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는 PD들(61)] ‘경영자들’ 신상훈·정준순 PD가 ‘트렌드’를 활용하는 법

“이제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을 골라 본다…확실한 색깔이 중요해.”

<편집자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확대되고, 콘텐츠들이 쏟아지면서 TV 플랫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창작자들도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어 즐겁지만, 또 다른 길을 개척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PD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유튜브 콘텐츠 ‘경영자들’은 배우 권혁수와 코미디언 황제성, 곽범이 배우 이경영 성대모사로 수다를 떠는 콘텐츠다. “좋았어”, “진행 시켜” 등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을 통해 이경영 특유의 말투, 대사 등이 유행하자, 아예 세 명의 코미디언들이 ‘삼경영’으로 뭉쳐 코미디 쇼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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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영화, 드라마를 누비며 특유의 개성 넘치는 연기를 선보이는 이경영의 명장면, 명대사를 흉내 내는 연예인들이 그간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를 콘텐츠, 특히 예능화 해 선보이는 것엔 부담이 따를 법도 했다. ‘경영자들’의 신상훈 CP, 정준순 PD 또한 이를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즐거웠던’ 경험을 떠올리며 기분 좋은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어렸을 때 (이경영) 선생님을 따라 하는 친구가 가장 웃긴 친구였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를 떠올리며 연출하고 있다. 다만 너무 희화화되지 않도록, 그리고 선을 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제작을 하고 있다.”(신상훈 CP)

이경영 캐릭터를 바탕으로 하지만, ‘경영자들’만의 독특한 콘셉트, 분위기도 인기의 요인이 되고 있다. ‘삼경영의 제대로 된 사업 찾기’라는 큰 틀을 바탕으로 출연자들의 애드리브 통해 예측할 수 없는 웃음을 선사하는, 예능과 시트콤 사이. 다소 독특한 형식을 추구하고 있는 것. 정 PD 또한 이 콘텐츠의 분위기를 구축하기 위해 영상미에 더욱 신경을 쓰며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촬영에 관련된 콘텐츠 형식을 기획하고, 로케이션 및 내용들을 구성해 출연자들에게 그 내용을 전달드리면, 이에 대한 즉흥적인 느낌을 기반으로 내용을 끌어가게 된다. 여기에 화면의 퀄리티적인 부분도 더하고 있다. 단순한 콘텐츠 느낌보다는 느와르적인 느낌을 많이 내려고 한다. 특히나 ‘경영권전쟁’ 콘텐츠의 경우 예고편과 더불어 영상을 볼 때 시네마 느낌이 날 수 있도록 제작하고 있다.”(정준순 PD)

특히 권혁수, 황제성, 곽범의 실감 나는 성대모사는 물론, 밑도 끝도 없이 던지는 개그들이 웃음 포인트가 되고 있다. 가끔은 전개를 극적으로 끌어가거나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아슬아슬한 상황들이 연출될 때도 있다. 이를 통해 유튜브 콘텐츠만의 ‘날 것’을 배가하는 한편, 결국에는 ‘선’을 지키며 보는 이들을 웃게 한다.

“이런 댓글을 봤다. ‘자기 몸 안 사리면서 수평적인 맏형, 아래위 둘 다 조율하면서 리액션 좋은 권경영, 퍼포먼스 좋으면서 선은 안 넘는 곽경영’이라는 댓글이었는데, 처음에 기획한 그대로였다. 세 분의 이러한 특징과 조화를 보고 섭외를 했다.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출연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세 분의 시너지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기획과 편집 작업에 매우 신경 쓰고 있다.”(정준순 PD)

최근에는 이경영이 이 콘텐츠에 직접 출연, 삼경영을 만나는 모습이 담겨 화제를 모았었다. 이경영 캐릭터를 모티브 삼은만큼, ‘이경영의 직접 출연’을 외치는 시청자들이 많았었고, 이경영이 삼경영들을 직접 만나 콘셉트를 이어가는 모습에 큰 호응이 이어졌었다. 정 PD는 프로그램의 콘셉트를 이해하고 또 직접 출연까지 해준 이경영에 감사를 표했다.

“(이경영) 선생님께서 직접 등장을 하는 것을 우리가 계속해서 원했던 부분이다. 다행히 연락이 닿을 수 있어서 섭외를 요청드렸을 때 흔쾌히 응해주셨다. 저희가 모방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유머스럽게 표현을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 정말 좋게 생각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존경스러웠다. 대본과 연출 상황들을 열심히 준비했는데, 너무 감사하게도 대본보다는 날 것 그대로의 애드리브로 진행을 해주셔서 기존 콘셉트처럼 재밌게 녹화했다.”(정준순 PD)

‘권혁수감성’의 ‘괜찮으시겠어요’와 ‘대본없는 시트콤’ 등 예능과 시트콤의 장점을 오가는 것은 이 콘텐츠를 연출 중인 정 PD의 장기이기도 했다. 다소 독특하지만, 개성을 뚜렷하게 드러내면서 마니아들의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 이는 신 CP와 정 PD가 추구하는 연출 방향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요즘에는 예능도 너무 여러 가지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시트콤도 마찬가지다. 명확하게 나누기는 어려운 것 같다. 다만 확실한 건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우리도 그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다.(신성훈 CP)

“이제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을 골라 본다. 제 견해로는 시청자들은 더 매니악하고 본인에게 딱 맞는 것을 골라보는 것 같다. 따라서 창작자 본인이나,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청자나 자신의 색깔이 확실한 게 중요한 것 같다.”(정준순 PD)