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잇따른 새벽 도발…"2000㎞ 거뜬" 전술핵 실전 능력 과시
북한이 지난 22일 벌인 순항미사일 도발은 심야 시간대 기습 공격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국방상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 지 이틀 만으로, 전술핵의 실전성을 시사한 것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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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가능성
23일 군 당국에 따르면 한·미는 북한이 전날(22일) 화살-1형 또는 2형을 내륙에서 바다를 향해 여러 사거리로 섞어 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오전 4시쯤부터 서해상으로 발사된 북한의 순항미사일 수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무력 시위는 지난 19일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쏜 이후 3일 만이다.
순항미사일의 경우 탄도미사일과 달리 마하 0.8(시속 970㎞) 정도로 속도가 느린 데다 100m 안팎의 저고도를 자유롭게 방향을 바꿔가며 비행해 상대적으로 탐지가 까다롭다. 군 당국은 정확한 발사 원점과 속도 비행시간 등 제원을 파악 중이다.
이번에 발사됐을 것으로 거론되는 화살은 북한이 지난 2년간 전력화에 공을 들이는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이다. 북한은 2021년 9월 ‘북한판 토마호크’로 불리는 KN-27 개량형 화살-1형을 처음 시험발사한 뒤 수차례 화살-1·2형의 시험발사에 나섰다. 앞서 가장 최근 시험발사인 지난 3월 도발 때도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화살-1형과 2형을 각각 2발씩 섞어쐈다.
전술핵 탑재 공중폭발 훈련 진행했나
북한은 화살 미사일이 전술핵 탑재용이라는 점을 수시로 부각했다. 2022년 10월 북한 매체에 공개된 화살-1형 발사에서 ‘전술핵운용부대들에 작전배치된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이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했다. 북한은 또 지난 3월 화살-1·2형 발사 당시 “모의 핵탄두를 탑재한 화살 미사일들을 고도 600m에서 공중 폭발시켰다”고 밝혔다.
이밖에 북한은 지난 3월 김정은 시찰 사진과 함께 벽면에 투발수단이 그려진 패널을 의도적으로 노출했다. 전술핵탄두 카트리지 화산-31형이 화살-1·2형을 비롯, KN-23·24·25 등에 탑재된 그림이었다.
비행 시간과 거리 등에서 개발 성과를 거둔 정황도 드러난다. 북한 매체 보도를 보면 2021년 9월 첫 발사 때 화살-1형은 1500㎞를 날아간 데 이어 2022년 10월에는 2000㎞를 비행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발사를 놓고 북한은 지난 3월에 이어 "1800~2000㎞를 거뜬히 날아가는 순항미사일로 핵탄두 공중폭발 시험을 진행했다"고 할 가능성이 있다. 공중폭발은 핵무기의 살상 반경을 높이려는 의도다.
연속 새벽 도발 “실전 기습 능력 시험한 듯”
지난 19일 오전 3시 30분 SRBM을 발사한 북한이 이번에도 새벽 시간대를 골랐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잇따른 심야 발사는 이례적”이라며 “개전 직후를 가정하는 등 시간대와 관계없이 실전에서의 기습 능력을 시험하고, 한·미보다 전술핵 공격 능력이 우월하다는 점도 과시한 듯하다”고 평가했다.
실제 북한은 지난 20일 강순남 북한 국방상 명의의 담화를 통해 “미 군부 측에 전략 핵잠수함을 포함한 전략자산 전개의 가시성 증대가 우리 국가핵무력 정책법령에 밝혀진 핵무기 사용 조건에 해당될 수 있다는 데 대하여 상기시킨다”고 경고했다. 지난 18일 부산에 입항한 미국 해군의 전략핵잠수함(SSBN) 켄터키함을 겨냥해 핵 공격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22일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상황에 따라 며칠 안에 전쟁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라고 한반도 상황을 평가하기도 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한·미 핵협의그룹 첫 회의, SSBN 42년 만의 방한을 놓고 북한도 행동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SRBM을 거쳐 순항미사일 등으로 주도권 경쟁을 하면서 한반도 내 긴장감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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