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항마 잔혹사?…與, 잠룡 3人 '폭풍 속으로'
양평 고속道 백지화 원희룡, 존재감 키웠지만…
"모든 가능성 열었다"는 유승민 제3 지대 모색?
여권 잠룡들이 일제히 폭풍 한복판에 섰다. 지난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맞붙었던 홍준표 대구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일제히 논란에 휩싸였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2021년 11월5일 치러진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윤 대통령은 47.85%로 승리했다. 당시 홍 시장은 41.50%, 유 전 의원은 7.47%, 원 장관은 3.17%를 득표했다. 특히 홍 시장은 당시 여론조사에서 앞섰지만, 당원 등 선거인단 투표에서 뒤져 고배를 마셨다. 윤 대통령은 대선 본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을 꺾고 대권을 거머줬다.
패자의 길에 남겨진 세 잠룡은 새로운 정치적 활로를 찾고 있지만, 시련은 계속되고 있다.
'수해 골프' 홍준표, 당 윤리위 징계 위기지난 대선 경선에서 윤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던 홍 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으로 당선되면서 정치적 존재감을 다시 입증했다. 특히 청년들의 지지세가 강했던 홍 시장은 청년의꿈과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발언력을 유지왔다. 하지만 홍 시장 특유의 직설적인 발언이 논란을 일으켰다.
일례로 홍 시장은 지난 4월9일 MBC 방송에 출연해 "노련한 정치력이 있는 사람은 다 제치고 정치력이 없는 대통령을 뽑았다"고 말해 여권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당내 정치 초보 대통령을 뽑아 놓고 노련한 '삼김 정치'와 같은 대화와 토론하고, 타협하고 (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난센스"라며 "정치력이 없는 대통령을 뽑아 놓고 왜 그(대통령) 탓을 하느냐"고 지적했지만, 집권당인 국민의힘과 용산 대통령실에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특히 윤 대통령 대선 취임 1년인 올해 5월10일에는 이재명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대부분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윤석열 정권 대통령실에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후 홍 시장은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됐다.
최근 홍 시장은 지난 대선 이후 최대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집중호우로 전국에서 인명피해가 잇따라 발생했던 지난 15일 대구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홍 시장은 자신을 겨냥한 비판 여론에 맞서 "주말에 테니스 치면 되고 골프 치면 안 된다는 규정이 공직사회에 어디 있느냐"면서 "대통령이라면 다르겠지만 그 외 공직자들의 주말은 비상근무 외에는 자유"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은 더 큰 논란으로 이어졌다. 당 윤리위원회는 홍 시장은 대한 징계 논의에 착수했다. 국가적 재난에서 골프 등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위를 금지한 국민의힘 윤리강령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홍 시장은 "수해로 상처 입은 국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공식 사과했지만, 윤리위 징계는 피할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황정근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은 “(홍 시장의 사과가)논란 확산을 차단하긴 했지만, 윤리위로서는 이미 벌어진 해당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법령을 위반했는지, 정해진 메뉴얼을 준수했는지와 별개로 당원으로서 윤리규정, 규칙 위반은 징계사유가 된다”고 밝혔다.
윤리위는 오는 26일 홍 시장에 대한 징계를 확정한다.
원희룡 '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존재감 키웠지만...역풍 우려도
지난 대선 경선 이후 윤 대통령 선거 캠프의 정책본부장을 맡았던 원희룡 장관의 경우 정권 출범 후 국토교통부 장관을 맡으면서 보폭을 넓히며 차기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강화했다. 하지만 최근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 연루 의혹이 제기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사업 백지화를 선언하며 논란의 한 복판에 섰다.
원 장관도 오는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야당의 집중포화가 예정됐다. 이번 논란은 지난 2년 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해당 노선이 윤 대통령 취임 이후인 지난 5월에 갑자기 변경됐고, 변경된 노선의 종점인 양평군 강상면에 김 여사 일가의 땅이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원 장관은 야당의 이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민주당의 날파리 선동이 끊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추진 자체를 백지화한다”고 선언했다.
이는 여권에서 민주당의 선동에 맞서 극약 처방을 했다는 호평이 나왔지만, 자충수를 뒀다는 지적도 당 안팎에서 받고 있다. 이른바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의 한 축이었던 원 장관은 여권 내 소장파로 꼽히며 야권에서도 '합리적인 보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 대선 ‘대장동 1타 강사’에 이어 화물연대 파업 당시 단호한 조치에 이어 이번 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선언으로 인해 '강경 보수' 이미지가 구축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끌어안는데는 성공했지만, 내년 총선 캐스팅보트인 중도층을 포용할 수 있는 온건보수의 이미지를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든 가능성 열어놨다"는 유승민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윤 대통령과 가장 대립각을 세웠던 유 전 의원은 경기도지사 출마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경선 과정에서 김은혜 당시 의원(현 대통령실 홍보수석)과 맞붙어 낙마했다. 유 전 의원은 경선 패배 후 "권력의 뒤끝이 대단하다"며 "윤석열 당선자와의 대결에서 졌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후 유 전 의원은 국민의 힘 당대표 경선이 재기의 발판처럼 여겨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며 앞서가기도 했지만, 당원 70%, 여론조사 30%로 당대표를 선출하기로 했던 당헌·당규 등이 바뀌어 당원 100%로 바뀌자 그는 출마를 포기했다. 그는 SNS를 통해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 충분히 생각했고,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결론"이라며 "오직 민심만 보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 가겠다"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당심에서는 열세였지만, 민심에서 우위를 보여왔다.
유 전 의원은 그동안 이태원 참사나 후쿠시마 오염수 등 현안에 있어 정부에 대해 쓴 목소리를 냈다. 이는 국민의힘 안팎에선 "민주당보다 더한 야당"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유 전 의원은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당 바로 세우기(정바세)’ 강연 직후 취재진과 만나 내년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 "‘출마할 거냐, 말 거냐, 혹은 출마하면 어디로 할 거냐, 신당 할 거냐, 남아있을 거냐’ 등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정치 행보와 관련해 "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민 중"이라며 "총선이 우리 정치를 변화시킬 굉장히 중요한 계기인데, 작은 힘이지만 어디서 어떻게 할지 백지상태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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