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러닝타임 늘리고, 전개 속도 늦추고…문법 허무는 웹콘텐츠들

장수정 2023. 7. 2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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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콘텐츠 속 뚜렷한 색깔 보여주는 것도 필요”

15분 내외의 짧은 러닝타임에, 빠른 전개로 압축된 재미는 유튜브 콘텐츠들의 장점이다. 이것이 “이제는 러닝타임이 긴 콘텐츠를 보는 것이 힘들다”라는 반응이 나올 만큼 빠르게 시청자들의 일상을 파고들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그러나 변화가 감지됐다. 오히려 전개의 속도를 늦추고, 또 러닝타임을 늘리면서 세분화된 취향을 저격하는 콘텐츠들이 늘어나고 있다.

ⓒ핑계고 영상 캡처

유재석이 친한 연예인들과 함께 편안하게 수다를 떠난 유튜브 콘텐츠 ‘핑계고’는 50분 내외의 긴 러닝타임 통해 이들의 대화를 오롯이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최소한의 편집과 자막으로, 특별한 주제 없이도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출연자들의 토크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멀리 갈 때 때 보면 좋을 것 같다”, “토크가 곧 끝날 것 같아 아쉬워 시간을 보니 아직 한참 남았더라” 등 유튜브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긴 길이의 영상에 긍정적인 반응들이 이어졌다.

아이돌들의 국내 여행기 다룬, ‘1박 2일’의 아이돌 버전 ‘돌박이일’ 또한 40분부터 1시간까지. 꽤 긴 길이의 영상들을 자주 선보이고 있다. ‘돌박이일’을 연출 중인 오윤진 PD는 그 이유에 대해 “TV 프로그램이었다면, 아무래도 서사가 있다. 그러다 보면 중심이 아닌 인물, 또는 이야기들은 편집이 되기도 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 한 명, 한 명 모두가 어떤 의미가 있는 무언가를 한다고 생각해 다 담아내려고 한다”고 이를 오히려 유튜브의 장점으로 꼽기도 했었다.

또 동시에 이것이 좋아하는 스타의 작은 부분까지도 보고 싶어 하는 팬, 시청자들의 만족감을 높이는 긍정적 요소가 되기도 한다.

유튜브 콘텐츠의 대표적 특징인 자막, 빠른 편집, 그리고 압축된 내용이 선사하는 자극적 재미를 오히려 배제하는 콘텐츠들도 늘고 있다. 자막 통해 시청자들의 쉬운 시청을 돕는 한편, 재치를 더해 웃음 포인트로 활용하는 방식이 보편화 됐지만, 오히려 이를 줄여 편안함을 선사하는 것이다.

게스트가 팬들에게 줄 선물을 직접 기획, 제작하는 ‘가내조공업’은 오히려 텐션을 낮춰 여느 토크 콘텐츠들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술을 먹으며 대화하거나, 일반인들과의 에너지 넘치는 대화 통해 날 것의 재미 선사하는 토크 콘텐츠들 사이, 황광희와 게스트들이 차분한 이야기 통해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지애 PD는 그 이유에 대해 “한 장면 정도는 놓쳐도 이해가 되는 콘텐츠들. 첫 번째 목표가 그랬다. 다큐나 조용한 교양 예능을 표방하려 했다. 어그로는 배제하고, 효과음이나 자막도 줄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느림의 미학’ 통해 잔잔한 재미와 힐링을 선사하는 콘텐츠들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특유의 느릿느릿한 말투로 전국의 맛집을 편안하게 즐기는 장기하가 주인공으로 나선 ‘낮술의 기하핰’이 마니아들의 호응을 끌어낸 바 있다. 가끔은 말이 없어 소리가 빌 때도 있다. 그러나 장기하가 음식을 어떻게 즐기는지, 그리고 주변 풍경들은 어떤지, ‘낯술이 기하핰’이 담아내는 여러 요소들을 즐기다 보면 이 콘텐츠만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남창희의 서툴고 느린 요리 과정을 담아내는 ‘실비집’도 최근 방송을 시작한 가운데, 제작진은 댓글을 통해 ‘온몸이 노곤노곤 해진다면, 실비집과 ‘잠 친구’가 될 초기 증상이오니 재생을 멈추지 마세요’라는 말을 남기며 프로그램만의 콘셉트를 강조했다.

한 유튜브 콘텐츠 PD는 “지금도 유튜브가 짧은 시간 가볍게 즐기는 스낵 컬처의 역할하는 것을 부인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오롯이 유튜브 콘텐츠를 즐기는 시청자들도 생겨났다. 흔히 말해 통하는 문법보다는 내가 만들고 싶은 방향으로 완성도를 높이면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시도들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쏟아지는 콘텐츠 속, 오히려 이것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또 다른 PD는 “이제는 이전의 유튜브 예능 문법에도 시청자들이 많이 익숙해진 것 같다. 오히려 개성을 보여주는 게 관심을 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또 이제 제작사나 혹은 채널들이 여러 콘텐츠들을 쌓아나가기 시작하면서 뚜렷하게 색깔을 만들어나가는 것도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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