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에 "꼰대" 표현 30대, '모욕죄' 성립될까?[서초동 법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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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15일 새벽.
A씨는 요금을 카드 2장으로 나눠 결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A씨와 변호인은 모욕 혐의와 관련해 "그러한 말을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피해자에게 한 말이 아니라, 일부 기성세대를 비판하기 위해 남자친구에게 한 말이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이 매우 심한 모욕적 감정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30대 초반인 데 반해 B씨와 C씨는 70대를 넘긴 고령이란 점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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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인 아닌 일부 기성세대 비판" 주장
1심 판사, '檢구형량 2배' 이례적 벌금형
"피해자들은 매우 심한 모욕적 감정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서른을 갓 넘긴 젊은이이고, 피해자들은 일흔을 넘긴 노인들이란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판사)
지난해 12월15일 새벽. 서울 신림역 근처에서 술에 취한 A씨(31·여)가 남자친구와 택시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택시비 2만3400원이 나왔다. A씨는 요금을 카드 2장으로 나눠 결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택시기사 B씨(71·남)가 거절했고, A씨는 욕설을 내뱉으며 B씨의 하체를 발로 걷어찼다. A씨의 난동이 이어지자 상황을 목격한 C씨(72·남)가 달라붙어 말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A씨는 "너는 꺼지고, 이러니깐 꼰대소리 듣는 거야"라고 소리쳤다.
형사재판 피고인이 된 A씨는 B씨에 대한 폭행죄 자체는 인정하며 반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C씨에 대한 모욕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A씨와 변호인은 모욕 혐의와 관련해 "그러한 말을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피해자에게 한 말이 아니라, 일부 기성세대를 비판하기 위해 남자친구에게 한 말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설령 피해자에게 말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해도, '꼰대'란 표현은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반면 검찰은 "폭행죄와 모욕죄 모두 인정된다"라며 벌금 1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특히 "검사의 구형량은 적절한 양형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례적으로 2배 높은 형량을 선고했다.
박 판사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꼰대'는 은어로 늙은이 또는 선생님을 이르는 말이다. 권위를 행사하는 어른이나 선생님을 비하하는 뜻을 담은 표현"이라며 "이는 72세 노인인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모욕"이라고 밝혔다.
박 판사는 "피고인은 객관적이고 타당한 사실관계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강조하기 위해 그 표현을 쓴 게 아니다. 술에 취해 흥분된 상태에서 억지 주장을 하며 행패를 부리는 행위의 연장선상에서, 자신을 말리던 피해자에게 쓴 표현이다"고 말했다.
양형 이유에 대해선 "술에 취한 자신을 목적지까지 데려다준 택시기사를 폭행하기까지 전혀 참작할 만한 사정이 없다"며 "자신을 말리는 노인에게 욕설을 퍼붓고, 모욕죄와 관련해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하며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고 질책했다. "피해자들이 매우 심한 모욕적 감정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30대 초반인 데 반해 B씨와 C씨는 70대를 넘긴 고령이란 점도 강조했다.
박 판사는 "피고인은 피해자들과 합의하지도 않았고, 용서받거나 손해를 배상하기 위한 별다른 조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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