6%를 기록했다. 한국 가계는 이 기간 벌어들인 돈 가운데 13% 이상을 빚과 이자를 갚는 데 썼다는 뜻인데, 비율과 증가 속도 모두 세계 주요국 중 호주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가계부채 연착륙을 통화정책 목표로 내세운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 여지를 남겨뒀지만, 경기 침체나 금융 불안정 우려에 이 카드를 쉽게 꺼내 들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한은은 일단 장기적인 거시 건전성 관리 정책을 대안으로 내놨다. 지난 17일 발표한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과 영향, 연착륙 방안’에서 ▶DSR 예외 대상 축소 ▶LTV 수준별 차등금리 적용 ▶일시상환 방식에 대한 가산금리 적용 등을 제시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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