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전쟁사]美 켄터키함 1척에 들썩이는 동북아…'3대 핵전력'의 위력

이현우 2023. 7. 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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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터키함, 히로시마 원폭 1600배 전력
2차 대전 이후 정립된 3대 핵전력 개념
무너져가는 NPT체제…제 2의 핵확산 우려

미국의 막강한 핵전력 중 하나인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 잠수함(SSBN·Ship Submarines Ballistic-missile Nuclear-propulsion) 켄터키함(SSBN-737)이 부산항에 입항하면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42년 만에 부산에 입항한 켄터키함은 통상 핵보유국 하나 전력과 맞먹는 결전 무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무서운 무기가 공개적으로 동맹국 항구에 입항하고, 당사국 대통령까지 탑승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데요.

북한의 계속되는 미사일 도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조치임과 동시에 최근 대만해협에서 군사도발 수위를 높이는 중국을 견제하는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3대 핵전력(Nuclear Triad)'을 동북아시아에 전개할 수 있다는 무력 과시 자체가 적대국에 대한 강력한 억제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미국의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 잠수함(SSBN) 켄터키함(SSBN-737) 내부를 시찰하며 잠망경을 살펴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번 시간에는 전략 핵잠수함을 포함해 전 세계 분쟁지역에서 가장 확실한 분쟁 억제 무기로 작용하는 3대 핵전력의 역사와 그것이 현재 국제정세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뉴스(News) : 히로시마 원폭 '1600배', 켄터키함의 부산 입항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19일 미군은 부산에 입항한 켄터키함을 전격 공개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오후에 부산작전기지를 찾아 켄터키함을 방문하고 직접 내부에 들어가기도 했는데요. 미국의 3대 핵전력 중 하나인 전략 핵잠수함이 내부를 전격 공개하고, 동맹국 지도자가 탑승한 것은 모두 처음 있는 일이라 외신에서도 매우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미군은 켄터키함을 포함해 오하이오급 SSBN을 모두 14척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 오하이오급은 선체 길이가 170m, 폭 12m로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SSBN 중 하나로 꼽힙니다. 무엇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사거리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트라이던트-Ⅱ D5를 20여기 적재하고 다니기 때문에 사실상 웬만한 국가 하나의 전력과 맞먹는다는 평가를 받는데요. 이 미사일들은 과거 2차대전 당시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했던 원자폭탄의 1600배에 달하는 위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현재 보유 핵무기 수가 20~30기 정도로 추정되는 북한의 핵전력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평가되는데요. 북한도 매우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20일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강순남 북한 국방상은 이날 발표한 담화를 통해 "미 군부 측에 전략 핵잠수함을 포함한 전략자산 전개의 가시성 증대가 우리 국가핵무력정책법령에 밝혀진 핵무기 사용 조건에 해당할 수 있다는 데 대하여 상기시킨다"며 켄터키함의 부산항 입항에 크게 반발했습니다.

막강한 핵전력의 부산 입항이 단순히 북한만을 겨냥한 것이 아닌 대중 견제 목적이 강하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중국 또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0일 논평에서 "윤 대통령은 집권 이후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했지만, 실리 없이 일본 편을 들고 무작정 북한을 도발하는 식으로 미국을 즐겁게 해 왔다"며 "미국 핵 추진 잠수함의 부산 기항은 윤 대통령이 친미·친일·친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책을 추진하며 한국의 국익을 희생해 온 데 대한 지지이자 칭찬의 제스처일 뿐"이라고 불만을 표시했죠.

◆역사(History)1 : 냉전 시기 정립된 '3대 핵전력' 개념
미군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미니트맨-III의 모습.[이미지출처=미 국방부]

미국이 이처럼 강력한 3대 핵전력을 보유하기 시작한 것은 2차대전 이후 냉전 시기부터로 알려져 있습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전후로 미국에서는 핵전쟁 발발 우려가 계속해서 제기됐는데요. 이때 등장한 소련에 대한 핵 억제 전략 개념이 3대 핵전력이었죠.

여기서 3대 핵전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그리고 핵 폭격이 가능한 전략폭격기 등 3가지 무기를 모두 갖춘 군사 체계를 뜻합니다. 보통 핵보유국이라 해도 ICBM은 보유하고 있어도 3대 핵전력 모두를 보유하고 운용하는 국가는 많지 않죠. 일부 강대국들만이 3대 핵전력을 모두 사용하고 있습니다.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이 핵 군비 경쟁을 추진하면서 3대 핵전력이란 개념이 등장하게 됐는데요. 원래 개념 자체는 적의 핵 선제공격 시 반격을 위한 수단을 갖춰야 한다는 개념에서 출발했습니다. ICBM을 먼저 피격당하더라도 자국 이외 해역에 머무는 전략 핵잠수함과 공중에 이미 출격해 있는 전략폭격기가 핵무기를 투사해 적에게 반격을 가할 수 있다는 개념이었죠.

