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X파일]총선 미스터리…가평군 출신 국회의원은 왜 없을까

류정민 2023. 7. 2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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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총선 때마다 양평·포천에 샌드위치 신세
고향이 가평인 정치인, 총선 때 고전
가평 유권자 숫자, 인접 시군 절반 수준

편집자주 - ‘정치X파일’은 한국 정치의 선거 결과와 사건·사고에 기록된 ‘역대급 사연’을 전하는 연재 기획물입니다.

“서울과 춘천을 연결하는 경기도 동북부의 관문으로 북한강을 안고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합니다.”

가평군청이 소개하는 행정구역의 특징이다. 가평군은 수많은 이의 젊은 시절 추억을 안겨준 공간이다. 경춘가도를 따라 강바람을 맞으며 찾아간 곳. 경춘선 기차여행의 추억이 서린 공간.

가평군은 누구나 한 번쯤 가본 곳이지만, 그곳이 어떤 곳인지 제대로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가평군 하면 떠오르는 것은 대학 시절 MT 장소의 0순위로 여겨지는 대성리와 청평을 품은 곳이라는 점이다.

1980~1990년대 대학생들은 서울의 우이동과 양주의 장흥·일영과 더불어 가평의 대성리·청평으로 MT를 많이 다녀왔다. 특히 대성리와 청평은 경춘선 기차와 함께하는 여행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추억을 선사했다.

청량리에서 기차를 타고 한참을 달리면 도착하는 공간. 조금 더 달리면 낭만의 도시 춘천으로 향하는 그곳. 가평은 그런 곳이다. 춘천과 인접해 있기 때문인지 가평을 강원도라 생각하는 이도 많다. 하지만 가평은 경기도에 속해 있다.

가평군 면적은 834.44㎢로 서울특별시 면적인 605.2㎢보다 더 넓다. 서울이 총선 때마다 49명의 지역구 국회의원이 배출되는데 가평군 출신 국회의원은 얼마나 배출될까. 가평군도 인근 지역과 묶여서 하나의 지역구를 형성해 1명의 국회의원이 나온다.

주목할 부분은 2000년 이후 총선을 기준으로 단 한 번도 가평군 출신 국회의원은 지역구에서 당선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는 가평군의 인구와 관련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현재 서울의 주민등록인구는 941만4093명이다. 가평은 6만1771명이다. 경기도에서도 가장 인구가 적은 편이다. 총선 때마다 이어지는 ‘가평의 저주’, 적은 인구의 설움과 무관하지 않다.

가평은 단독으로 국회의원 지역구를 형성하지 않는다. 인근 지역인 양평 또는 포천과 묶여서 하나의 지역구를 형성한다. 제21대 총선 때는 포천시·가평군으로 묶였다. 포천시의회 의원 등을 지낸 미래통합당 최춘식 후보가 50.25%를 얻어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휘 후보도 46.68%로 선전했는데, 이 후보 역시 포천 출신이다. 포천을 지역 기반으로 하는 두 명의 후보가 97%에 이르는 득표율을 나눠가진 셈이다.

2020년 총선 당시 유권자 수는 포천시가 12만8897명, 가평군은 5만5094명이다. 포천시 유권자 수가 두 배가 넘는 셈이다. 가평군 출신이 총선에서 힘을 못 쓰는 것도 이런 이유다.

총선 때는 소지역주의가 영향을 미치는데 특정 지역구에서도 인구가 많은 쪽이 고향인 정치인이 유리하다. 지역 대결로 선거가 흐를 경우 더 많은 유권자를 지닌 쪽에서 정치 기반을 닦은 인물이 유리하다는 의미다.

포천시와 가평군이 하나의 지역구로 묶인다면 포천시 출신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016년 제20대 총선 때는 어땠을까. 새누리당 김영우 후보가 62.22% 득표율로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창균 후보는 37.77% 득표율에 그쳤다. 김영우 후보는 포천 출신이고, 김창균 후보도 포천범시민연대 공동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이번에도 가평 출신은 지역구 국회의원과 인연이 없었다.

포천시가 아니라 양평군과 하나의 지역구로 묶였던 그전의 선거는 어땠을까. 2000년 제16대 총선, 2004년 제17대 총선, 2008년 제18대 총선, 2012년 제19대 총선 역시 국회의원 당선자는 양평 출신 정병국 후보였다.

양평도 가평보다는 인구가 더 많다. 제18대 총선 때는 양평군 유권자가 7만1224명, 가평군 유권자는 4만4961명으로 나타났다. 포천시에 비하면 격차가 줄었지만, 가평군 인구가 적은 것은 마찬가지다.

가평군 출신 정치인의 고민도 그 부분이다. 가평군의 정체성을 강조하다 보면 양평이나 포천 등 하나로 묶였던 다른 지역의 정서를 자극할 수 있다. 여야 역시 당선 가능성을 고려하다 보니 인구가 많은 지역 출신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총선 설움을 이겨내는 근본적인 해법은 인구를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가평은 지형적인 특성상 인구가 대규모로 늘어나기 어렵다. 가평군은 연인산, 명지산 등 산악 지형이 많다. 경기도의 다른 지역처럼 대규모 택지지구로 활용할 공간이 적다는 얘기다.

서울의 면적보다 더 넓은 공간을 자랑하는 가평군. 그곳 출신이 자기 고향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되는 장면을 볼 날은 언제일까.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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