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오늘 조기 총선…48년 만에 극우파 정권 참여 가능성
스페인에서 프란시스코 프랑코(1892~1975년) 독재 정권이 종식된 지 48년 만에 극우정당이 정권에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왔다. 스페인 차기 정부를 구성할 조기 총선은 23일(현지시간) 치러진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총선 전 마지막 여론조사를 토대로 제1야당인 중도우파 국민당(PP)이 극우 정당인 복스(Vox)와 손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PP가 하원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얻을 것으로 보이지만, 과반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원 전체 의석 350석 중 PP가 142석, 집권당인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노동당(PSOE)이 108석, 복스가 35석, 좌파 정당 연합인 수마르(Sumar)가 34석을 가져갈 것으로 예측된다. 이 결과대로라면 우파 진영인 PP와 복스의 의석은 177석으로 과반인 176석을 근소하게 넘어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 좌파 진영인 PSOE와 수마르의 의석을 합치면 142석으로 예상되는데 과반에는 한참 못 미친다.
만약 PP와 복스가 연립 정부를 구성한다면, 지난 1975년 프랑코의 독재가 막을 내린 이후 48년 만에 처음으로 극우 정당이 정권에 참여하게 된다. 스페인은 지난 1978년 민주 헌법을 제정한 이래 주로 PSOE와 PP등 중도 정당이 집권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프랑코의 망령이 깃든 극우정당 복스의 득세로 스페인도 주요 보수 정당이 과거에는 금기시됐던 세력과 손을 잡는 유럽 국가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는 극우 정당이 부상하면서 정치적 변화가 일고 있는 유럽의 중요한 지표이며, 오랫동안 독재의 유산과 씨름해 온 스페인에게도 의미 있는 순간"이라고 했다.
이미 유럽의 여러 나라는 극우정당 부상을 경험했다. 이탈리아와 핀란드에는 극우 정권이 들어섰고, 스웨덴에서는 백인 우월주의를 표방하는 스웨덴민주당이 원내 2당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도 극우 성향 자유당이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2013년 PP에서 떨어져나온 복스는 2019년 4월 총선에서 24석을 얻어 원내 진출에 처음 성공했다. 또 그해 11월에 다시 치른 총선에서 52석을 확보하면서 세력을 확장했다. 복스는 강력한 반(反)이민 정책으로 유명하다. 불법 이민자는 모두 추방해야 하고, 합법 이민자라고 하더라도 범죄를 저지르면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낙태와 동성결혼에는 반대하고 가정폭력 방지법 폐지 등을 추진한다. 30년 넘게 독재한 프랑코의 철권통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모습에 온건한 PP 당원들은 강경한 극우 정당 복스와의 동맹 가능성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PP당의 고위직들은 복스와 연합해도 기존의 성소수자와 여성의 권리, 기후 정책, 유럽과의 긴밀한 관계 등에서 후퇴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복스는 내무·국방·문화·교육부 등을 포함한 내각의 요직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이 전했다.
이날 투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이뤄지며 최종 결과는 자정(한국시간 24일 오전 7시) 전후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로이터는 "새 정부의 구성은 몇 주에서 몇 달까지 걸릴 수 있다"면서 "이런 불확실성은 올 하반기 유럽연합(EU) 이사회 의장국을 맡은 스페인의 리더십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스페인 국민은 올여름 섭씨 40도가 넘는 기록적인 더위가 덮쳤을 때 총선을 치르게 된 것에 불만을 표했다. 이에 따라 역대 최다인 247만 명이 우편투표를 선택했다. 전체 유권자 3700만 명 중 7%에 해당한다.
당초 스페인 총선은 올해 말에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지난 5월말 지방선거에서 PP와 복스 연합이 집권당 PSOE를 꺾고 압승을 거두자,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며 조기 총선을 실시하기로 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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