이는 철저히 '상호확증파괴(MAD)' 전략의 산물이었던 셈인데요. 여기서 MAD란 두 적대국 중 한 나라가 상대국에 선제 핵 공격을 가해도 상대방이 핵전력을 보존시켜 보복 핵 공격을 할 수 있는 경우, 양국 모두 파괴되는 상호파괴를 확증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런 상호확증파괴 관계로 놓인 두 국가는 서로 핵전쟁을 벌일 수 없다는 것이죠.

미국과 소련이 3대 핵전력을 보유한 이후, 강대국들은 앞다퉈 3대 핵전력 보유에 힘써왔습니다. 냉전 시기에는 프랑스가 3대 핵전력 보유에 성공했고, 뒤이어 중국, 인도도 3대 핵전력을 갖추게 됐죠. 물론 핵전력의 규모나 운용 능력은 현재 미국과 러시아와 비교해 떨어지지만, 중국과 인도의 경우에는 지속해서 핵전력 강화에 투자하면서 점차 미국과 러시아 전력을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역사(History)2 : 노익장 과시하는 3대 핵전력 무기체계
지난 13일 한미 연합공중훈련에 참가한 B-52 전략폭격기의 모습.[이미지출처=연합뉴스]

3대 핵전력은 국가 하나 전력과 맞먹는 무기들이지만, 대부분 1960년대 만들어져 현재까지 60년 이상 운용되는 노후무기들이 많습니다. ICBM, SLBM, 전략폭격기 모두 대부분 냉전 시기 무기들이죠.

대표적인 미국의 노익장 과시 핵전력은 '미니트맨(Minuteman)'입니다. 1962년 개발된 미니트맨-I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사용 중인 미니트맨-III도 미니트맨-I의 개량형으로 1970년에 개발된 것이죠. 60년 넘게 계속 운용 중인 셈인데요.

미 국방부에 따르면 미국 내 5개 주에 준비된 미니트맨 발사대에서 1만명 이상의 전문인력들이 24시간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미니트맨 ICBM을 대체할 후속 무기는 2030년대에나 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아직 10년 가까이 미니트맨은 미국의 주요 ICBM으로 활약해야만 하는 상황이죠.

[이미지출처=미 해군]

1960년대 이후 큰 변화 없는 SLBM 역시 현대 입장에서는 노후무기에 속하는데요. 이번에 부산에 들어온 켄터키함이 탑재한 것으로 알려진 트라이던트-Ⅱ D5 미사일도 1990년에 배치됐지만, 개발 자체는 1970년대부터 시작된 오래된 무기라고 합니다. 냉전 시기 동안에는 특히 지상발사대가 선제 핵 공격을 당한 이후에 대비해 각종 SLBM이 개발됐지만, 냉전 종식 이후에는 너무 지나치게 많은 예산이 소모된다는 단점으로 인해 계속 기존모델의 개량형만 개발됐죠.

전략폭격기의 경우에는 이미 첫 비행에 나선 지 70년이 넘은 B-52 폭격기가 100년 비행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하늘의 요새'란 뜻인 스트라토포트리스(Stratofortress)라 불리는 이 비행기는 전 세계 최장수 현역 무기 중 하나로 손꼽히는 전략무기인데요. 2차 대전 직후인 1945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지금까지 740여대가 제작됐고,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참전한 거의 모든 전쟁에 투입됐습니다.

결국 미국의 3대 핵전력 모두 21세기 무기는 아직 없는 셈인데요. 냉전 종식 이후 30년 넘게 평화 시대가 이어지면서 군비감축 기조 속에 오랫동안 새로운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주원인으로 지적됩니다. 또한 당시 만든 무기들의 성능이 뛰어나 부분적인 업그레이드만으로도 계속 운용이 가능했기 때문에 장수 무기들이 유독 많아졌다고 하네요.

◆시사점(Implication) : 무너져가는 NPT 체제…전 세계로 퍼지는 핵전력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의 핵 도발, 중국의 대만해협 위협 등 냉전 종식 이후 한동안 평화로웠던 지구촌 전체가 다시금 동시다발적인 국지 분쟁 위험에 노출되면서 3대 핵전력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2030년 초반까지 새로운 3대 핵전력을 보유하려고 하고 있죠. 중국 역시 신장위구르자치구 지역 등에 대규모 핵무기 보유시설을 설치하고 막대한 양의 ICBM 생산에 나서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는 러시아도 전쟁과 별개로 핵전력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죠.

핵전력 유지 비용 또한 연간 우리 돈으로 최소 30조~40조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미 많은 나라들이 독자 핵전력 구축을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만큼 안보에 대한 불안감과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로 인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가 사실상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죠. 3대 핵전력 보유 자체가 확실한 안보의 담보처럼 인식된다면, 앞으로 핵무기는 더욱 여러 국가에 퍼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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