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 살해범 "칼 쓴건 알겠는데, 피해자 누구였는지 기억 안나"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행인을 대상으로 무차별로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살해하고 3명을 다치게 한 조모(33)씨가 경찰 조사에서 “칼을 휘두른 건 기억이 나지만 당시 피해자들이 무슨 옷을 입었는지, 누구였는지는 모르겠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조씨의 사건 당일 행적을 추적해 이상동기 범죄(묻지마 범죄) 여부 등 구체적인 경위를 밝힐 계획이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현재 수사팀은 사건 당일 입수한 조씨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포렌식을 진행 중이다. 앞서 조씨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파악해 통신 기록을 확인한 결과 특이사항이 발견되진 않았지만, 사건 당일 유동인구가 많은 신림역을 노리는 등 범행 자체는 계획했을 가능성을 파악하기 위해 삭제 기록까지 들여다 보는 것이다.
경찰은 이날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이후 사이코패스 평가척도(PCR-L) 검사 등 조씨에 대한 정신 감정도 진행할 예정이다. 조씨는 이날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호송차로 향하며 “너무 힘들어서 그랬다. 반성한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 마련된 추모의 공간에는 비 오는 날씨에도 시민들이 모여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조씨는 지난 21일 오후 2시 7분부터 3분여 동안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상을 입었다. 앞서 조씨는 자신의 범행 동기에 대해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고, 분노에 가득 차 범행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림역 인근 골목을 범행 장소로 정한 이유에 대해선 “이전에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어 사람이 많은 곳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전문가들은 조씨의 범행이 묻지마 범죄, 그 중에서도 ‘만성분노형’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발간한 ‘묻지마 범죄자의 특성 이해 및 대응방안 연구’는 묻지마 범죄의 유형을 ①정신장애형 ②처지비관형 ③만성분노형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만성분노형 범죄자의 경우 90.9%가 전과가 있고, 전과의 대부분(86.4%)도 폭력이나 상해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윤정숙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범죄분석조사연구실장은 “현재의 사법 체계에는 묻지마 범죄자들이 대형 범죄에 앞서 일반 폭행 등 비교적 처벌 수위가 낮은 범죄를 저지를 경우 이를 추적해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체계가 부족하다”며 “원한 관계가 아닌 불특정 인물에 대한 범죄를 저지를 경우 성범죄자처럼 전자발찌를 부착하는 등 더 큰 참사를 막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2일 신림동 사건 현장을 방문해 “사이코패스 등에 대한 관리 감독 방안을 더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심석용·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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