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표 믿음의 리더십, '최강 두산' 7월 무패 만들었다

김효경 2023. 7. 23.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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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시즌 최다연승 기록과 타이를 이룬 뒤 기념구를 들고 활짝 웃는 두산 이승엽 감독. 사진 두산 베어스

'최강야구'에서도 못한 10연승을 '최강 두산'에서 이뤄냈다. 이승엽(47) 감독과 두산 베어스가 7월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두산은 21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5-2로 이겼다. 전반기 막바지 9연승을 달렸던 두산은 후반기 첫 경기까지 잡으면서 10연승을 이어갔다. 두산은 7월 들어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올스타 휴식기와 호우로 인한 경기 취소까지 겹친 덕분이다. 22, 23일 경기도 비로 취소됐다. 10연승은 두산 구단 역대 최다연승 기록 타이다. 2000년과 2018년 한 차례씩 달성했다.

이승엽 감독 개인으로서도 의미있는 기록을 세웠다. 첫 해 10연승을 이룬 네 번째 국내 사령탑이 됐다. 1997년 LG 트윈스 천보성, 1999년 한화 이글스 이희수, 2000년 LG 이광은 감독 이후 23년 만이다. 외국인 감독까지 포함하면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최고 기록(11연승, 2008년)을 갖고 있다. 25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창단 최다 연승 및 데뷔 감독 첫 해 최다 연승 타이에 도전한다. 이승엽 감독은 "선수들 덕분"이라며 몸을 낮췄다.

21일 KIA를 꺾고 10연승을 이어간 뒤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두산 이승엽 감독(왼쪽). 연합뉴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연승 행진이다. 올 시즌 두산은 중하위권 전력으로 꼽혔다. 개막 미디어데이 당시 10개 구단 감독들에게 ‘가을 야구에서 맞붙을 것 같은 팀을 꼽아달라’고 했을 때 두산을 지목한 이는 한 명도 없었다. 당시 이승엽 감독은 "냉정한 평가 감사하다.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우리 선수들을 믿어달라. 감동을 주는 야구, 절대 포기하지 않는 야구, 기본을 지키는 야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엽 감독에 대한 시선에도 물음표가 달려 있었다. 프로 구단 코치 경력이 없고,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 감독이 지도자로서의 모든 경력이었다. 이승엽 감독은 "경험이 없으니까 우려하는 건 당연하다. 두 배, 세 배 노력하겠다"고 했다. 삼성 시절 함께 했던 김한수 전 감독을 수석코치로 영입해 경험을 전수받았다. 시즌 초반엔 작전 구사, 투수 교체 타이밍 등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점점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이승엽 감독의 리더십 요체는 '믿음'이다. 성적이 나오지 않았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선수들에게 충분히 시간을 준다. 마무리 홍건희가 대표적이다. 이 감독은 홍건희가 이따금 흔들려도 믿었다. 데뷔 첫 20세이브를 달성한 홍건희는 1위 서진용(SSG, 26개)을 다섯 개로 따라붙으며 구원왕 경쟁에 나섰다.

외국인 타자 호세 로하스는 시즌 타율 2할대 초반에 허덕인다. 하지만 연승 기간엔 3할대 타율에 홈런 2개도 터트렸다. 일본 요미우리 시절 고생했던 이 감독은 로하스를 믿고 기다리며 "살려야 하는 선수"라고 했다. 투수 최고참 장원준에게도 선발 기회를 줬고, 장원준은 3승을 따냈다.

통산 130승을 따낸 장원준을 축하하는 이승엽 감독. 연합뉴스


최근 몇 년간 타순 변동이 잦았던 정수빈도 이승엽 감독 부임 후 주로 1번으로만 나서며 2020년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도 5년 만에 3할 타율을 이어가고 있다.
정수빈은 "나 뿐 아니라 선수들을 믿어주시는 것 같다. 부담을 줄여준다. 농담을 자주 하신다. 그러면서도 한 번씩 야구가 안 될 때는 '(그렇게 하면)안 돼 너'라고 한다"고 전했다.

이승엽 감독의 좌우명은 '진정한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이다. 최고의 자리에 섰을 때도 노력을 기울였던 선수였다. 그런 이승엽 감독도 두산에 온 뒤 놀랐다. 경기 뒤나 쉬는 날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훈련하는 두산 선수들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 선수들을 본 적이 없다"고 감탄하며 선수들에게 훈련이나 몸 관리를 맡겼다. 선수들도 그 믿음에 답했다. 선수들은 10연승 도전을 앞두고 "감독님께 연승 기록을 선물하자"는 이야기를 했다.

두산은 2015년부터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세 번 우승했다. 하지만 전력 유출이 많았다. FA 자격을 얻은 선수들이 거의 매년 팀을 떠났다. 이승엽 감독도 젊지만, 선수들도 어려졌다. 그러나 그 빈 자리를 착착 메웠다. 정수빈은 "김태형 감독님이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는 편이라면, 이승엽 감독님은 선수들에게 시간을 주는 스타일이다. 우리 팀에 어린 선수들이 많은데, 그 선수들에겐 감독님 스타일이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두산은 선발진이 탄탄하다. 라울 알칸타라(10승 3패 평균자책점 2.00), 브랜든 와델(2승 1패 평균자책점 1.04), 곽빈(8승 2패 평균자책점 2.08)의 원투스리펀치는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월까지 불안했던 불펜진도 살아났다. 7월에는 36이닝 동안 겨우 4점(평균자책점 1.00)만 내줬다. 양의지가 이끄는 타선도 강해졌다. 7월 팀 타율 1위(0.290)다.

외야에서 훈련을 지켜보다 날아온 공을 치는 이승엽 두산 감독. 뉴스1

KBO 역사상 월간 전승(10경기 이상 기준)을 거둔 팀은 없다. 2009년 9월 SK 와이번스(SSG 랜더스 전신)가 승률 100%(14승 1무)를 기록했지만, 무승부가 하나 있었다. 두산이 남은 6경기를 모두 이긴다면 사상 최초로 전승을 거두게 된다.

25~27일 잠실 롯데전은 비로 취소될 확률이 높다. 28~30일엔 1위 LG를 만난다. 롯데와 3연전이 비로 열리지 않는다면 1~3선발을 모두 투입할 수 있다. LG-SSG 양강 체제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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