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희생양" 궁평 블박 깐 경찰…대통령실 "감찰 속도내라"

박태인 2023. 7. 23. 17: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찰의 참사 대응해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정부가 ‘오송 궁평 지하차도 참사’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관련 감찰을 진행 중인 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은 최근 감찰 인력을 추가로 충원하고, 주말에도 조사관 전원이 출근해 관련자에 대한 문답과 자료 검토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국조실은 지난 21일엔 참사 대응 관련 경찰의 허위보고 정황을 확인한 뒤 경찰관 6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가능한 7월 말까지 감찰을 마무리하고 추가 수사 의뢰 대상을 발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국무조정실 등에 따르면 오송 참사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의 입장은 명확하다고 한다. 잘못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구체적 책임을 묻는 것이 제1원칙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이태원 참사 당시 “엄연히 책임이라는 것은 책임이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 원칙이 오송 참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뜻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감찰과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의 범위가 결정될 것”이라며 “막연히 고위직에 정치적 책임을 묻는 방식을 택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오후 충북도청에 마련된 오송 지하차도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조문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총리실은 오송참사 관련 정부 감찰을 총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방침을 적용할지라도 오송 참사와 관련한 수사 의뢰 대상자는 대거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국조실은 경찰뿐 아니라 충북도청과 청주시, 흥덕구청 및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과 소방청에 대한 강도 높은 감찰을 진행 중이다. 정부 전체 감찰 인력의 절반 이상인 20여명의 감찰관이 투입된 상태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경찰의 경우 진술이 모순되고 참사 대응 관련 허위 입력 정황이 있어 신속히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한 것”이라며 “추가 수사 의뢰 대상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조실은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미호천교 임시 둑 제방 유실과 관련해 공사 주체였던 행복청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21일 오송 참사 관련 경찰관 6명에 대한 수사 의뢰 뒤 경찰 내부망에 “경찰관이 희생양이 되는 거 같다”는 항의성 글이 잇따르는 등의 반발 움직임에 국조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도 상당한 불쾌감을 표하고 있다.

지난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시신으로 발견된 실종자를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관련, 충북경찰청은 23일 참사 당일(15일) 순찰차의 일지를 공개하며 “당일 현장에서 아무런 조치를 안 했거나 출동을 안 했다는 것은 오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5일 오전 8시 8분 순찰차가 궁평1지하차도를 통과해 궁평 1교차로에 도착한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했다.

경찰은 당초 국조실에 “112 신고 지령을 받은 순찰차가 위치를 착각해 사고가 발생한 궁평2지하차도가 아닌 궁평 1지하차도로 출동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국조실은 경찰관 여섯 명을 수사의뢰하면서 "아예 출동하지 않았던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이날 경찰의 블랙박스 공개는 경찰의 당초 보고가 사실에 부합한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국조실 고위 관계자는 “당시 순찰차에 탔던 경찰관들은 오송 참사와 관련한 신고 지령(15일 오전 7시 58분)을 아예 몰랐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당시 신고 내용과 상관없이 순찰차가 우연히 궁평1지하차도를 거쳐 궁평교차로에 도착했던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조실 관계자도 “당시 112상황실에서 현장에 전해줬던 출동 요청 위치는 궁평 2지하차도가 명백했다”며 “경찰의 블랙박스 영상 공개는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